제 914차 경북 칠곡 비룡산 선석산(2023.1.26.)
오늘은 조선조의 명장 신유장군의 유적지가 있는 경북 칠곡의 비룡산과 선석산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은 물론 청주에도 눈이 많이 내렸는데 이곳은 날씨가 약간 흐리기는 했으나 눈은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계방산에는 눈이 많이 와 있었는데, 여기는 눈 대신 낙엽이 눈보다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눈을 밟는 소리는 뽀드득뽀드득 난다면 낙엽 밟은 소리는 사각사각 납니다. 눈 밟는 소리가 여성스럽다면 낙엽 밟는 소리는 어딘가 남성스럽게 느껴집니다. 눈 밟는 소리도 좋고 낙엽 밟는 소리도 좋고, 산에 와서는 귀에 들리는 소리, 코에 느끼는 향기, 눈에 보이는 경치 어느 것 하나 안 좋은 것이 없습니다.
오늘 산행 길은 두만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산맥인데 높은 산도 아니고 그렇게 험한 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산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선석산을 내려오는 길은 너무 가팔라서 그냥 서서 내려올 수 없었습니다. 저는 누가 보고 웃거나 말거나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낙엽을 썰매 삼아 미끄럼을 탔습니다.(이건 비밀인데요,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박은옥 대원도 그랬습니다!!!) 창피한 것보다 안전이 더 중요합니다. 위험한 길은 그냥 병신처럼 걷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산행하면서 배웠습니다.
오늘 등산을 하면서 이곳 산 이름이나 바위 이름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룡(飛龍)산, 선석(禪石)산, 태봉(胎峰)바위, 용바위, 모두 뭔가 신기가 스며있는 느낌이 드는 이름들이 아닙니까? 비룡산은 말 그대로 용이 날아오른다는 의미이고, 선석산은 명상하는 돌이라는 말이고, 태봉은 임금의 탯줄을 묻어 둔다는 말이니 다 신비가 깃들어 있는 곳인 것 같습니다.
오늘 산을 오르는 초입에 세워둔 나무 이정표가 너무 오래되어서 밑동이 다 썩어 넘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워서도 이정표의 역할은 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쓰러진 이정표를 보면서 이 이정표가 저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죽어서도 등산객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지 않은가요? 내가 죽어서 이 이정표처럼 누구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요? 가까운 제 자식놈부터 나처럼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산행은 우리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내리막도 있고, 여기가 정상인가하면 아직 정상은 저 멀리 있고, 아무리 먼 길도 한 번에 한 발짝만 내디딜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상에 도착하게 되고,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인생을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인생 수양에 이 산행보다 더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요?
회장님 말씀처럼 우리 목요천봉 산악회는 정말 축복받은 산악회고, 우리 대원들은 모두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고된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막걸리와 컵라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참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공고] 다음 주는 시산제입니다. 대기자 남기지 않고 다 갈 수 있다고 하네요. 많이 많이 참석 바랍니다.
첫댓글 걷기엔 무난한 긴
한바퀴 육산이였는데...
원없이 무릎까지 차는 낙엽속에 하산길은 비알진 내리막으로 미끄럽고. 의지할 나무가지 하나없이 엉덩이로 밀며 미끄럼을 타야만 했습니다. 산행중 또 다른 경험은 새롭기만 하고. 지나고나면 즐겁고 ..
그래도 무탈하게 행복한 산행에 날씨마저 산행하기 좋은 날로 늘~ 감사와 행복이 넘침니다.다음주 시산제와 3월의 해외 산행도 벌써부터 설레게 하네요.
산 이름 하나에도 깊이 돌아보는 총장님의 깊이가 또 배움이 되고 늘 재미있는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 처럼 총장님의 산행기에 고마움과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조그마한 봉우리 같다 오는데도 조약돌을 밟고 미그러져 땅을 조금 삿는데ㆍ 엉덩이로 썰매삼아 많이 사셨다니 부럽습니다 나도산행을 한것같습니다 나도 저수지 둘레길을 돌아왔는데 정말로 무릉도원 걸어온것 같아요 용이 승천하려고 하는지 얼음조각 사이로 큰 물체가 나타났는데 사진기 꺼내는순간 사라지고 신유장군의 유적지여서 그런지 집집마다 내걸은 태극기가 인상에 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