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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인사이드 6월호] 전문가 긴급좌담회 : 인도 신정부의 모디노믹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14-06-12 ㅣ조회수 381
전문가 긴급좌담회 :
인도 신정부의 모디노믹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인도 신정부 출범에 따른 인도 경제정책 향방과 기업 환경의 변화”
지난 5월 16일 오후, 선거결과 개표가 시작된 후부터 무역협회는 인도연구원과 공동으로 인도 전문가 긴급좌담회를 열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도 신정부에 대한 전망과 시사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16대 총선, 종교와 지역과 카스트보다도 경제에 관심 쏠려
조학희 실장: 앞으로 인도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달라지는 인도의 경제정책과 기업환경에 관해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조충제 팀장: 선거를 하면 보통 정당, 인물, 정책 등에 관심이 많고 정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라고 합니다. 인도에서도 세 가지뿐 아니라 종교, 지역, 카스트 등이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이슈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한 연구기관에서 선거 전에 한 조사에 따르면 가계소득, 경제성장, 인플레 등 경제이슈에 따라 선거에 임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57%를 차지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저는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 쪽이 유리해지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번 총선 유권자는 8억 1,450만 명이었는데, 그중 29세 이하 유권자가 25% 가량 되며 1억 명 이상은 신규 유권자였습니다. 그들은 1991년 이후 개혁개방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최근 인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도의 고유한 특질이 희석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김응기 대표: 농촌인구가 70%가량 되는 인도에서는 전통적인 이슈에 더 치중해 경제문제에 대한 관심은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SNS 등으로의 파급으로 인해 확실히 투표참여율도 높아져 66.38%에 달한다고 합니다. 뉴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것이 실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인도에서는 뉴미디어가 실제 생활로도 연결되는 새로운 사회상이 된 듯합니다.
집권여당의 부패에 회의를 느낀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정권 교체
이순철 교수: 경제호황기를 누리다가 최근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석탄게이트 등 부패스캔들이 불거지고 현 정권에 회의를 느낀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권을 요구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전기입니다. 석탄게이트가 일어나면서 석탄 채굴을 금지하고, 석탄이 없으니 화력발전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타밀나두 주는 석탄 부족으로 하루 2~10번 정도, 심할 때에는 20번까지 정전이 일어납니다. 부패로 인해 유권자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며 실생활로 정치가 연결되어 이번 총선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우 수석연구위원: 정권교체 배경의 큰 사건 중 하나는 2010년 커먼웰스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 전날 육교가 무너지고, 행사를 위해 돈은 엄청나게 썼는데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국민들은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이 매우 컸죠. 나렌드라 모디에겐 실행력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조충제 팀장: 이번 선거에서 특이했던 점은 인도국민당에서 이미 작년 9월에 모디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는 사실입니다. 사실은 국민회의당에서도 라훌 간디를 한 번도 공식적으로 총리 후보로 내세운 적이 없었습니다. 현재 회의당이 너무 무능하고 부패하고 성장률도 떨어져서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것을 예상하고 그렇게 먼저 내세운 듯합니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요. 실행력 있는 모디, 구자라트의 발전 모델이 인도 전역으로 확산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학희 실장: 주 총리를 잘 했다고 대통령까지 잘 하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이대우 수석연구위원: 구자라트 주 총리 시절 모디가 이룩한 성과를 네 가지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농촌 모든 곳에 도로, 전기, 수도를 공급하여 낙후한 농업을 성장시켰습니다. 둘째, 농업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생긴 유휴인력을 산업부문에 재배치했습니다. 구자라트 농민수가 지난 10년간 35만 5천명으로 감소한 반면 근로자수는 22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셋째,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해 근로자를 흡수했습니다. 넷째, 전자정부를 도입해 부동산 등기를 DB화하면서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이 사실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포스코가 인도에서 부지를 확보해야 할 때에, 민간부지는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등기는 3년간 전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주인은 계속 바뀝니다. 델리에 가면 건설하다 만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주인이 사라진 것입니다. 부동산 등기의 DB화는 소셜 인프라 구축의 근간입니다. 물론 모디가 구자라트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집중해서 한다면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충제 팀장: 그런데 우리는 구자라트 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구자라트 주는 서부의 발전되지 않은 주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서부의 라자스탄 주는 황무지가 많고, 구자라트 주는 늪지와 갯벌이 많아서 한계가 많았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민감한 토지가 적고, 저개발 상태여서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29개 주에서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웨스트뱅갈 주는 너무 비옥한 땅이라서 타타자동차 부지로 내놓을 수 없다고 했었고, 구자라트 주에서는 황무지를 제공했기 때문에 타타자동차가 구자라트로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구자라트 주에서 했던 것과 똑같진 않더라도 향후 인도 전체에 성장주도 정책이 많이 도입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세제 개혁, 정말로 이루어질 것인가?
이순철 교수: 모디가 세제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외국기업들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소득세는 인도 전체 인구의 3%만 내고 있어서 세수가 충분하지 않아 인도 정부는 소비세, 판매세 등의 간접세를 부과해왔습니다. 그런데 서민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일거래세, 즉 상품세와 서비스세를 하나로 합쳐서 GST(Goods & Services Tax)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은행거래세를 도입해서 외국기업들이 세금을 낼 때 절차를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법이 있는데도 정확한 세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고, 냈는데 또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것들이 큰 문제였습니다. 당국의 관리와 사이가 좋으면, 세금이 깎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보수세력과의 대결도 전망되고, 실제로 이런 세제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거래 비용이 늘어나고, 재정부족을 메꾸려는 노력이 시작되면서 세무조사가 강화되어 엄청난 세금을 기업들로부터 걷게 된 것입니다. 회의당이 실패한 것은 무언가 해보려고 해도 돈이 없었기 때문이고, 재정 확보를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결국, 경제성장이 되어야만 이런 모든 정책들이 소용이 있을 것입니다.
술이 없는 구자라트 주에서는 인도에서 안 되던 것이 된다.
이대우 수석연구위원: 여러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일단 모디의 실행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제가 델리에 주재할 당시 여러 주의 투자유치 연락사무소를 방문했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찾아온 사람을 소 닭 보듯 별 관심 없이 대합니다. 그런데 구자라트 주의 사무소를 방문했더니, 담당자가 직접 나와서 대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엔 구자라트 주 정부의 담당 국장이 전화를 걸어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단 하루 사이에 연락이 가고, 피드백이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김응기 대표: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구자라트 산업개발공사에 가서 디렉터와 이야기하고 5시간 동안 가는 사이에 전화가 왔습니다. 매니징 디렉터가 와서 저희를 영접할 거라고 알려주더군요. 그래도 이번에 인도국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여 의사결정권이 생겨 확실히 모디의 성공모델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인도에 갔을 때 실제로 모디를 선거유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모디는 중국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국 모델을 쫓아간다면 개혁 조치가 좀 더 가시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순철 교수: 그런데 왜 우리는 구자라트 주에 진출하지 않을까요? 고려는 하지만 실제로 진출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현대자동차도 구자라트 주 진출을 고려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이대우 수석연구위원: 사실 마하라슈트라 주에 가장 많이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구자라트 주는 시장이 크지 않습니다.
김응기 대표: 예전에 국내 한 업체의 인도 진출 컨설팅을 하면서 구자라트 주에 진출하는 것을 도우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풍력발전 업체였는데, 마하라슈트라 주, 안드라프라데시 주, 타밀나두 주, 구자라트 주를 가 보았습니다. 객관적으로 보기엔 구자라트 주의 조건이 확실히 최고였습니다. 구자라트 주에는 철강산업도 있고, 항구도 있고, 윈드 팜들이 있으니 시장도 있고, 최적의 조건이였죠. 그런데 막상 실제로 투자를 할 때에는 마하라슈트라 주로 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정서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구자라트 주는 dry state로서 술을 마실 수가 없습니다. 언어도 다르고요, 게다가 먹을 음식이 별로 다양하지 않아요. 주인구의 90%가 채식주의자들입니다. 한 마디로 감정적으로 너무 싫은 것이죠. 황량한 황무지와 갯벌, 수풀, 염전 등을 한참 지나가면서, 여기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
물론 구자라트 주에서 완전히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은 여권을 보여주면 1개월에 맥주 몇십 병, 이런 식으로 한정된 양을 살 수가 있지요. 하지만 쉽게 거리에서 술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주류에 대한 세금이 가장 높기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주세 수입이 가장 많은 주입니다.
조충제 팀장: 구자라트 주는 생산조건이나 소비조건, 환경은 그다지 좋진 않습니다. 오히려 황무지라서 이권이 없다는 게 장점이 되는 거죠. 모디는 구자라트 주에서 인도에 만연된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입니다. 인도에서는 잘 안 되는 것이 구자라트 주에서는 잘 됩니다. 구자라트 주에서 우리가 꼭 보아야 하는 것은, 인도에서는 무조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의지와 정책에 따라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만 하면 인도가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친기업 자유화 정책을 쓰면서도 동시에 기업에 책임을 물을 것이 분명합니다. 인도국민당이 재벌을 위한 정당이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모디는 투명성을 더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환경, 세금의 투명성, 토지, CSR 등에 대해서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가 중국과 더 가까워진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김응기 대표: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디의 행적을 볼 때 인도는 미국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과는 더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사업하기에 보다 좋아진 인도가 남의 마당이 되고 우리가 기웃거리는 과객 형편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생깁니다. 우리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어 좀 더 앞서서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낍니다.
이순철 교수: 모디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듯합니다. 무역정책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외국인투자에 관한 정책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對인도 FDI는 우리(0.65%) 보다도 낮아 0.18%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투자를 인도 정부에서 승인을 하지 않았는데 신정부에서 허가를 해 준다면, 아마도 우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전자, 가전 부분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아마 진출한 우리 업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조충제 팀장: 인도는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분류해서 중국의 對인도 투자에 대해 허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1962년 중국-인도 전쟁의 역사와 현재 인도의 내수시장을 중국산이 모두 잠식하여 무역적자가 300억 달러 이상이기 때문에도 중국의 투자에 대해서는 허가를 잘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가 인프라를 민관협력사업으로 추진하다보니 저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산업재, 통신장비, 발전장비 등 중국 제품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이러다보니 비정상적인 비관세장벽을 통해 중국제품을 막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신장비가 도청이 우려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클레임을 하기도 하고요. 투자 뿐 아니라 건설도 건설노동자에게 비자를 잘 발급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타격을 주었습니다. 표적은 중국인데 우리 건설 노동자들에게도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 우리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으면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것에 그치게 될 것입니다.
안타까운 게 있다면, 2007년에 모디가 우리나라에 왔었습니다. 주 총리가 방한했는데 우리는 정부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었죠. 반면 모디가 일본은 매년 방문하고 있습니다. 갈 때마다 통산산업부 장관이 리셉션을 하고요. 우리가 인도를 홀대한 사이, 일본과 인도는 서로 돈독해지고 있죠. 우리 정부가 좀 더 인도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다가서야 할 때
김응기 대표: 모디가 방한했을 때 5일 동안 아주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선소와 새만금 간척지도 다녀오고, 우리나라를 배우겠다는 열의를 보였습니다. 모디가 최근 연설 중 “2010년 커먼웰스 게임을 통해 우린 부패를 얻고 한국은 영광을 얻었다”고 말한 걸 들었습니다. 모디가 한국의 역동성을 알고 있는 것이니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거에 모디가 한국에 왔을 때에 정부 기관에서 구자라트 주와 업무협정을 체결했고 한국 대표단도 구자라트에 몇 번 방문했지만, 실제로 그로 인해 투자가 된 사례가 없습니다. 실용주의 노선을 가진 상대를 대할 때에는 보여주기 위한 것은 지양하고, 작더라도 실천적인 것을 해야 할 것입니다.
조충제 팀장: 2011년에 격년제로 열리는 Vibrant Gujarat 행사에 참여해서 구자라트 연구기관과 업무협정을 체결하고 왔습니다. 여러 대학의 리서치 센터들의 업무협정을 모아서 체결하는 행사였는데, 모디 총리가 직접 참석하고 행사규모가 엄청났습니다. 언론에서는 모디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너무 큰돈을 들인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모디의 실행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인도와 우리의 국민과 의원수를 비교해보면, 인도는 12억 4천만 명에 543명이 의원이고, 우리나라는 5천만 명에 298명입니다. 인도에서는 한 의원이 맡아야 하는 국민 수가 엄청나게 많고 너무 바쁜데, 우리는 인도인을 게으르고 느리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도에서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쩌면 사실은 우리것이 별 매력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한·중·일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인도 정부의 국장에게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요하게 자리매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이 늦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아무리 말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인도의 농업, 인프라, 스마트 씨티에 주목하자
김응기 대표: 인도에서 저도 커피를 수입하는데, 인도 업체 회장을 만나려고 했는데 회장은 바쁘다고 아랫사람을 만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새로운 제안을 하나 던졌지요. 원래는 회장 밑에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는데, 다음날 사무실로 방문하니 회장이 갑자기 있던 약속이 취소가 되어서 사무실에 있다고 만날 수 있다고 하는 겁니다. 새로운 제안에 대해 관심이 생기니 회장이 만나겠다고 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도 측의 필요에 맞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제안을 우리가 먼저 제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인도에서 연락을 안 한다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초 대통령 방문 때 논의되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우리가 먼저 챙겨서 협상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자라트 주에서 모디가 농업을 먼저 발전시켰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인도 전역에서 농업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카르나타카 주 정부는 중국과 유대가 깊어서 연 400~500명씩 중국으로 연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농업 기술, 농가공, 2 · 3차 식품가공산업에 있어서 인도와 협력하면 어떨까요? 이미 농우바이오와 아시아종묘가 진출해 농장을 만들고 인도식으로 종자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무르익으면 인도에서 생산하여 종자수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대우 수석연구위원: 구자라트에서 했던 것처럼 인도 전역에 도로, 전기, 수도가 공급되도록 한다면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이득을 볼 것입니다. 그동안 석탄 채굴이 금지되고 발전소 건설 역시 인허가가 나지 않았었는데, 그것들이 풀린다면 인프라 건설 및 장비 공급 업체들의 전망이 밝을 것입니다.
조충제 팀장: 스마트 씨티 100개를 건설하는 것도 에너지와 환경, 주거지와 근무지 연계, 대학과산업의 연계 등을 염두에 두고 있고, 과거 정부에서 도로에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철도로 4대 도시를 연결한다고 하니 우리도 철도 건설 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델리 메트로철도공사의 프로젝트는 기반공사에서 광케이블과 네트워크, 상하수도 등이 먼저 깔리는 신도시 컨셉입니다. 마하라슈트라 개발공사와 협력해서 우리 정부가 무료로 슬럼가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정부에서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순철 교수: 저도 스마트 씨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특성화를 시키겠다는 뜻이거든요. 그럴 때 바로 인프라도 한꺼번에 들어가야 하므로 민간투자, 외국인투자까지 합쳐야 합니다. 스마트 씨티가 건설된다는 것은 그 지역에 그런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김응기 대표: 7~8년 전에 인도 뱅갈로르에서 지하철, 버스, 철도 등이 연결되는 복합운송시스템에 대한 의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중간에서 제가 연락을 몇 번 했는데, 여러 기업과 공사 등의 관할이 불분명하다 보니, 결국 우리측에서 호응을 못했습니다. 즉,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결국 그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인도 신정부에서 스마트 도시 건설을 추진한다면, 우리가 미리 패키지화해서 관련 업체나 기관을 모아 스마트 씨티 사업단을 만들어 인도 정부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현재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인 9개 도시를 중심으로 이런 스마트 씨티가 건설되고확산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모디의 신정부, 인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시선을 바꾸자
조학희 실장: 이제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대우 수석연구위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분위기인데, 연구원과 유관기관들이 앞서서 인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기업들에게 막연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도 진출은 여전히 어렵지만 이 기회에 한국형 진출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각개격파로 진출하면 너무 힘들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야나 진출지역 등에 관해 전략을 짜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겠습니다. 인도 시장에서 우리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아직 작지만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응기 대표: 일단, 우리 언론이 모디에 대해 거지, 천민 출신이라고 자극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삼가고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인도가 볼 때 무역적자를 해소해야하는 대상국 중 하나입니다.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다면 모디 당선 축하선물로 우리가 먼저 인도 망고를 수입하도록 개방하면 어떨까요? 셋째, 깊은 연구 없이 무모하게 인도에 진출할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다음 단계의 인도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충제 팀장: 사실 인도는 만성화된 인플레이션 문제와 공급망 문제, 수퍼 엘니뇨라는 이상기후와 만성 재정적자 등으로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금리는 현재 중앙은행 총재가 절대로 양보하지 않고 낮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친성장 친기업 정책으로 가려면 정책적인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투자를 촉진하는 것 말고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마도 민영화와 공공부문 명예퇴직 등을 쓸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만, 큰 규모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순철 교수: 우리 정부도 중국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제 인도에 대한 관심의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중국에 관한 부서는 외교부에도 2개나 있고 10명이 넘게 담당하지만, 인도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1~2명에 불과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1명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에는 인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담당하는 사람도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정부의 구조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조학희 실장: 좋은 말씀 모두 감사합니다. 이제 인도에서 ‘모디(Modi)’가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 만큼 인도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수정(modify)’ 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