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전리 암각화의 새로운 해석
천전리 문양 해석 화가 김호석씨 "천전리 암각화 동심원 문양, 태양이 아닌 빗방울 본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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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씨는 “천전리 암각화의 문양들은 비·소용돌이 등 농경사회에서 사람들이 희구한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울산
천전리(川前里) 암각화의 기하학적 문양들은 유목사회의 전통이라기보다는 선사시대 한반도의 농경사회적 가치관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동심원 문양을 태양 숭배의 상징으로 봐왔던 것은 잘못입니다.” 한국화가 김호석(金鎬 )씨가 6월 29일 서울 문예진흥원에서 열리는
‘2004 한몽(韓蒙) 예술인대회’에서 국보 147호인 울산 울주군 천전리 암각화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이날 대회에서 몽골 미술사학자
밧드르씨는 ‘몽골 암각화를 통해 본 유목 정신’을, 김씨는 ‘천전리 암각화 문양 연구’를 발표한다.
밧드르씨는 “선사시대 몽골
암각화에서 나타나는 사슴·호랑이·소 등의 동물과 수렵을 표현한 그림들은 13~14세기 몽골제국 시대의 미술에까지 이어진다”며 유목민 특유의
미술적 상상력이 암각화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김씨는 천전리 문양의 중심을 이루는 갈매기형(Chevron)
문양과 동심원 문양을 농경 사회의 상징으로 읽자고 제안한다. 그는 갈매기형 문양을 세계 곳곳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수목(樹木) 숭배’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김씨는 “가계도(家系圖)가 나무의 형태로 표현됐던 것”이며 “갈매기형 문양은 수많은 조상을 표현한 계급성 짙은 계보도로서
부족 내의 결속과 번성을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동심원과 소용돌이형 등 둥근꼴(Circle) 문양에 대해서 그는 “세계 도처의
암각화에서 태양은 수직적인 표현으로 그려져 있지만 천전리의 동심원은 위계질서가 없는 수평적 표현”이라고 차이점을 지적한다. 그는 “농경사회
사람들에게는 가뭄이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라며 ‘동심원=비’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물 위나 메마른 땅에 빗방울이 떨어진 형상이 동심원
문양이 되고, 회오리 바람의 형태는 소용돌이형 문양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유타주나 우간다의 암각화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4일까지 계속되는 한몽 예술인대회에는 김사인(시인)·이희재(만화가)·이은미(가수)씨 등 한국 예술인 12명과
부양자야(Ts Buyanzaya·시인)·칠라자브(Kh Chilaajav·몽골문화예술위원회 회장)씨 등 몽골 예술인 8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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