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유엔세계관광기구가 꼽은 최우수 마을 하동 평사리
연말연시 모임에 설 명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2월이다. 마음에 깃들지 못한 여유가 못내 아쉽다. 걸음을 늦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최우수 마을로 선정해 더 잘 알려진 하동 평사리. 이곳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면 어떠한가. 글 백지혜 사진 유근종·하동군·경남신문 동영상 이솔희 선정된 세계 32곳 중 한국에서는 평사리가 유일 얼마 전, 평사리는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 개발과 농촌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 중인 ‘최우수 관광 마을’에 최종 선정됐다. 전 세계 57개국, 130개 마을이 응모한 가운데 문화와 자연 자원, 앞으로의 잠재성, 경제·사회적 지속성, 민관협력을 고려해 총 32곳을 선정했다. 한국에서는 하동 평사리가 유일하다. 세계가 인정한 최우수 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어떻게 최우수 마을이 될 수 있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지난 1월 중순, 평사리를 찾았다. 옛 평사리 사람들이 오가던 반디골길 마을 어귀에서 평사리를 안내해 줄 상평마을 고대원(66) 이장을 만났다. 평사리는 어떻게 봐야 좋은지 물었더니, 옛 평사리 사람들의 생활권이었던 반디골길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섬진강에서부터 평사리 공원~동정호~상평마을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고 이장은 섬진강에서 물고기와 재첩을 잡아 수입원을 만들고 산으로 나무하러 줄배로 강을 건넜던 어린 시절, 평사리 들판에서 넉넉하게 곡식을 얻었던 시절, 둑이 터져서 몇 번이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부역을 치러냈던 것까지 살아있는 평사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졌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천천히 걸으면 걸을수록 마을 곳곳이 찬찬히 눈에 담겼다. 평사리 이름은 악양8경 중 평평한 모래밭이나 들판에 기러기가 내려앉는 모양의 명당 터를 말하는 ‘평사낙안(平沙落雁)’이란 말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평사리 들판이 가장 잘 보인다는 한산사로 올라갔다. 지리산 끝자락 형제봉과 구재봉을 쭉 이어보니 드넓은 들판이 꼭 어머니 치마폭에 안겨있는 듯하다. 들판 한 가운데 서로 의지하듯 옆을 지키고 서 있는 부부송은 언제 봐도 견고하고 다정한 모습이다. 황금빛을 내뿜는 가을에 진가를 발휘하는 들녘이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풍요로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차분한 공기의 지리산 자락과 잔잔한 물결의 섬진강 하류. 겨울의 평사리는 꽉 찬 마음을 덜어내기에 충분했다. 소설 <토지>와의 특별한 인연 평사리는 <토지>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고 이장은 “평사리가 관광지로 이목을 끈 건 사실상 대하소설 <토지> 속 공간적 배경이 되면서부터라고 봅니다. 소설을 쓴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구상하고 있었던 1967~1968년쯤, 진주여고 동창 친구가 결혼해 정착한 평사리에 잠깐 들른 것이 특별한 인연이 됐다고 해요. 대부호가 나올 만한 너른 들판, 민족의 역사가 서린 지리산 자락,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주요 인물까지 선생이 절실히 바라던 곳이었죠”라며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소설 속 모습을 재현해 놓은 최참판댁 대문 앞에 서봤다. 평사리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게, 마치 옛날부터 최참판댁이 그 자리에 실제로 있었던 것만 같다. 최참판댁에서 조금 더 올라가 박경리문학관으로 갔다. 박경리 선생의 생애, 토지를 집필할 때 모습, 유품까지 볼 수 있었다. 작지만 알찬 이 공간에 들어서니 박경리 선생의 옹골찬 뚝심이 느껴지는 듯했다. 문학관 아래에는 2019년에 생긴 한옥문화관도 있다. 말끔하고 단정한 한옥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하룻밤 자보면서 느긋한 여유를 맘껏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오랜 세월 더 나은 지역 위해 모두가 이뤄낸 결과물 99가구 총 176명이 거주하는 평사리가 하루아침에 최우수 마을이 된 건 아니다. 좀 더 나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하동군과 더불어 평사리 주민들이 마을 관광산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덕분이다. 고 이장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었던 갈등도 시간을 두고 충분히 소통해 해결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정서를 잃지 않기 위해 ‘느림’을 전제로 건강한 삶과 생활을 이끌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 최우수 마을 평사리의 명소를 소개합니다 ! ➊ 하동 한옥문화관(올모스트홈 스테이) ‘집과 같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한옥 숙박시설이다. 일영재, 월영재, 운락재 등의 8개 한옥 펜션으로 꾸며져 있다. airbnb에서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검색해 예약할 수 있다. ➋ 동정호 생태산책로가 나있는 경남의 대표 우수 습지로 악양루 등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산책로 곳곳에 4가지 테마(부자, 사랑, 건강, 행운)의 느린 우체통을 운영하고 있다. 위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305-2 ➌ 평사리 공원 오토캠핑장 58면, 텐트 야영장 29면으로 구성돼 가족 야영장으로 인기가 있다. 주차 공간이 넓고 평탄한 바닥에 잔디가 깔려있다. 문의 055)880-2471 ➍ 스타웨이 하동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 전망대다. 계절별 이용 시간이 달라 방문 전 문의는 필수다. 문의 055)884-7410 ➎ 고소성 군립공원 신라 때 군사적 목적으로 돌로 쌓은 산성이다. 지리산의 험한 산줄기를 뒤에 두고 섬진강이 앞을 가로막는 천연의 요새로 1983년 11월 14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위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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