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곳간 바람이 머무는 숲’에서 주최하는 오름아카데미 제5기 여름 공부가 끝났습니다.
7월 1일부터 8월 26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9회에 걸쳐 실내외에서 만나 각 분야 전문 강사님들께 귀한 수업을 받았네요. 각 분야 권위자인 강사님들의 실내 수업은 물론이고 화산 폭발이 만들어낸 지질과 지형, 식생 등을 바로 그 현장에서 실물을 보며 공부를 한다는 건 세계적 화산섬인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경험이겠죠.
프로그램에서 강사님들 이름만 보고, 처음엔 저 혼자 생각으로 이건 모두 실내수업이라고 오해했습니다. 이 분들과 현장에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냉방시설 되어 있는 곳에서 앉아 있을 생각만 했거든요. 야외 수업 병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처음에는 제가 얼마나 좋은 기회를 잡은 건지 잘 몰랐습니다. 이 강사진에, 이 수강료에, 게다가 버스에 태워서 왕복하고, 밥도 준다니… 시쳇말로 ‘사장님이 ㅁㅊㅇㅇ’란 말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잘했다, 잘했다’ 하며 저를 칭찬했습니다. (강의 내용은 ‘~한다.’로 하겠습니다)
1. 7월 1일: 개강식 at 상생모루 강의실
* 개강식: 운영진(김천석교수님, 오정숙선생님, 권석규선생님, 신은정선생님, 정혜정선생님) 소개.
* 생태 보물섬, 제주_김천석교수
삼다/삼무/삼보/삼려로 유명한 제주가 UNESCO 3관왕(생물권 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을 얻으며 새로운 가치에 집중하고 있고, 그중 368개의 오름은 제주 역사문화관광의 중요한 자산이다. 오름은 ‘화산체의 형태, 화산분출물, 분화구, 경사각’ 이 4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 마이크로 히스토리 관점에서 본 이형상의 김녕관굴_김은석교수(제주대, 역사학)
이 강의 내용은 조만간 김은석교수님의 저서로 나올 내용이라서 리뷰에는 생략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5기 분들은 갖고 계신 자료를 보시기 바랍니다.
2. 7월 8일: 오름의 왕국 제주_김천석교수 at 영주산
신들이 사는 곳이라 영주산(표고 326.4m, 비고 176m, 말굽형_동남향)이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오름이었습니다. 김천석교수님이 오름에 마음을 뺏기게 된 곳이라죠. 오래 전부터 목장지대가 조성되었던 곳으로 여전히 소가 많았는데, 소들이 그야말로 ‘소 닭 보듯’ 시크한 자세로 저희를 바라보더군요. 오름 전체에 펼쳐진 소 똥 피하랴 땀 닦으랴, 강의 들으랴 동분서주하며 계단과 경사로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 화악~ 트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더군요. 동서남북 사방이 트여 송당과 성산 일대의 오름들(송당 비치미오름, 백약이오름, 동검은이, 용눈이, 우도, 성산일출봉, 대수산봉 등)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올라갈 때는 땀이 좀 났는데, 내려올 때는 숲길로 접어들어 시원하니 좋았던 오름 나들이였습니다.
3. 7월 15일: 오름의 이름 / 화산섬 제주와 한반도 화산이야기 at 상생모루 강의실
* 오름의 이름에 대한 고찰_김천석교수
오름 뒤에 붙은 ‘산, 악, 봉, 메, 오름’ 등 다양한 명칭의 유래와 기준 등에 대한 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 화산섬 제주와 한반도 화산이야기 – 윤성효교수(부산대, 화산학)
화산연구특화센터의 센터장이자 (사)제주화산연구소 소장님인 윤성효교수님께서 제주의 화산활동에 대한 아주 자세하고 전문적인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장장 2시간 넘게 쉼없이 화산의 세계에 푹 빠졌다 나온, 심도 깊은 강의였습니다.
4. 7월 22일: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과 신양리층_김천석 & 오정숙선생님 at 성산일출봉 인근
파란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진 여름날, 성산일출봉 인근의 이생진 시비에서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지질과 오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출발했습니다. 성산일출봉 앞으로 해서 터진목, 신양리층, 광치기해변까지 걸어가며 성산일출봉의 탄생과 변화, 역사를 들었습니다. 시체가 많이 바다에서 떠밀려와 마을 사람들이 관을 만들어 장사지냈다 해서 이름붙었다는 ‘관치기’는 이제 햇빛이 올라오는 좋은 기운을 가진 ‘광치기’해변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5. 7월 29일: 오름에서 만나는 식물_문성필선생님 at 이승이오름
신례천생태탐방로 종합안내소에서 만나 제주생물자원의 문성필연구위원님과 함께 이승이오름을 올랐습니다. 나무에 열정 가득인 문성필선생님이 그날 식물 이름을 아주 많이 가르쳐주셨습니다. 저는 메모하다 중간에 지쳤는데, 다행히 문일주회장님이 그날 배운 식생 30여 가지(조록나무, 솔비나무, 황칠나무, 한라세종지란, 애기버어먼초, 제주피막이 등)를 깔끔하게 메모해서 공유해서 고마웠습니다.
6. 8월 5일: 오름과 지질이야기 / 한라산이야기 at 상생모루 강의실
* 오름의 지질_김천석교수
방패를 엎어놓은 모양 같은 제주도의 지형과 지질, 용암의 종류 등에 대한 구체적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 오름아카데미 5기 수강생 각자 소개
한 달째 함께 수업을 받으면서 어떤 분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이날 교수님께서 소개 시간을 주셔서 그날 출선한 20여 명(대략 반은 제주토박이, 반은 외지에서 온 분들이더군요)이 각자 소개를 하고, 5기 회장(문일주선생님)도 뽑았습니다. 앞으로 수업이 끝나고도 5기 동기들의 알찬 모임이 기대됩니다.
* 오름 중의 오름, 한라산이야기_강정효선생님
사진가이자 전 민예총이사장 강정효선생님은 제주에서 ‘한라산’의 의미를 두루 살펴주셨습니다. 세계자연유산의 보고인 제주 관련 출판물 중 80%는 외부인들에 의해 제작되었는데 그중 왜곡된 정보가 많아서 아쉽다는 말씀도 하셨구요. 한라산의 의미와 산세, 산속 생활 등과 함께 한라산에서 시작된 광령천과 효돈천 등 제주의 ‘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7. 8월 12일: 만장굴_안웅산박사 at 만장굴
오름이 만들어낸 걸작, 만장굴 수업은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의 안웅산박사님(이학박사, 지질학)이 맡아주셨습니다. 저는 그날 결석해서 동기인 이현옥샘의 후기를 보니 “만장굴만큼 넓고 깊은 설명에 3D로 거문오름 용암과 뒤따른 체오름 용암이 8천년 전 당시처럼 흐르는 게 보였다”네요. 안웅산박사님 덕분에 영화보는 줄 알았다며 멋진 이야기꾼이라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아울러 ‘안박사님이 JIBS 방송에 나와 설명하신 동영상’도 문회장님이 공유해서 유익했습니다.
8. 8월 19일: 서귀포 패류 화석층_오정숙선생님 at 서귀포층
이 날은 국가지질공원 해설사인 오정숙선생님께서 직접 제주의 세계적 지질공원 핵심명소인 서귀포층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서귀포의 외돌개와 새연교는 갔어도 바로 옆에 이렇게 위대한 지질명소가 있는 줄 몰랐는데, 놀라운 풍경을 봤습니다. 약 180만 년 전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서귀포 100m두께로 형성되었다니요. 오정숙선생님을 따라 겹겹이 쌓인 지질층과 그 사이사이에 끼여 화석으로 굳은 백상아리 이빨과 북녘가리비, 제주송곳고동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새연교 건너 새섬에서 만난 새하얀 맥문아재비꽃은 또 어찌나 예쁜지… 억겁의 시간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식물들을 본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9. 8월 26일: 오름페스타_김봉진&현경희선생님 at 베릿내오름
오름아카데미 5기의 마지막 수업은 오름페스타로 진행되었습니다. 페스타festa는 원래 페스티벌festival과 함께 쓰이는 말인데, 최근에 교육과 여행 등의 의미를 추가해 자주 사용한다네요. 다 함께 천제연폭포를 둘러보고 오른 베릿내오름에서 열린 오름아카데미 마지막 수업은 그 의미에 딱 맞는 행사였습니다. 춤추는 평등부부 김봉진&현경희선생님 부부가 오셔서 자연과 공감하고 몸을 자유롭게 하는 춤을 가르쳐주고,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춤추는 한라산’ 현경희선생님의 목소리에 맞춰 몸에서 힘을 빼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서로 교감하며 한참동안 움직이다보니 몸이 편해지고 하늘과 땅, 나무가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두 달 동안 실내에서는 진지하게 제주 이야기를 들었고, 야외에서는 눈으로 직접 제주 화산활동의 흔적을 확인하고, 푸르게 자라는 식물들과 호흡하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준 김천석교수님과 오정숙선생님, 매번 작품 같은 사진을 남겨주신 권석규선생님, 출석 체크에 점심식사 장소 안내 등 번거로운 일을 기꺼이 해주신 정혜정선생님, 신은정선생님, 베스트 드라이빙 솜씨로 제주 각지를 함께 누벼주신 김혜선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걷고 배우며 돈독해진 오름아카데미 5기 동기들과도 아쉽지만 문일주회장님과 장경민총무님과 함께 할 즐거운 아카벙개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고자 권석규샘이 카페에 올려주신 것들을 사용했습니다.
첫댓글 함께 해요.
아카 벙개~
당연하죠
그간의 장정을 일목요연하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셨군요.
한 곳에 모아 보는 맛이
근사하게 차린 반주상 같아
기분 마져 흐뭇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프로그램 기획이 좋아서 쉽게 썼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사진이랑 메모 정리 잘 했습니다.
너무 잘 정리해 주셔서 그날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는 광을 팔았나. 관치기가 광치기가 된 사연을 후기를 통해 알게 되네요. 이것이 바로 후기의 묘미지요.ㅎㅎ 써진 것을 보면 쉽게 읽히지만 일정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며 적절히 안배하여 정리하기 어디 그리 쉽던가요.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고 한분 한분 해주셔서 이심전심 묻어갑니다.
그리고 술을 잘 못해서^^;; 저는 밥상이 떠올랐어요. 운영진께서 산해진미로 공들여 차린 진수성찬을 맛있게 먹는 재미에 한번도 안빠지고 개근을 하였어요. 개근자가 너무 많아 아무도 칭찬을 안해줘서 셀프로 칭찬함ㅋㅋ
두 달의 즐거웠던 오름 여정이 선명하게 재생이 되네요. 다만, 제가 빠진 주에 중요한 일들이 너무 많이 있어서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요. 참여하지 못한 베릿내오름의 페스타 분위기가 어땠을지 대강 짐작은 되지만 못내 궁금.
덕분에 아카데미 여정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