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0493 류인채 시집 흑두루미 날다
천년의시작 ・ 2024. 1. 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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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년의시작 신간 안내
시작시인선 0493 류인채 시집 흑두루미 날다
흑두루미 날다 / 류인채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120쪽/ 시작시인선(세트 0493)
2023년 12월 25일 발간/ 정가 11,000원
ISBN 978-89-6021-748-5 04810 / 바코드 9788960217485 04810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류인채 시인의 시집 『흑두루미 날다』가 시작시인선 0493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4년 제5회 『문학청춘』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 제9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대상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는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 『소리의 거처』 『거북이의 처세술』 『계절의 끝에 선 피에타』가 있으며, 시문학 연구서로는 『정지용과 백석의 시적 언술-한국 현대시 창작 지침서』가 있다.
류인채 시인은 『흑두루미 날다』에서 “묘사와 진술, 열거와 인유”라는 화살을 가지고 아주 먼 곳까지 두루 겨냥한다.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의 말처럼 “친식물성 시인”답게 “식물을 형상하는 감각”을 아름답게 펼쳐내는 동시에 “동물과 고향, 성장기에 경험한 농경사회와 도시 생활”의 면면까지도 세심히 살핀다.
그가 쏜 화살이 ‘시’의 자기 고백적 성격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건네는 까닭은 발가벗겨진 삶의 상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은 아닐까.
“저무는 하늘 끝까지 날아갈 듯”한 흑두루미의 날갯짓처럼, 우리는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도 고요히 어디론가 날아갈 것이다.
❚추천사❚
류인채 시인은 친식물성 시인이다. 식물을 형상하는 감각이 아름답다. 흰 꽃이 무더기로 피는 이팝나무를 순간의 구름에서 끊어 왔다는 상상, 또 풍만하고 눈부신 새틴 소재로 비유하여 웨딩드레스를 만들었다는 상상이 아름답고 풍요롭다. 화사한 얼레지꽃이 바람둥이 어린년으로 비유되고, 길거리 한복판에 있는 꽃의 이파리가 얼룩덜룩 멍 자국같이 보이는 것을 집단 구타당한 것으로 의외적 상상을 한다. 묘사와 진술, 열거와 인유가 빛난다. 시집에는 풀과 꽃과 나무 등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상당수 언급된다.
표제시 「흑두루미 날다」는 묘사와 진술이 절정을 이루는 역작이다. 서쪽 하늘로 기우는 해가 마침표를 붉게 찍는다는 시각적 심상이 인상적이다. 갈대밭에서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 떼가 “오후 다섯 시를 끌고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표현이 장엄하다. “발목이 간지러운 갈대들이 잎을 뾰족이 세우고 휘청거린다”는 진술이 섬세하다. 오래 다물었던 입이 한꺼번에 터지듯 울음소리가 공중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은 웅장하다. 새 울음소리를 묘사한 의성어가 청각적 울림을 준다. 흑두루미 떼들의 군무는 하늘을 덮고, 노을을 배경으로 점묘화를 그린다. 갈대들이 방죽에 서서 오도 가도 못한다는 묘사와 진술도 일품이다. 하늘 끝까지 날아갈 듯한 새 떼를 따라가고 싶어서인지 화자의 겨드랑이가 간지럽다는 상상력도 기발하다.
문인에게 고향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다. 최근 류 시인은 성장기에 경험한 농경사회와 도시 생활, 그리고 다시 시골에 내려가 부딪히게 된 격세지감의 낯선 제재를 통해 새로운 시 세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많은 독자가 류인채 시인의 시를 만나 삶이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공광규(시인)
❚저자 약력❚
류인채
충남 청양 출생.
인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음.
2014년 「돌의 날개」 등 5편의 시로 제5회 『문학청춘』 신인상, 2017년 시 「돋보기」로 제9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대상 당선.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1998), 『소리의 거처』(2014), 『거북이의 처세술』(2016), 『계절의 끝에 선 피에타』(2019), 시문학 연구서 『정지용과 백석의 시적 언술―한국 현대시 창작 지침서』(2023) 출간.
2013년 인천예총 예술공로상, 2014년 인천문학상 수상.
경인교육대학교, 성결대학교 외래교수, 『학산문학』 『인천문단』 편집 위원.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지하 계단 플라스틱 바구니에 던져진 동전 한 닢은 13
환절기를 건너는 법 14
저 달 때문이다 15
안구건조증 16
등산 18
수수꽃다리 20
대봉…… 감 21
얼레지꽃 22
노랑턱멧새 24
암만 26
맥문동 28
흰나비 29
장평 멜론 30
목련 마스크 32
박규흔전傳 33
제2부
참나리꽃 37
흑두루미 날다 38
방임放任 40
간들바람 42
인천대공원에서 43
된서리 내린 아침 44
자동 살균 예약 46
시詩에게 48
성금요일 아침 50
월동 51
잠시도 눈 감을 수 없다 52
조팝나무 53
자귀나무 54
이팝나무 56
보행육교 57
곁 58
제3부
쇠뜨기 61
직박구리 62
저어새섬 63
파도의 뒤꿈치를 밟고 서서 64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며 66
분갈이 68
백신 효과 70
꽃잎을 머리에 인 사람들 71
펜스를 뛰어넘는 72
아픈 손가락 74
황제펭귄 76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 중이다 78
이통령 댁 면사랑 80
개미 81
감자알 이웃 82
절름발이 춤 84
제4부
집 한 채 89
대물림 90
자목련 92
가오리연 94
가장 차가운 처방 95
착한 머슴 96
뒷짐 98
구절초 99
고드름 100
능소화 101
화면 속 102
북한산 능선을 오르다가 103
묵서명墨書銘 104
옛집 105
해설
공광규 동식물과 고향 제재의 시편들 106
❚시인의 말❚
시인의 말
안개 낀 산책길을 걷는다
발밑에 눌린 풀잎
손사래 치는 나뭇잎이 보인다
뒷전의 내가 보이고
우짖는 새들
고향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가 가마솥에 시래기를 삶는지
구수한 내 물씬 코끝을 간질인다
어릴 적 내 머리를 쓰다듬던 적송이
뒷산에서 연신 손짓한다
머위 감국 까치수염
여우팥 꼬투리 속에
詩가 살아 있다
2023년 12월
느락골 문정헌에서 류인채
❚시집 속의 시 한 편❚
흑두루미 날다
순천만은 철새 도래지인데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갈대들만 가볍게 몸 비비며 서 있다
고요한 둘레길을 걷다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데
서쪽 하늘로 기우는 해가 마침표를 붉게 찍는다
순간, 푸르륵 푸르륵
여기저기서 새들 한꺼번에 깃 치는 소리 들린다
누가 무슨 신호를 보냈는지
갈대밭에서 숨 고르던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 떼가
오후 다섯 시를 끌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목이 간지러운 갈대들이 잎을 뾰족이 세우고 휘청거린다
저 새들, 어느 행성에서 날아온 누구일까
오래 봉했던 입이 한꺼번에 열린 듯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공중의 합창이 웅장하다
새까맣게 하늘을 덮은 군무가 시작된다
제 색에 취한 노을이 서천에 점묘화를 그린다
새들은 해 지는 쪽으로 날다가 돌아서 길게 원형을 만들다가 화르르
건너편 논바닥에 앉았다가 다시 날아오른다
머리 위에서 회오리가 인다
이곳의 저녁은 새 떼에 포위되었다
갈대들은 방죽에 서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새들은 제가 걸어온 길을 지우고 서서히 하루를 지운다
길이 없어진 길 위에서 나는 넋 놓고 그들을 바라본다
저 새들 지금 저 붉은 눈동자로 무얼 주시하고 있는지
긴 다리를 뻗어 이 저녁을 떠메고 어디론가 날아갈 태세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
높이 더 멀리 날아가 까마득한 점이 되는 새들
목을 길게 빼고 커다란 날개를 휘저어
저무는 하늘 끝까지 날아갈 듯하다
문득,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펴낸곳 (주)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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