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화요일(음력 3월 15일 丁巳日) 한줌의 재로 돌아간 政山을 道樂山(도락산)과 佛谷山(불곡산) 사이 청엽굴 고갯마루 가까이에 있는 하늘安추모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나오는데, 주변 분들이 삼우제와 49재 여부를 물었습니다. 삼우제는 집에서 간소하게 올리겠지만 49재는 생각해보겠노라고 했습니다. 뒤돌아보니 제 시부모님은 유언에 따라 천주교성당에 모셨고, 친정 부모님은 화장하여 고향 땅에 모신데다 장남이 외국에 거주하는 터라 일반적인 儀禮(의례)를 따르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故人이 된 政山의 祭禮(제례)는 자식들과 함께 제가 주관했기에 이참에 三虞祭와 49재에 대해 그간 머릿속에 담아둔 내용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宗家에서는 그 형식과 절차를 따라 엄격하게 葬禮(장례)와 祭禮儀式(제례의식)을 진행하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焉敢生心(언감생심)일 뿐입니다. 현대사회를 사는 일반인들은 최소한 三虞祭(삼우제)와 49齋(재)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알고, 실천 여부를 정하면 된다고 봅니다.
요즘은 가까이 있던 가족이 돌아가시게 되면 거의 대부분 병원에 마련된 葬禮式場에서 三日葬을 치르고 埋葬(매장)하거나 火葬하여 納骨堂(납골당)에 모시거나 樹木葬(수목장)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제사와 관련된 내용은 각자가 가진 종교에 의해 결정함에도 삼우제와 49재는 종교방식을 원용하여 지내는 듯합니다. 그런데 三虞祭(삼우제)에 대해서는 그 ‘삼오제’ ‘사모제’ 등등으로 그 용어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관행에 따라 장례식 이후 삼 일째 되는 날에 치르는 듯합니다. 일반인들을 위해 삼우제와 49재에 대해 간략히 알아봅니다.
三虞祭는 故人의 넋이 편안하도록 기원하는 儒敎의 祭事방식입니다. 시대에 따라 집안에 따라 지방에 따라 학파에 따라 그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虞祭는 세 번에 걸쳐 올리는데, 예전에는 집에서 葬禮를 치렀기에,
- 첫 번째인 初虞祭는 葬事(장사) 지내고 난 그날 집에 돌아와 간략히 지냈고,
- 두 번째인 再虞祭는 初虞祭 뒤의 柔日(60甲子 중 天干인 十干 곧,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 가운데 짝수에 해당하는 날인 乙・丁・己・辛・癸가 들어간 날)에 집에서 지냈으며,
- 세 번째인 三虞祭는 再虞祭 뒤의 剛日(天干에서 홀수에 해당하는 날인 甲・丙・戊・庚・壬이 들어간 날)에 山所에 가서 墓의 상태를 살펴본 뒤 간소하게 祭需를 陳設하고 제를 올렸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亡者를 집 바깥인 산소에 모신 뒤 슬픈 마음을 가눌 길 없어 대체로 삼일 연속 간략한 제례를 통해 슬픔을 헤아리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요즘엔 納骨堂에 奉安하고 삼일 뒤에 다시 가서 三虞祭를 지내기도 하는데, 이미 잘 봉안해두었기에 집에서 간략히 祭를 올리며 슬픔을 함께한 가족들이 모여서 망자를 기리며 서로를 위로하는 것도 무방하리라고 봅니다.
또한 전통유교의 卒哭祭(졸곡제)에 해당하는 49재는 불교의 輪回사상과 유교의 장례법이 결합하여 나온 산물로, 그 數 속에는 유학의 최고 경전인 周易의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七을 周易의 의미로 풀이하면, 해가 지는 서쪽이자 불교의 西方極樂淨土(서방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수이면서 七日 만에 다시 살아난다는 七日來復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大乘佛敎(대승불교)가 황하문명권에 들어온 뒤에 유교문화를 담아내면서 불교는 토착 종교화가 됩니다. 그중의 한 예가 亡者의 극락왕생을 위해 발원하는 일입니다. ‘모든 중생을 惡業(악업)과 地獄(지옥)의 고통에서 구제하고, 단 한 명의 중생이라도 깨달음을 얻지 않으면 성불하지 않겠다’고 誓願(서원)한 地藏菩薩(지장보살)을 중심으로 한 左右 열 명의 大王앞에서 망자의 가족들이 차례대로 7일마다 불공을 드리는데 일곱 번째 七日이 되는 49재에는 완전히 바뀐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49는 주역의 64괘 가운데 49번째 괘인 澤火革괘를 나타낸 수입니다. ‘革’은 때가 바뀌다, 혁명하다’의 뜻입니다. 이를 佛家에서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완전히 떠난다는 의미를 담아 49재를 지내는 것입니다. 그런 뒤에는 100일째 되는 날, 1년째 되는 날, 3년째 되는 날 망자를 위해 불공을 드리는데 유교의 삼년상과 같은 의미입니다.
다양한 종교문화와 각국의 문화가 혼재된 현대사회에서 천편일률적으로 형식적인 제사의례를 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간략한 祭禮를 통해 亡者에 대한 追慕(추모)의 念(염) 과 함께 산 자들의 마음가짐을 헤아려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家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