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 연기 잘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실 저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웃는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뭔가 섬뜩함과 날카로움이 느껴진달까요?
나이가 드니 섬뜩함,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러움, 온유함을 갖춘 배우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네요.

아주 어렸을 적,
역사를 잘 모르던 때....
광해군은 그저 나쁜 임금, 폭군으로만 알고 있었지요.
역사를 배우면서, 역사를 차츰 알게 되면서부터
광해군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고,
그가 실행했던 많은 개혁(대동법 등)들이 올바르게 조명을 받아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광해군 일기에 적힌 한 줄의 기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
그 한 줄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 영화....
참으로 재미있더이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감동도 있더이다.
제가 역사를 다룬 영화를 즐겨보는 이유는,
영화 속에서...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디테일한 또하나의 역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이 영화를 혹평하면서 표절이다, 뻔한 이야기다 뭐다 트집을 잡아대지만...
얼마나 배울 게 많은지요.
영화의 첫 장면, 왕이 치장을 하는 모습
머리를 빗고, 손에 기름을 바르고, 빗은 머리를 상투를 틀고...
그 디테일한 장면을 제가 어디서 볼 수 있겠습니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인데요.
스토리는 혹평자들의 말처럼 평면적이고, 이미 모든 것을 예감할 수 있는 뻔한 스토리입니다.
광해군은 서인과 북인 사이에서 갈팡질팡, 무척 예민하지요.
광해군을 끌어내리려는 반대세력 중신들로부터 왕을 지키려 노력하는 허균...
결국 아픈 왕을 대신할 가짜를 찾기에 이르르고...(그런데 이건 진짜 광해가 원하던 일)
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 가짜는
진짜보다 더 진짜답게(멋지게, 합리적으로, 인간적으로) 나랏일을 처리하게 되는 거죠.
영화보는 내내 가짜왕의 행동에
깔깔 웃고 때로는 눈물짓고...가슴이 짠하고...
그러면 만족한 영화 아닐까요?
저는 100% 만족했습니다.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요즘 그런 영화 많잖아요? 보고나서 찝찝한 영화, 돈이 아까운 영화...)
배우 이병헌은 역시 글로벌 배우!
정말 연기 끝내주게 잘합니다.
허균 역의 유승룡은 좀 그렇고 그렇고....(이 배우, 지적인 역할에 좀 안 맞는 듯...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중전 역의 한효주- 눈부시게 우아하더이다.
내관 역의 장광- 역시 그 역할에 완벽합니다.
유쾌하게 보고 났지만 뭔가 가슴이 무거운 영화...
그 당시의 정치와 지금의 정치가 너무도 비슷하여 화가 나서인가요?
첫댓글 난 이병헌 웃는 모습 때문에 좋아하는데... 왕이된 남자, 접수했습니다. 감사^^*
예, 웃는 모습은 명품이지요!
이병헌은 목소리로 반 먹고 들어간다고들 하더라고요.
거의 3인의 역할을 각각 잘 해내더군요. 진짜왕, 가짜왕, 그리고 본래의 자기 모습...
정말 좋은 영화였어요. 정치인들이 보고 본 받아야 할 게 많은 영화였습니다. 백성의 어버이라 하면서 자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모순을 저지르는 행위, 국민을 주인이라 하면서 군림만 하는 행위! 위정자들이 봐야할 영화입니다. 반전도 좋았지요.
당파 싸움, 정말 무섭대요.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