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의 역사를 배경으로 쓴- 픽션 동화
꽃동네 마술 놀이
박경선
1. 악동 삼총사의 자랑 대결
맞춰 봐. 대구에서 10월 끝자락에 시작된 국화전시회가 11월에도 한참 동안 펼쳐지는, 꽃 정원이 어디일까?
그래. 대구수목원이야. 수목원과 5분 거리에 있는 대진초등학교 악동 셋이 요즈음 부쩍, 학교만 마치면 수목원으로 몰려가서 놀아. 국화 전시회를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구경도 신나고, 수목원 들머리에서 파는 먹거리 구경도 신나는 놀이야.
“너희들 봤지? 우리 수목원 앞 국화빵, 전국에서 소문난 맛이라고 텔레비전에 났던 것!”
국화빵 좋아하는 국이의 자랑에 아린이도 나섰어.
“응, 나도 ‘1박 2일’ 그 프로(그램) 봤어. 솜사탕을 들고 공중 물놀이 기구를 타는데 말이야. 솜사탕이 물에 젖으면 아웃되잖아. 그래서, 솜사탕을 아기처럼 옷 속에 넣고 아웃 안 되려고 난리 피우는 것 보니 우스웠어!”
“나도 봤어. 정말 웃겼어. 저 할아버지가 파는 뻥튀기도 입소문 났어. 고소하고 아삭아삭하고 맛있다고.”
이렇게 말하는 뻥이는 한 수 더 떴어.
“그리고, 우리 아빠가 그랬어. 삼성 수목원 아파트로 이사 왔더니 수목원 정원을 함께 끼워주더라고. 그러니 수목원은 우리 거야.”
뻥이 말에 국이도, 아린이도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저희도 주인이라고 나섰어. 그러자 뒤쪽에서 따라오며 악동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던 아줌마도 끼어들었어.
“나도야! 수목원 뒷문, 푸르지오 아파트에 살지만, 나도 수목원이 우리 거라고 말하고 다녀.이름이 대구수목원이니까 대구 시민이면 누구나 주인이지. 그러고 보니 너희는 수목원 꽃동네 부잣집 아이들이네. 호호!”
아줌마가 흘린 말에 꽃동네 부잣집 아이들이 된 악동들은 갑자기 가슴이 수목원 넓이만큼 넓어졌어. 몸을 곧추 세우고 발걸음도 행진하듯 신나게 수목원으로 들어갔어.
늘 보던 대로 연둣빛 잔디밭 입구에 놓여있는 커다란 ㄷ,ㄱ,ㅅ,ㅁ,ㅇ 을 새긴 나무 글자를 지나쳐서 정원 한가운데 있는 분수로 갔어. 분수는 지구 공을 높이 올려 들고 오늘도 하얀 물줄기를 세차게 내뿜고 있어.
“춤추는 선녀들이 피아노 건반 위를 풀쩍풀쩍 뛰면 저런 흥겨운 춤이 될 거야!”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아린이가 말했어.
“춤추는 선녀같다고? 멋 있는데. 난 그러면 춤추는 선녀 분수를 그려 볼 테야.”
화가가 되고 싶은 뻥이가 말했어.
“저것 좀봐. 좁은 구멍에서 압력으로 밀어 올리는 물줄기가 멋져!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 는 모습 같아. 난 우주 과학자가 될 테야!”
악동들은 분수의 춤을 보면서도 제마다 뻗어나갈 꿈을 다졌어.
2. 꽃향기 터널 지나 꽃용 나라로
그것 아니? 수목원의 동물 모양 국화전시물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영혼이 옮겨져서 같이 마술 놀이를 한다는 이야기!
악동 삼총사는 숨바꼭질로 마술 놀이에 빠져들었어. 뻥이가 꽃 기린 뒤에 숨으며 외쳤어.
“나 찾아봐라.”
국이가 다가가 꽃 기린의 목을 잡았어.
“나, 뻥이야!”
꽃 기린이 금새 뻥이로 변신해서 성큼 뛰쳐나왔어. 그다음에는 국이가 꽃 순록이 되어 숨다가 찾기고, 아린이가 꽃 다람쥐가 되어 숨었다 찾겼어. 국이와 뻥이는 서로 눈짓으로 아린이에게 벌칙을 줬어.
“다람쥐는 찾기면 벌칙을 받아야 해. 벌칙으로 다람쥐 노래를 불러야 해!~”
그 말에 아린이는 국화꽃 다람쥐 앞에서 다리를 까딱거리며 노래를 불렀어
“산골짝에 …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파알닥 팔딱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
지나가는 어른들이 손뼉을 짝짝 쳐주었어. 아린이보다 뻥이와 국이가 더 신났어. 뻥이와 국이는 노래하는 다람쥐를 데리고 국화꽃 동굴로 소풍을 갔어. 꽃들이 몸을 둥글게 굽혀 양쪽으로 늘어섰네. 머리 위로 팔을 높이 뻗어 서로 손을 맞잡고 사람들을 반겨주네.
“꽃 꽃 꽃 대문을 열어라. 뻥이 대장 나가신다.”
뻥이가 가슴을 한껏 젖혀 대장처럼 지나갔어. 그 뒤로 국이 대장이 지나가고, 아린이 공주도 지나갔어. 꽃향기가 아이들 뒤를 따라왔어. 아이들은 꽃향기 터널을 지나 꽃용 나라로 갔어. 꽃용은 입에 여의주 구슬을 물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어.
“야, 우리도 저 마술 구슬 하나 있으면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아린이 말에 뻥이 호주머니에서 마술 구슬 세 알이 짠! 하고 나왔어. 뻥이가 발표를 잘 했다고 선생님이 상으로 준 구슬 사탕이야. 아이들은 한 알씩 입에 물고 오물오물 마술의 맛을 녹여 먹었어.
“너희들 마술사 봤지? 마술할 때 꼭 검은 보자기를 씌우잖아. 왜 그런지 알아?”
마술사 뻥이가 물었어
“어두워야 마술이 잘 돼.”
미래의 과학자 국이가 대답했어. .
“맞아. 우리 지금 눈 꼬옥 감고 어두운 꽃용 뱃속으로 들어간다. 꽃용 배속 길이 열리도록 주문을 외자. 나부터 들어갈게. ‘애, 뻥이야!”
뻥이가 자기 이름 주문을 외우며 하늘을 날았어. 그다음 국이와 아린이도 자기 이름 주문을 외워 꽃용 나라에 닿았어. 꽃용은 마술봉으로 물레방아를 돌리며 말했어.
“하늘나라 물레방아 돌리기 엄청 재미있어. 너희도 돌려볼래?”
꽃용의 말에 아린이가 놀라며 물었어.
“여기가 하늘나라라고? 그러면 우리 엄마 찾아봐야지.”
아린이의 뚱딴지같은 말에 뻥이도, 국이도 주춤했어. 아린이 동생 낳다가 작년에 하늘나라 간 뻥이 엄마! 그 뒤로 한 번도 아린이가 엄마 얘기를 안 했는데…, 국이와 뻥이는 당장 아린이 엄마를 찾아주고 싶었어. 그런데 꽃용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어.
“엄마 없는 애들 다들 하늘나라에 와서 엄마 만나고 싶다고 해. 하지만 첫 번째 마술 나라를 통과해야 될 걸?”
“거기가 어디에요?”
아린이가 눈물 글썽글썽한 눈으로 꽃용에게 물었어. 뻥이와 국이도 간절한 눈으로 애원했어. 꽃용은 삼총사의 우정에 감동했나봐.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어.
“황토길이 나오면 맨발로 끝까지 걸어가 봐. 그러면 첫 번째 마술 나라 꼭대기에 있는 꽃풍차 귀신이 엄마 없는 아이를 도와줄 수도 있어.”
삼총사는 귀신이라는 말에 무섭기도 했지만 포기할 수 없다며 길을 떠났어.
3. 첫 번째 마술 -꽃 풍차 나라
너희는 질퍽한 황톳길에 맨발 벗고 걸어봤니? 세 악동은 비가 와서 질퍽거리는 황톳길을 힘겹게 걸었는데 지칠 즈음에 꽃 풍차를 보았어.
“꽃 풍차 귀신을 어떻게 만나지?”
아린이가 하염없이 쳐다보며 걱정을 했어. 하지만 못할 게 뭐 있겠어? 국이가 둘레를 둘레둘레 돌아보다가 잔디밭에 물주는 호스를 발견했어. 국이가 손에 잡으니 마술이 생기면서 호스에서 물줄기가 치솟았어.
“이 물기둥을 타고 날아오르면 돼.”
악동 셋은 호스에서 뿜어내는 물기둥에 흠뻑 젖어 꽃 풍차 나라 꼭대기에 도착했어.
“꽃 풍차 귀신님! 우리가 아린이의 엄마를 찾을 수 있나요?”
“여기까지, 친구의 엄마를 찾아주러 오니 기특해서 알려줄게. 황톳길을 돌아 내려가서 사랑 표를 찾아 봐. 두 번째 마술 나라지. 날씨가 심술을 안 부려야 할 텐데.”
세 아이가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길을 떠나는 등 뒤에서 풍차 귀신이 측은하게 바라보더니 하나 더 알려주었어.
“얘들아, 세 번 째 마술나라에 가면 꽃 약탕기가 열쇠야. 행운을 빈다.”
아이들은 꽃 풍차 귀신의 친절한 길 안내로 두 번째 마술 나라로 길을 떠났어.
4. 두 번째 마술 나라- 사랑 표 찾기
세 악동이 사랑 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을까? 황톳길을 돌아나가다 보니 저쪽 끝에 천사 날개가 하얀 날갯짓을 하며 악동들을 부르고 있었어. 아린이가 제일 먼저 달려가서 날개 속으로 쏘옥 들어가 앉으며 말했어.
“이봐. 우리 엄마 찾으라고 천사가 일부러 날개를 여기 벗어 뒀어.”
천사 날개 속에 몸을 쏘옥 넣은 아린이는 완전히 포근하고 편안한 얼굴이었어.
“엄마가 아빠랑 한식당을 하고 저녁에 오면 엄마 품에서 고소한 밥 냄새가 났어. 새벽에 일 나갈 때도 꼬옥 안아주고 나갔던 따스한 기운도 그대로야.“
그 말에 국이도 한 마디 거들었어.
“그래 나도 기억이 나! 너희 엄마랑 우리 엄마랑 여기 와서 사진도 찍었잖아.”
국이 말을 듣고 보니 아린이도 엄마랑 사진 찍은 기억이 찰칵 났어. ‘아린아, 사랑해!’ 엄마 가 저쪽 편에서 두 손을 높이 올리고 사랑 표를 그리며 서 있었어. 그때처럼!
“엄마, 나도요!”
아린이가 사랑 표를 그리며 달려가는데 갑자기 안개 한 무더기가 엄마의 사랑표를 감싸버렸어. 꿈에서도 늘 안개가 심술을 부려서 엄마 품에 한 번 안겨보지도 못했는데….
아린이가 풀썩 주저앉으며 말했어.
“난 평소에도 엄마 꿈 꿔. 그런데 엄마는 내가 가까이 가면 늘 사라져 버려.”
아린이 말에 뻥이와 국이는 슬픈 얼굴을 했어. 하지만 좀 있다가 국이가 씩씩하게 나섰어.
“세 번 째 마술나라에 가면 너희 엄마를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거기서 무슨 열쇠를 찾아 보라고 했더라?”
“응, 기억 나. 꽃 약탕기 열쇠라고 했어.”
“꽃 약탕기라면 약초원에 있을 거야.”
악동 삼총사는 각자 기억을 떠올리며 약초원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났어.
5. 세 번째 마술 나라 – 꽃 약탕기
약탕기가 아린이 엄마를 찾는데 어떻게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어쨌든 뻥이와 국이는 뭐든지 해내면서 아린이가 엄마를 만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 약초원을 향해 앞서 달리던 국이가 약초원 정문에서 뒤돌아보며 소리쳤어.
“저기 사람들이 몰려 있어. 우리가 저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야 해. 어서 와 봐!”
그러더니 다시 뒤 볼아 보며 소리 쳤어.
“햐아! 아까, 우리 더러 꽃 부잣집 아이들이라 하던 그 아줌마가 문화해설 선생님인가봐.”
아린이와 국이도 달려가 보니 아까 그 아줌마가 문화해설사 명찰을 달고 어른들에게 수목원 이야기를 하고 계셨어.
“1996년부터 6년에 걸쳐 대구 지하철 1호선 건설공사를 했잖아요? 그때 각종 건설 현장에서 생긴 흙을 가져와 이 쓰레기 매립장 위를 덮었어요. 그리고 2002년 5월에 수목원을 개장했어요. 이제 여러분처럼 전국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티 투어 오는 분들에게 친환경 푸른 수목원을 보여드리며 우리가 주인인 자연을 소중하게….”
그 말에 국이가 나섰어.
“야, 들었지? 문화해설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께도 우리가 주인이라잖아.”
악동 삼총사는 한껏 신난 걸음으로 배를 더 부풀리며 사람들 틈새를 빠져나와 약초원 안쪽 꽃 약탕기 앞으로 다가갔어.
“여기에 보약을 넣어 마시면 우리 엄마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아린이가 단번에 마술 비법을 알아내어 말했어.
“그래, 한약방에서도 약탕기에 약초 이것저것 넣어 지어주면 보약 되잖아.”
“그래, 우리도 약탕기에 보약 지어 넣자.”
다다다 닥! 세 아이는 수목원 들머리에 있는 보약을 파는 먹거리 포장마차로 달려갔어. 잠시 뒤에 악동들이 꽃 약탕기 나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각자 손에, 보약이 세 개씩 들려있었어.
“자, 내 보약!”
뻥이가 꽃 약탕기 주둥이 구멍으로 국화빵을 내밀었어. 아린이와 국이가 하나씩 받았어. 국이는 뻥튀기를, 아린이는 솜사탕을 약탕기 주둥이 구멍으로 밀어 넣어 하나씩 나누었어. 셋은 약탕기 둘레를 돌며 보약을 맛나게 먹었어. 오늘 밤 꿈속에서 모두 아린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운이 솟아났어.
그날 밤, 아린이 꿈속에 정말 엄마가 찾아왔어. 아린이는 엄마 품에 푹 안겼어.
“그래. 아린아, 밥은 먹었니?”
엄마가 저녁 늦게 장사 끝내고 와서 늘 물어보던 그 말을, 똑같이 물어보는 걸 보면 아린이 엄마가 틀림없어. 아린이는 밤새도록 엄마 품에 푸욱 안겨 있었을 거야.
(2024.5.1.~5.10. 33)
※ 이 글은 수목원 앞, 대진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만난 2학년 지아린에게 바칩니다. 어머니 없이 사는 아린이는 대구 달성 사문진 100대 피아노 협연에도 선정된 만큼 실력이 뛰어나요.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인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꿈을 응원합니다. https://cafe.daum.net/packgungsun/kQp4/146?svc=cafe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