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 ㅇㅇ장가 보내려합니다 곧 날짜 잡으려고요. . . " 코로나19가 무장해제된 이번 추석명절 차례가 끝나고 모두 둘러앉아 음복중 먼친척동생이 평소 속썩이던 아들의 혼사를 발표하니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질문이 쏟아진다 그렇지만 그질문 레파토리는 한결같아 성씨? 나이? 학교? 또 고향등 가지수는 몇가지 아니었고 또 조금은 건성건성 물어보고 있슴이다 그런데 그의 선대고향 대목에서 나는 조금더 알려고하니 바로 동생의 답변이왔다 "형님 군대생활하던 곳 뒷편인데요 면회 갔을때 외출나와 순대국 먹던곳 옆이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그곳도 지금 상전벽해가 되어 전원주택이 한창 분양중이 더라고요. . . " 이크 그러면 거기는 동ㅇ리라는곳인데~~ "예! 맞아요 동ㅇ단지가 대대적으로 지금 개발되고 있습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동네와 나와의 인연을 생각해 보았다 혹시나 예비사돈과 나와는 어떤끈으로 연결된건지 그리고 그옛날 나도 모르게 그에게 혹시나 폐를 끼치지는 않았는지는?. . . . .
"띠르륵. . . . 툭: "띠르륵. . . .툭" 군용 전화벨이 울렸다. "통신보안 정문보초 병장 짱쐬주ㅂ니다 충성" "자~자~장병장님 취사반 마짬밥인데요 크~크~큰일 났습니다요" "야! 얀마 뭐가 큰일이야 무장공비가 나타난것도 아니고 그러면 진돗개가 벌써 발령됬을것 아니냐?. . ." "주~주~죽었습니다 강아지가요. . .. . . ." "뭐야? . . . 뭘 말하는거야 얀마. .하옇튼 기다려 들어갈테니까. . . . . "
이쯤에 이강아지의 이력을 말하여야 할것같다. 때는 197X년 서부전선 ㅇㅇ부대(부대명은 군사비밀상 미상) 나는 특명받아놓고 마지막으로 위병조장으로 근무중이였고 작년가을 부대 인사계(중대선임하사, 요즘용어는 행정보급관, 당시용어는 똥싸개)가 한배에서 낳은 강아지 2마리를 사와서 취사반에 풀어놓고 부대원이 남긴 짬밥으로 키워 다가오는 복날이 되면 팔아서 부대기금으로 요긴하게 쓴다고 하였다. 이미 남는 짬밥은 근처의 돼지사육가 김씨에게 가져가라하고 있는데 뭐 얼마나 군대보급이 풍족하여 사병들이 밥을 많이 남겨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군대에서 무슨 불만이 있겠는가? 그런데 들은바로는 개 2마리는 중대장과 인사계가 각각 한미리씩 사입한걸로 알음알음 알고있으며 애시당초 군대기금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우리중대원중 한명도 없을거다. 참 우리가 강아지라고 처음부터 불러서 그렇지 지금은 자라 강아지가 아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는 "쥐잡기운동"이 시도때도 없이 벌어져 쥐약피해가 많이 발생하였는데 군부대내에서는 쥐약을 놓지않으니 외부 민가에서 쥐가 약을먹은후 멀리이동 부대로 들어왔는데 이 개가 멋모르고 외식한다고 좋아하다 변을 당한것이다. 부랴부랴 근무지인 정문에서 취사반으로 들어와 축늘어진 개를 보니 측은한 생각보다는 분노가 솟았다. 야!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보통 우리 군격언중에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자는 용서할수없다 -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모장군의 말" 이있다. 그런데 이건 내가봐도 너무 한심하다 최소 무장공비였다면 몰라도 기껏 약먹은쥐에게 부대방호벽이 뚤려서 부대재산이 파괴된 상태이니 이따위 한심한 군기의 군대가 어떻게 영광된 조국통일을 위해 전진하는 "유신의 국군" 라는말인가? 그렇지만 지금은 위의 군격언이 이렇게 바뀌었다. 작전,경계,전투등 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되어도 "배식"에 실패한 지휘관은 결코 용서할수없다고~
"야! 짬밥 이거 누가 알고있어?. . . ."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우선 장병장님께 보고한겄입니다" "뭐? 왜 하필 나를. . . " 나는 당시 전역을 불과 열흘 남짓 남기고 느긋하게 위병근무중이며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다니고있는데 왜 나냐구?. . . . 아냐 나는 이미 특명받았고 개구리복도 벌써 준비 끝났는데 여기에 말려들면 안돼~ 나하고는 관계없는일이며 또 내가 개를 죽이지도 않았잖는가 괜히 여기 말려들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앞길이 9만리 같은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거야? 하옇든 나는 아냐 나는 아니라고~~~
내가 왜 이렇게 부정하냐고? 당시 군대네에서는 나름대로의 불문율이 있었다. 무었이든 분실 또는 손망실되면 이유없이 그 숫자에 맏게 채워 넣어야한다는~ ~ ~ 따라서 이경우도 마찬가지이니 요즘 젊은세대 같으면 아 뭐 정그러면 개인변상 하겠읍니다 하면 되잖아요 하겠지만 이는 만만치 않다 만일 이사건이 알려지면 아니 어떻게 전부대원이 큰일도 아닌 개한마리 잘못관리하여 죽게 만들고 그렇다고 부대장처지에 어떻게 쫄병에게 개인변상 시킬겄인가 또 이런일로 금전거출이라도 하면 이름뿐인 "소원수리" 이지만 알게 모르게 터져 나올수있다 이러니 부대네 분위기가 찬바람이 불고 또 내무생활의 괴로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얀마 이제 이건은 나는 모르는일이니 달구지 최ㅇㅇ하고 알아서 처리해" 내뱉고는 근무처로 걸어오는데 그거리가 200여m도 안되었지만 수시간이 걸린것 같았다. 그래도 최선임인 나에게 협조를 구했는데 모른척 후임최병장에게 떠넘기자니 낯이 간지러웠다.
그러면서 잠시 지나간 군3년을 회상해보았다. 큰건수로만 따져도 818도끼 만행때 최전방 점령진지에서 배가 고파 근처의 옥수수밭을 건드렸다가 영창갈뻔하였고 늘노리천 기동훈련에서 소주한잔 먹고 급회전하다 자갈밭에서 전차괘도 해먹은일 또 전군지휘관훈련때 적외선 라이트가 모자라서 옆부대에 야간에 가서 몰래 뜯어오던일들이 주마등 같이 지나갔으며 그때마다 같이 고생한 전우들을 팽개치고 미꾸라지같이 빠져나가기는 애시당초 틀렸다. 또 내가 누구인가? 의리빼면 공중분해될 쐬주 병장님이 아니었던가. . . .??? . . .
그럭저럭 점심시간이되고 잠시 휴식시간에 고참병 몇명과 구수회의를 했는데 하루지나면 소문나니 오늘중에 작전을 개시하기로 하였으며 즉각 보급병으로 부터 올빼미복( 유격복 - 부대마크등 아무런 표식이 없는 한마디로 넝마복) 과 통일화등을 챙겼고 다행스럽게도 당시는 시골동네에서 거의가 개는 목줄이 없이 방사해 키우니 개사탕(?) 으로 유인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지피지기(知彼知己)로 당시 선임하사들(중,상사)가 영외거주하니 그들을 통하여 동네분위기를 알아보고자 하는데 대다수가 부대반경 2km 이내라 제외시키고 얼마전까지 우리와 내무생활을 같이하다 중사진급하여 막 영외거주를 시작한 통신반 김중사가 4km 가까이 되는 동ㅇ리에 살고있고 거기는 읍내와 가까워 아주 안성마춤이며 "응. . . 우리 앞집에도 얼마전 새끼를 6마리나 낳았고 또 딴개들도 많아. . . 그건 그렇고 조심해라. . ." 그는 우리가 무었을 하려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며 정말로 우리를 위한 걱정이었고 그 또한 부대가 시끄러운걸 원치 않으리라
그런데 좋은 소식이 있었다 마침 저녁메뉴에 닭튀김이 올랐다 정량배식 이라야 엄지손가락 2개정도이지만 개 유인용으로 일부충당하니 따라서 개개인 배식량이 줄어 들었지만 부대원 어느하나 불만이 없다. 나의 생각에는 전부대원이 이 사실을 다알고 있으며 (중대장, 인사계포함) 다만 모른체 하고 있음을 알수있었다. 따라서 별도의 개유인용 사탕(?)은 필요없어졌다.
저녁이 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금방 떠오른 초생달이 뒤돌아보니 지고말았다 우리는 조급하여 더이상 못기다리고 행동에 나섰다. 본인, 수송부 최ㅇㅇ병장, 또 이번사건의 책임자 취사반 마ㅇㅇ상병(별명:짬밥) 3인이 닭튀김을 넣은 것과 개를 담기위해 2개의 더블백을 챙겨서 서둘렀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요" 정문보초들이 우리를 배웅했다 어떻게 정문을 당당하게 걸어 나갈수 있냐고요?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는 수송부옆 넘어져 보수되지않고있는 철조망으로 나갔다고 진술할거니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대를 벗어나 우리는 바로 길을 버리고 논둑길로 들어섰다 물론 길도 행인이나 군인 또 차량의 통행이 뜸했지만 철저하게 작전하여야했다. 모내기를 얼마전 끝낸 논둑길에는 한치의 땅도 아끼느라 콩을 심어놓아 칠흙같은 밤에 그걸 밟지 않으려다 수없이 논에 빠지며 걷고 또 걸었다 어느덧 우리의 목적지인 동ㅇ리 넘어가는 고갯길이 보였다 우리는 뛰다싶이 고개마루에 올라섯다 깜짝놀랐다.
"컹컹컹~~~" "컹컹 왈왈~~" ":으르렁으르렁~~~" 대장개로 추정되는 개한마리의 신호로 아예 30~40중주 오케스트라가 콩 볶듯이 연주되니 우리는 맥이 탁 풀려 그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에 작전실패를 인정하고 담배한대 피우고 철수하려 하는데 아뿔사 우째이런일이~~ 뭔가 내옆구리를 치고지나가는데 개때들이었다 동내개들이 모두 몰려와 껑충껑충 뛰어올르고 닭튀김 더블백을 핥고 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전방에서 군복은 전혀 거부감이 없으며 행여 도둑놈이라니 말도 안된다
아뿔사 그런데 이렇게되니 문제가 생겼다 공산품인 여성용품은 ㅇ컵 또는 X컵 등으로 사이즈를 나누는데 강아지의 사이즈는 도통모르겠다 거기에 더하여 십여마리가 돌아다니니 정신이 하나없다 "야 일단 비슷한놈 2마리 집어넣어 가서 한놈 돌려보내자" 우리는 그중 2마리를 더블백에 넣고 길을 재촉하니 한번 닭냄새를 맡은 개들이 계속 따라온다 "닭튀김 얘들에게 조금 논아주죠~~. . ." "얀마 안돼 닭고기는 뜯어먹어야 되는대 개들은 그냥 씹어 삼키니 날카로운 닭뼈 때문에 잘못하면 개잡아~~. . ." 어쩔수없이 계속 따라오는데도 무시하고 앞만보고 내달렸다 그러자니 한마리 두마리씩 떨어져 나가더니 어느덧 한마리도 따라오지 않았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 우리의 몰골을 돌아보니 진흙에 땀 범벅에 몰골이 정말 말이 되지않아 부대앞 개울가에서 추운날씨에도 불구 등욕까지하고 정문으로 향하였다. "손들어 .. . . . " 보초병의 총구가 우리를 향하며 "담배"하고 외쳤다 "연기"라고 대답하니 "누구냐?. . . . . . . " "얀마 우리야 우리, 떠들지 마" 조용히 말했지만 "손들고 보초 3보 앞으로~~~~~" 초병의 큰외침에 "야 이새끼야 우리라니까 마ㅇㅇ이라니까 그만 떠들어 XX놈. . . " "아유 잘다녀오셨습니까?" 어떻게 되셨어요?. . ." 우리는 아무 말없이 끙끙소리가 나는 더블백을 올려 들어보였다. 그동안에 보초가 2번이나 바뀌어있었며 솔직히 암구호 답변을 뭐라했는지 기억이없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인사계님 그날은 조금 일찍 출근하여 부대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취사반으로 내려왔다 나는 혹시나문제점에 대비하려고 일찍 기상하여 잠시 뒤쪽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야! 개를 왜이렇게 묶어 놓았냐?. . . . . ." "예. . . .개가 너무 설쳐대고 또 오늘이 쥐잡는 날이라서. . . . . .. ' 마짬밥이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하니 "또 이똥개는 웬거냐?. . . . " 하고 물으니 "어제부터 나타나 애들하고 놀고있는데 아마 옆동네에서 건너온것 같습니다" "아! 그래 요즘 쥐약때문에 피해 많으니 잘관리해라" 하고는 뭔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행정반으로 올라갔다 "예 잘알겠습니다 충성" 그렇지만 그당시의 풍경은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개목줄이 없어서 우선 임시방편으로 새끼줄로 비슷한 개2마리를 묶어두었는데 그곳에 또한마리의 개(옆동네에서 마실오기에는 너무 어린 강아지급)가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손으로 한배의 강아지 2마리를 사와서 지금까지 키워왔는데 어떻게 그얼굴을 모를수 있는지 나는 아직까지도 인사계의 아이큐지수를 도통 알수없다. "얀마! 새벽 일찍 보내라 그랬잖아. . . . . ." "아 예 아무리 쫏아도 도통 가지 않습니다 몽둥이질을 해도 가다 다시오고 그러는데 하옇든 시간을 두고 돌려보내겠습니다. . . . ." 그렇지만 나의 전역시까지도 그개는 가지 않았다. 아뭏든 나는 전중대원의 행가래속에 전역할수 있었고 정문을 통과하니 뭔가 뿌듯한 마음에 똥집이 흐믓함을 느꼈다.
무릇 나라가 군대를 양성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우리가 한짓은 국민의 재산을 탈취하였으니 이는 "국가반역죄" 에 해당한다 아니할수없다.. 그렇지만 다같이 어려운 시기를 인내하다가 부득이 생긴 불상사(?) 라 용서될수 있는것인지? 아니 우리는 그렇게 항변하고 싶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주장이며 대의로서는 전혀 명분이 없다. 아무쪼록 그당시 우리때문에 재산피해를 입은 주민께 비록 늦었지만 머리숙여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한편 우리가 평소 "의리" 라는 단어를 찾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삼국지의 유비3형제를 꼽을수 있을것이다 그들은 태어난때는 각각 달라도 동년 동월 동일 동시에 같이 죽기로 천지신명께 맹세하고 또 그러려고 노력하였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면 이 경우는 어떤가? 내가 근무하던 부대 위에 언급한 개3형제는 물론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수 6자는 각각 틀렸지만 같은 병영에서 동고동락하다가 한날한시에 죽었다 (개장수에게 끌려가 목숨을 함께했다) 이는 어쩌면 죽음에 있어서만큼은 유비3형제보다 비록 동물이지만 더 의리파라 하여야 하지않을까?. . . . . .
졸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년 9월 일 장 세 규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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