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길을 걷다 017 : 전주 치명자산을 걷다》
ㅡ 또 한 번의 폭풍같은 그림책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에서...
(* 제 블로그에도 거의 같은 내용으로 후기 글 올립니다. 혹시 양쪽 다 보시고 이거뭐야 하실분들께는 죄송~~ 양해바랍니다~ ^ ^
카페 글에는 사진을 더 많이~ 싣기는 합니다.
얼굴사진도 과감히! ^&^ )
아... 한바탕 전주...
평화로운 노곤함이 솨아아 밀려와서
한시간쯤을 툭 떨어져 잠들었다 깼다.
초록의 산하는 벌써 그리움으로 흘러지나간다.
공간과 시간이 함께 흘러가는걸 아련하게 바라보며, 아.. 이제 그림책여행에 꽤 익숙해졌구나 싶어진다.
그림책이 아닌 책을 꺼내 읽는다.
ㅡ《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틀 동안 그림책 태풍 한가운데 머물다 돌아오는 길이다보니 글자만 적힌 책이 낯설다. ^^
기다림을 이야기하는 장,
"기다리다 죽어도, 죽어도 기다리는"
의 마지막 문장에서 잠시 멈춘다.
"기다림이란
오늘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어제와 늘 같이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변화되길 기다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이미 지나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일테다.
안타까워도 그것이 진실인데,
무서운 것은
과연 그 버스가 지나갔는지 여부를 알 길이 없다는 데 있다.
기다림에 녹이 슨 채,
그러다 우리는 죽을 테고,
그런 생각을 할 때면 가끔 인생은 두렵다."
어제와 늘 같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어리석음..
그렇다!
낯익은 것으로부터 결별하지 않고서
삶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는 없다.
"팔랑팔랑" 내게 날아오는 꽃잎에서
봄을 알아채는 순간이 필요하다.
"낡은 가방 하나로 존재하는, 텅 비인" 사람이 아닌가, 나는...?
묻는다.
심장이 가슴 저 속에서 부지런히 뛰고있음을 나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알아챌 수 있는가...
"그림책, 길을 걷다" 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람책들...
고개를 드니 거기 구름과 하늘이,
땀흘려 걸어올라가니 거기 산과 강과 도시가,
서로 어우러져 파아랗게 펼쳐져있었다.
내 마음을 기울여 그림책을 펼치고,
여러 사람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니,
그렇게 기인 시간과 너른 공간을 비우고 채워보니, 그렇게 기다려보니
문득 어제와 다른 날이 내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매번 다른 걸음이어서 좋다.
같은 사람책을 펼쳐도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오니 좋다.
다만 경계할 것은
내가 이를 익숙함으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하지 않는가...일 뿐.
이틀동안 다가오고 스쳐지나가고 머물렀던
그림책과 사람책을 갈무리한다...
다시 서울이다.
**
단상 몇 :
1.
• 보내드린 그림책 :
《소 찾는 아이》 ㅡ To 설레이는 달
• 내 품에 날아온 그림책 :
《발레리나 벨린다》 ㅡ From 설레이는 달
(한사람과 서로 그림책을 주고받기.
이거 드문 일인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것도 흐름이고 인연이고 신비다.)
벨린다의 커어다란 발이,
'그림책을 사랑하는 수학선생'이라는 내 이상한 이름과 겹쳐보였다....
*《소찾는 아이》와 오늘의 주제 "눈" 이야기는...
https://m.blog.naver.com/j2hansae/221258027544
: 그 "눈" 안에 잃어버린 "내"가 있다.
《소찾는 아이》
2. 3조 그림책 나눔
《눈 깜짝할 사이》(봄길)
ㅡ《눈사람아저씨》(보노보닌느)
ㅡ《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이름주는 이)
ㅡ《발레리나 벨린다》(설레이는 달)
ㅡ《소찾는 아이》(빨강늑대)
ㅡ《흰 눈》(모은)
ㅡ《참나무는 참 좋다!》(설앵초)
3.
그림책을 사랑하는 소릿꾼 "민들레"를 만났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평화로운 미소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민들레는 내게 편백나무 숲 한가운데에서 심청가를 들려주었다.
그는 내게 심청가를 듣다 눈시울을 붉히게 한 이 세상 최초의 소릿꾼이다.
(그렇구나..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우리는, 아니 나는 심청가를 듣다 울어본 적이 없는 이상한 사람이다. 사실 심청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 아닌가... ...)
4.
오랫동안 가보고싶었던,
그림책 서점 《책방 같이[:가치]》에 드디어 갔다.
마흔 명의 그림책여행자들이 자그마한 그림책방에 일시에 들이닥쳤다.
아름다운 장면들이 주우욱 이어졌다. ^^
같이[:가치]에서 두 권의 그림책을 품고왔다.
천유주 작가의 《팔랑팔랑》과
미야자와 겐지의 그림책공작소 판
《비에도 지지않고》 ㅡ오랫동안 이 그림책 이야기를 해왔고, 사서 선물도 해왔는데, 정작 이제야 나를 위한 내 그림책으로 구해왔다.
전시본이라 팔 수 없다시던 같이지기님,
"아니예요! 마음을 바꿨어요. 빨강늑대님께 드리는게 의미있겠어요~ ^^" ㅡ 야호~ 감사합니다~~~
5.
치명자산 순교성지.
시간관계상 편백나무숲에서 그림책나눔을 갖고 바로 하산했었다.
점심 먹고 책방 같이에 갔다 나와서
저녁 식사 전 1시간반 정도의 시간이 났다.
자원한 3인의 특공대?는 동고산 (치명자산 성지) 산행에 나섰다.
미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급경사라 땀 좀 뺐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길을 걷지 않고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
치명자는 목숨을 바친 자. 순교자라는 뜻이다.
치명자산 성지에서 내려다본 전주 시가.
전주천. 향교마을. 한옥마을. 멀리 집합장소였던 전동성당이 한 눈에...
누군가 이정표에 남겨놓은 연서^^
낙서는 혼날 일이지만 내용은 감동적이다...
동고산 산꼭대기에 동고사.
하산한 뒤 들렀던 전주천변 청연루.
청연루에서 바라본 동고산.
아... 파아란 하늘...
저기 콘도르가 날아간다~ 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서학동 예술마을.
1박2일의 아름다운 전주 그림책여행.
추억을 뒤로하고 전주역으로~~
용산역 도착해서 마지막 남은 다섯명의 길벗들의 기념사진. (이 유치한 발사진 주인공들 평균연령은 57세임... ^0^ )
ㅡㅡㅡㅡㅡ
늘 끄덕이는 사실,
"사람책은 그림책만큼 아름답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밤이 깊도록, 숲에서 길에서 산에서 식당에서 숙소에서, 다시 아침 기상부터,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앉아서 서서 걸으면서, 하염없이 그림책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사람책 & 그림책...
그 둘의 신비로운 콜라보레이션!
그것이 이 걸음의 어쩌면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
첫댓글 ~~~~~~~~~~~~~~ (입 떡 벌어지고 소리는 안 나는 소리)
*
사진 사진 사진...에 봄산 님이 찍어주신 제 사진도 한 장! 실비아 대신 우리 개와 함께 저 초록색 차를 타고 한적한 교외로 나가 저렇게 noon을 즐기고 싶은...
이 사진 너무 좋지 않나요?
쑥물빛 속에서
쑥이님이
제가 안젤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보여주셨어요.
@봄산 그니까요. 제 생에 잊히지 않는사진 한 장으로 남을 듯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
우리는, 안젤로의 영원한 새 둥지 같은, 그 무언가를 남기고 가게 될까...?를 생각하는 오늘입니다...
아름다우십니다♡
@쑥이 @봄산
/ 두 분 이야기 정겹군요.. ^^
아름다운 그림책..
안젤로... 안젤로... 안젤로...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새둥지 하나 남기고갈 삶을 살 것인지...
마음이 깊어집니다.
꼬로로록.....
바닷속집 할아버지처럼....
보고싶어요😍
기차표 못 구해 못가서 아쉬웠는데 쑥님의 사진보니 넘 반갑네요~~ ^^ 아름다우십니다~~
힝~부럽부럽!
쫌.. 부럽지요..? ^ L ^
걸을수록..
그림책, 길을 걷다는 한 편 한 편 독립된 이야기가 이어지는 오묘한 옴니버스 같다는...
5월에 뵈어요~~
책방 같이[:가치]랑 조지오웰의 혜안,
가보고 싶어요~~~
조지오웰의 혜안.
문이 닫혀있어서 밖에서만 기웃거렸는데.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 기대합니다.
서학동예술마을은 반도 구경 못했습니다.. 옛날 골목길 정취가 그만입니다~ ^ ^
빨강늑대님께서 올려주신 글과 사진을 보니 저에게는 2박3일이었던 일정이 꿈결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전주에는 비가 많이 내렸어요!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목, 아직도 마음은 그림책 숲 어딘가를 맴돌고 있는 것 같아요! ^^
나무숲님과 민들레님의 아름다운 헌신으로 전주가 더욱 황홀하게 빛났습니다.
두 분 사이에 따스하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봄비 머금은 새잎같이 피어나리라... 그려봅니다.
흰눈 가져오신 분은 사진에 나온 모습으로 봐서 전주 '모은'님이시네요
감사합니당~~ ^ ^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죄송스러웠는데...
같은 사람, 다른 사람
같은 책, 다른 책
같은 길, 다른 길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언제나 열려 있음에..감사
네~
끊임없이 & 언제든지
변화하는 사람~
변화하는 책~
변화하는 길~
네... 공감. 감사.. { : )
오월을 기다립니다~~
서로에게 눈 맞춤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네~~ ^ ^
봄에도
숲에도
길에도
밥에도
그림책에도
사람에도
눈맞춤을 어찌나 했는지...
한참동안 배를 두들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