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 조 광 연
달이 머문다는
월류봉 둘레길을 걷고 또 걸어
반야사 부처님 만나 절을 올리고
석천 물줄기 따라 내려온다
산들은 묵언 수행 중이고
대숲 터널도 조용한데
물줄기는 속살거리다 침묵하다 또 속살거리고
삼만 오천여 걸음을 걸어
시골집 같은 간이역에 도착한다
옹기 항아리, 여기저기서 시를 속삭이고
그네 위에 낡은 모자 쓴 나그네가 앉아
귀를 기울인다
동네 사랑방 같은 대합실
한 쪽껸 카페 분위기의 공간에
무수한 책들이 꽂혀있고
꽃그림 속엔 벌써 봄이 왔는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돌아보니
온풍기가 돌아가네
역을 지키는 사람 오직 한 사람뿐,
톱밥 난로 위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모습을 그려본다.
첫댓글 쓸쓸하면서도 호젓한 시골 간이역의 겨울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네요.
크게 재주 부리지 않고 담담히 그린 유화처럼 여행자의 감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기쁘게 눈에 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