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대단한 영화를 누리고 살다가 높은 지위에서 불행 속으로 추락해 비참하게 끝장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비극이라 말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1606년경) 역시 이런 이야기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비극의 주인공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극을 초래하는 성격상의 결함 말입니다. 햄릿은 자기성찰이 지나쳐 우유부단하고, 오셀로는 반대로 성찰과 의심이 부족해 남의 말을 쉽게 믿어버리죠. 열등의식이 강한 탓에 질투심도 유난히 강합니다. 리어왕의 경우에는 지나친 자부심과 고집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는 마녀들의 예언을 그대로 믿어버린 맥베스입니다. 바라지 않았다면 믿지도 않았을 텐데요, 그 내면의 야심이 헛된 점괘를 믿게 만들어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죠.
동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풍자작가 벤 존슨보다 셰익스피어 비극이 더욱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어떤 잘못과 악덕에 의해 비극이 초래되는가를 보여주면서 관객이나 독자가 교훈을 얻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워낙 책을 많이 읽는 작곡가여서 셰익스피어, 실러, 위고 등의 문학작품에서 스스로 오페라 소재를 구했는데요, 그 중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베르디 초기 걸작, [오셀로]는 말년 걸작 [오텔로]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가 영어로 쓴 작품이지만, 1847년 피렌체에서 초연한 베르디의 오페라 대본은 작가 프란치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이탈리아어로 썼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달라집니다. 맥베스는 막베토, 뱅코우는 반쿠오, 맥더프는 막두프로 불리죠. 하지만 여기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셰익스피어 원작 속의 이름들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 요약 및 등장인물 작 곡 : 베르디(G.Verdi. 1813-1901) 대 본 :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를 기초로 피아베(F.Piave) 씀(이탈리아어). 때와 곳 : 11세기 스코틀랜드 초 연 : 1847. 3. 14. 이탈리아 피렌체 페르골라 극장 등장인물 맥베스(Macbeth) : 덩컨 왕을 섬기는 장군 (Br) 맥베스 부인 (S) 뱅쿼(Banguo) : 덩컨 왕을 섬기는 장군 (B) 맥더프(Macduff) : 스코틀랜드의 귀족 (T) 덩컨(Duncan) : 스코틀랜드의 왕 (묵역) 맬콤(Malcolm) : 그의 아들 (T) 플린스(Fleance) : 뱅쿼의 아들 (묵역)
■ 줄거리 ▲ 제1막 : 황야 마녀들의 합창 <무엇을 하고 있었지? 말해 봐!(Che faceste, dite su)>으로 맥베스의 미래가 예언된다. 그때 사신 한명이 맥베스에게 와서 그가 카우도어 성(城)의 영주가 된 사실과, 반역자의 소유지를 대신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린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맥베스와 그의 동료장군 뱅쿼는 이미 마녀들의 예언이 반 이상 실현되었음에 놀란다. 그들이 이와 같은 일들을 매우 괴이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마녀들은 계속 신비롭게 노래하고 춤을춘다. 맥베스가 사는 성의 앞뜰이다. 그의 부인이 맥베스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있다. 맥베스가 마녀들을 만나 생긴 일들을 적은 내용으로, 순간 맥베스 부인은 왕위에 대한 욕망이 점점 끓어 올라 야심에 찬 아리아 <서둘러 오세요 Vieni! T'affretta!>를 부른다. 맥베스가 도착한 후, 그들 부부는 함께 음모를 꾸미는데 덩컨 왕이 카우도어 성을 방문할 때 살해하기로 마침내 결정한다. 드디어 덩컨 왕이 맥베스를 방문하여 극진한 황영을 받는 가운데 왕은 그의 수행원들과 함께 무대를 가로질러 성 안으로 행진해 간다. 성 안에는 왕의 행열을 알리는 행진곡만이 들릴뿐, 무거운 정적이 흐린다. 맥베스는 구의 앞에 놓인 단검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어 독백하듯이 노래 부른다. 이윽고 칼을 쥐고 덩컨왕을 죽이러 나간다. 잠시 후, 피묻은 단검을 쥔 맥베스가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안마당으로 간다. < 웅명의 여신이여! 설마 당신은 내가 중얼거리며 했던 말들은 듣지 못하셨겠죠? Fatal mia donna! Un murmure,com'io non intendesti? >라고 겁에 질려 노래 부른다. 왕의 경호원들이 들어가 증거물로 피묻은 단검을 갖다놓고 경호원들의 소행인 것처럼 꾸미라고 일러준다. 그러나 맥베스가 겁에 질려 한사코 주저하자, 그녀는 그 칼을 빼앗아 둿처리를 맡는다. 새벽녘에 뱅쿼와 맥터프가 왕의 호의하기 위해 성 앞에 도착한다. 맥더프가 성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뱅쿼는 그를 기다리며 간밤에 꾸었던 이상한 악몽에 대해 노래한다. 왕의 시해 현장을 발견한 맥더프가 흥분한 채 뛰어오자, 모든 사람들이 살인자에게 벌을 내려야 한다는 노래를 부르면서 슬퍼한다.
제2막 : 황야 (1막과 같은 장소)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대로 스콜틀랜드 왕이 되는데, 그렇게 되자 그는 "뱅쿼의 자손들에 의해 스코틀랜드의 왕위가 계승되리라"고 예언한 마녀의 말을 떠올리고는 불안을 느낀다. 결국 그는 부인과 상의하여 뱅쿼 부자를 살해하기로 결정한다. 맥베스가 나간 뒤, 그녀는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면서 음산한 아리아 < 빛은 꺼저간다 La luck langue >를 부른다. 맥베스 성 근처의 공원으로, 그곳에서 멕베스의 명려을 받은 자객들이 뱅쿼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죽음의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힌 내용의 아리아를 부르며 오고있는 뱅쿼와는 대조적으로, 살인의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른다. 그곳에서 뱅쿼는 살해되지만 그의 아들 플린스는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성 안의 연회장이다. 맥베스의 국왕 취임을 축하하는 하객들이 모여있다. 맥베스부인은 억지로 유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서 <축배의 노래 Brindisi>를 부르며 건배를 외친다. 한 전령이 뱅쿼의 죽음과 플린스의 탈출소식을 가져오자, 맥베스는 한편으로는 안심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직 그의 계획이 반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걱정한다. 맥베스는 뱅쿼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급하며 자신이 친구의 자리에 앉으려 한다고 말한다. 그가 의자를 향해 걸어가자, 피투성이가 된 뱅쿼의 유력이 말없이 그 자리에 앉는다. 맥베스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치며 뒤로 물러서서 큰 소리로 자기의 죄를 부인한다. 다급해진 그의 아내는 흥분하여 남편에게 정신차릴 것을 재촉한다. 그리고 <축배의 노래 Brindisi>를 되풀이하여 좌중을 진정시키려 한다. 그러나 또 다시 유령이 나타나는데, 그 유령은 맥베스의 눈에만 보일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맥베스는 완전히 기진맥진하게 된다. 하객들은 맥베스의 비행을 눈치채게 되고 연회장을 떠나버린다. 맥베스는 인상적인 끝악장 <나에게 피가 Sangue a me>를 더듬거리며 부른다.
▲ 제3막 : 마녀의 어두운 동굴 속 마녀들은 커다란 가마솥 주위에 둘러선다. 춤의 의식이 끝난후, 그들의 여왕이 주문을 외우러 들어오는데 그곳에 맥베스가 찾아와 자기의 장래에 대해 불안을 느꼈던 예언을 듣고자 청한다. 마녀들은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자 중에서 맥베스를 이길 자가 없다는 것과, 뱅쿼의 자손들이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는 예언을 다시 한번 하게 되고, 맥베스는 땅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마녀들은 떠나기 떠나기 전에 맥배베스를 에워싸고 신비스런 춤을 춘다. 맥베스 부인이 들어와서 남편을 깨우자, 맥베스는 아내에게 마녀들이 보여 주었던 광경에 대해 말해준다. 마녀들이 그에게 보여준 광경은 뱅쿼의 자손들이 왕계를 잇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맥베스 부인은 남편에게 더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라도 왕위를 사수하자고 부추기고, 맥베스는 힘없이 동의한다.
▲ 제4막 잉글랜드 국경의 황량항 벌판(1장), 맥베스 성안의 어느방(2,3장), 전쟁터(4장) 맥베스에게 추방당하고 독재의 압젤르 피해서 온 망명자들이 모여있다. 가족을 잃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그들은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합창 <짓밟힌 조국이여 (Patria oppressa)>를 비장하게 부른다. 맥베스 성아의 어느 방이다. 맥베스 부인은 마음속 깊이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다가 몽유병자가 되었다. 여기서 연출되는 몽유병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연극이나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모두 유명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맥베스 부인이 부르는 소프라노 아리아는 < 나가자, 저주받은 곳으로 Out, damned spot>라는 정열적인 노래에서 점차 죄의식과 후회로 가득 찬 목소리 작아져서 나중엔 아주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로 바뀐다. 맥베스는 전투 태세를 취하고 대담하게 적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그를 공격하는 군대는 덩컨 왕의 아들인 맬콤에 의해 지휘되는 애국심 강한 스코틀랜드의 군대로서, 영국 군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마녀의 예언을 믿는 막베스는 ‘나는 결코 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큰소리를 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기력이 쇠잔해가고 있음을 알고 자신의 인생이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Pieta, rispetto, amore)>를 부른다. 마녀들이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인간은 맥베스를 물리칠 수 없다고 한 예언을 믿고 있는 그로서는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때 전령이 그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린다. 그러자 맥베스는 미친 듯이 격노하여 전쟁터로 돌진하고, 계속해서 푸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전쟁은 격렬해진다. 양쪽 대장인 맥더프와 맥베스가 마침내 맞붙어 싸우는데 맥베스는 맥더프에 의해 죽게 된다. 맥더프는 만삭이 되기도 전에 어머니 배를 가르고 태어난 인물로서, 엄밀하게 따지자면 정상적으로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인간이 아닌 것이다. 결국 마녀들의 예언은 모두 적중하고 말았다. 스코틀랜드의 망명객들은 <조국은 그동안 배반당했었지 La patria tradita >라고 노래하며, 폭군을 죽인 승리의 환희와 애국심이 담긴 합창을 웅대하게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