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하늘의 목성이 보일 일은 없겠죠.
하지만 아침에도 목성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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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문화재 중 하나는
언젠가 적었듯 서산 마애 삼존 불상입니다.
예전 학부모님 중에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이셨던 분이 있었어요. 이분 일이 유물 전시기획과 과장이었는데 늘상 하시는 일이 유물을 어떻게 전시해야 그 유물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가에 대해 골몰하시는 일이었죠. 전공은 고건축인데 말이죠.
젊은 시절인지라
처음엔 별 쓰잘데 없는 일도 다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술 한 잔씩 하며 하시는 일에 대해서 듣다 보니
이건 뭐 엄청난 이야기들이 술술 쏟아져 나오더란 말입니다. 작품을 어떻게 전시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분위기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말.
조명 밝기와 위치, 배경의 색, 유물 사이의 간격, 공간의 크기, 소리, 그리고 관람자의 시선. 그리고 어떻게 얼마만큼의 시간을 유물에서 머물게 할 것인가, 또 어떻게하면 편하게(?) 관람하게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런 문제를 고객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진지하게 작가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분이였고,
그분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가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 에 따라서
작품이 완전히 다른 해석에 들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전공인 사회과 교육ㅡ지리학의 '재현'의 문제와 비슷해서 나중엔 급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특히 유물을 바라보는 법을 귀동냥으로 얻어들었어요.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자기' 부분...
청자든 백자든 자기의 미가 어럽더군요.
순자도, 말자도... 그래서 자기가 없나? ... 퍼버벅... 돌 맞는 소리. 자기/Ich가 없을수도... 빠지직.)
"어떤" 불쌍은 부처의 높이와 똑같이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엎드려 절할 때 바라보는 모습이
부처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하셨죠.
마치 그것을 만든 이가 바라볼 우리들까지 생각하고 제작하듯 말이죠.
그래서였을까? 지금의 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있는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보다는,
이전에 좀 더 좁은 공간에 배경 색채와 조명이 기가 막히게 어울리던, 그리고 두 작품을 번갈아 전시 했던 때의 반가 사유상이
몇몇 매니아들 사이에선 더 호평을 받았습니다.
ㅡ넓은 현 전시실
ㅡ 구 전시장은 사진을 못 찾았네요.
특히 어두운 반가 사유상 유리 앞에 큰 방석이 있었는데
그 방석은 앉아서 관람하라는 것이 아니라
절을 한 각도에서 올려다보기 위함이었습니다.
(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방석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만...)
중박에 사람이 없는 어느 날,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 반가 사유상을 절을 하며 바라보았습니다.
근데 이게 웬 일입니까?
아마 어두운 방에 들어설 때 모습과
엎드려 저라고 올려다본 반가 사유상의 모습은 전혀 달랐습니다.
희미한 조명의 영향이겠지만,
들어설 때 그의 모습은 조금은 엄하고 냉랭해 보였지만
절을 하며 아래에서 바라본 반가 사유상의 모습은 살짝 웃고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나를 낮추고 고개를 숙여야 보여주는 것들이 있더군요.
((예전 방 사진을 검색하려 했더니, 없다. ㅠㅠ))
비슷한 것이 서산마애 삼존불상이었습니다.
특히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볼 때는 온전히 하루가 필요하다 했습니다. 산 비탈 한쪽에 만들어 놓은 석상이기에 해의 위치에 따라 부조의 명암이 완전히 달라져 얼굴 표정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위에 반가 사유상이 인간이 그 시대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거라면,
이 서산마애 삼존불상은 마치 자연의 시간인 빛과 그림자를 계산한 듯, 시간에 따라 다른 표정과 느낌을 전해 준 답니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감상 시간 말고요.
*
사설이 길었네요.
어제 온 목성을 바라봅니다.
이른 새벽부터 해가 짱짱하게 드는
동향 집의 커튼을 투과한 아침 햇살과 벽지에 따라 달라지는
목성 인장을 좀 감상하시죠...
첨부!
지난번에 연극에 차용했던 행성 인장.
https://youtube.com/shorts/mFrCfWJLyAI?si=9ggGuz6roByF33Xj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싶었는데
조명의 색 변화가 꽤 빠르네요.
천천히 바뀌는게 안되서리..
행성 인장이 숨을 쉬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변형하는지 보여지는 듯 했는데...
지난번 연극을 보러 온 한 선생님이
여기서만 이렇게 보여지는게 좀 아깝다고 했어요.
이렇게 좋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저만 좋은거, 그런거 아니죠?
이제 출근해야겠네요.
늦었다,
쫌만 기다려라, 유단아~~
첫댓글 불상은 '작품'이 아니라 '믿음'이라...아무리 훌륭한 전시라도 저는 불상이 박물관이 있는게 제일 싫어요. ^^;;
부지런히 절에 가서 절하고 교회 가서 기도한다 해도 정신세계를 잃은 요즘 사람들은 진짜 '믿음'이 뭔지 모르니,
불상을 '작품'으로 전시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거...
아... 제 불만을 야그하려던 게 아니라... 행성 인장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신 장쌤께 고마움을 전해요,
저는 완성하고 나면 더 이상 보기 싫어서 박아 두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보지는 않았어요, 멋있어요!
'여기서만' 이렇게 보여지다니, 사랑의 전당 풋봄학교가 어때서욧!
수많은 사람들이 흘깃 보고 지나가는 전시보다,
이렇게 한 사람이 마음을 다해 보는 것, 작은 학교 아이들과 함께 살고 늙어 가는 물건이면 저는 만족임돠.
그리고 덧붙이자면 3차원 작품이 조명이나 보는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어떤 기발한 생각이 아니라 조형론의 기본이예요.
이거를 들먹이면서 자기가 무신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간 대리상'이 여기서 보면 그렇지만 저기서 보면 완벽하다 뭐 이런 소리하는 사람들 많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