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애산 거처
臥外全無尺地餘
누운 자리 외엔 여분의 땅 없고
東南墨突是萍居
동서남북에 묵자처럼 떠돌았네. 1)
萬事皆從基督道
만사에 모두는 기독교를 따랐고
半生徒讀儒家書
반평생 공연히 유가 책 읽었네.
何憂棲竹工爲朽
사는데 어찌 대 썩을 걱정하며 2)
追惱滄桑事甚虛
덧없는 세상변화 고뇌하겠는가? 3)
身似飛禽捿未定
몸은 새들처럼 자리 못 정하고
誰知此處愛山廬
여기가 애산 거처인줄 뉘 알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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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남묵돌(東南墨突): 동남은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줄임말이고 묵돌은 전국시대 겸애주의자 묵자(墨子)가 남을 돕기 위해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굴뚝의 끄름 붙을 새가 없었다는 묵자의 굴뚝이란 말로 그 경우를 시인의 삶에 비교한다.
2) 죽공위후(竹工爲朽): 훗날을 걱정할 것 없다는 비유인 왕우칭(王寓偁)의 황주죽루기(黃州竹樓記)에 나오는 내용으로 뒷날 누각의 대나무지붕 썩을 것 걱정할 것 없으니 후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3) 추뇌창상(追惱滄桑): 추뇌는 미루어 고민함이고 창상은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되듯이[桑田碧海] 덧없이 변하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뜻한다.
4) 애산려(愛山廬): 애산은 시인의 아호(雅號)이니 자신의 오두막집[廬]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