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계월은 어렸을 때 반란을 피하다 수적(水賊) 맹길에 의해 어머니와 헤어진다. 이후 계월은 여공("Å公)에 의해 구출되고 평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여공의 아들 보국과 함께 수학한다. 과거에 급제한 평국과 보국은 서달의 난이 일어나자 출전하여 전공을 세운다.
평국이 전장에 다녀온 후로 자연 몸이 곤하여 병이 침중하니 가내 경동하여 주야 약으로 치료하더니 천자 이 말을 들으시고 매우 놀라사 명의를 급히 보내어 ‘병세를 자세히 보고 오라. 만일 위중 하면 짐이 가보리라.’ 하시고 어의를 보내시니 어의 평국의 침상에 와 병세를 진맥하니 병세 위중치 아니한지라 속히 약을 가르쳐 쓰라 하고 돌아와 천자께 아뢰되 병세를 보오니 위중치 아니 하옵기로 속한 약을 가르쳐 쓰라 하옵고 왔사오나 또한 괴이한 일이 있어 수상한 일이 있더이다 하더라. 천자 놀라 묻기를,
“무슨 연고 있더뇨?”/ 어의 땅에 엎드려 아뢰기를,
“맥을 짚어 보오니 남자의 맥이 아니오매 이상하여이다.”
천자 그 말을 들으시고 이르기를,
㉠“평국이 여자면 어찌 전장에 나가 적군을 사멸하고 왔으리오. 평국이 얼굴이 도화색이요, 체신이 잔약하니 혹 미심하거니와 아직 누설치 말라.”
하시고 환자로 하여금 자주 문병하시니라. 이때 평국이 병세 차차 나으매 생각하되,
‘㉡어의가 내 맥을 보았으니 본색이 탄로날지라. 이제 하릴없으니 여복을 개칙하고 규중에 몸을 숨어 세월을 보냄이 옳다.’ 하고, 즉시 남복을 벗고 여복을 입고 부모 앞에 뵈어 느끼며 쌍루 용출하거늘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더라.
[A][계월 비감하여 우는 거동은 추(秋) 구월 연화꽃이 세우를 머금고 초생편월이 수운(水雲)에 잠긴 듯하며 요요전전한 태도는 당세에 제일이라.
이때 계월이 천자께 상소를 올렸거늘,
‘한림학사 겸 대원수 좌승상 청주후 평국은 돈수백배*하옵고 아뢰옵나이다. 신첩이 오 세에 장사랑 난에 부모를 잃었삽고 도적 맹길을 만나 수중고혼이 되올 것을 여공의 은덕으로 살아났사오나 일념(一念)에 생각하온즉 여자의 행색을 하여서는 규중에 늙어 부모의 해골을 찾지 못함이 되옵기로 여자의 행실을 버리고 남자의 복색을 하와 황상을 속이옵고 조정에 들었사오니 신첩의 죄 만사무석(萬死無惜)*이옵기로 감수 대죄하와 유지와 인신을 올리옵나이다. 기군망상지죄(欺君罔上之罪)를 신속히 처참하옵소서.’]
하였거늘 천자 글을 보시고 용상을 치며 좌우를 돌아보고 이르기를,
“평국이 누가 여자로 보았으리오. 고금에 없는 일이로다. 문무 겸전하고 갈충보국(竭忠報國)하여 그 기재는 남자라도 미치지 못하리로다. 비록 여자나 벼슬을 어찌 거두리오.”
하시고는 환자를 명하여 유지와 인신을 도로 환송하시고 비답하였거늘 계월이 황공 감사하여 받아 보니 하였으되,
“경의 상소를 보니 놀랍고 일변 장하도다. 충효를 겸전하여 반적 소멸하고 사직을 안보하기는 다 경의 하해 같은 덕이라. 짐이 어찌 여자라 허물하리오. 유지와 인신을 환송하니 추호도 괘념치 말고 갈충보국하여 짐을 도우라.”
하였거늘 계월이 사양하지 못하여 여복을 입고 그 위에 조복을 입고 부리던 제장 백여 명과 군사 천여 명을 갑주를 갖추어 승상부 문밖에 진을 치고 있게 하니 그 위의 엄숙하더라.
<중략>
천자 크게 기뻐하사 천병만마를 즉시 조발하여 상림원에 진을 치고 원수 친히 붓을 잡아 보국에게 전령하되,‘지금 적병이 급하매 중군은 바삐 대령하여 군령을 어기지 말라.’하였거늘 보국이 군령을 보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부모께 여쭈오되,
“계월이 또 소자를 중군으로 부리려고 하오니 이런 일이 어디 있사오리까?”
하니 여공이 말하기를,
㉢“내가 전일에 너더러 무엇이라 이르더냐. 계월을 괄시하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어찌 그르다 하리오. 국사(國事)가 지중하니 무가내하(無可奈何)*라.”
하고 바삐 감을 재촉하니, 보국이 하릴없어 갑주를 갖추고 진문에 나아가 원수 앞에 엎드리니, 원수 분부하기를,
“만일 영을 거역하는 자면 군법으로 시행하리라.”
하니, 보국이 황겁하여 중군 처소로 돌아와 영 내리기를 기다리는 지라. 원수 제장의 소임을 각각 정하고 추구월 갑자일에 행군하여 십일월 초일일에 남관에 당도하여 삼 일 유진하고 즉시 오 일 만에 천축산을 지나 연경루에 다다르니, 적병이 평원 광야에 진을 치고 하령하기를,
“장령을 어기는 자면 세워 두고 베리라.”
㉣호령이 추상 같거늘 제장 군졸이 황겁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보국도 조심이 무궁하더라.
[B[]이튿날, 원수 중군에게 분부하되,
“수일은 중군이 나가 싸워라.”
하니 중군이 청령하고 말에 올라 삼 척 장검을 들고 적진에 외치기를,
“나는 명국 중군 보국이라. 대원수의 영을 받아 너희 머리를 베려 하니 바삐 나와내 칼을 받으라.”
하니 적장 운평이 그 소리를 듣고 대로(大"z)하여 말을 몰아 싸우더니 수 합이 못하여 보국의 칼이 빛나며 머리가 말 아래로 떨어지니 적장 운경이 운평의 죽음을 보고 분노하여 말을 몰아 달려들거늘, 보국이 승기 등등하여 장검을 높이 들고 서로 싸우더니 수 합이 못 하여 보국이 칼을 날려 운경의 칼 든 팔을 치니 운경이 미처 손을 올리지 못하고 칼든 채 말 아래로 떨어지거늘, 보국이 운경의 머리를 베어 본진으로 돌아오던 중, 적장 구덕지 대로하여 장검을 높이 들고 말을 몰아 크게 고함하며 달려올 새, 난데없는 적병이 또 사방으로 달려들거늘, 보국이 황겁하여 피하고자 하더니 경각에 적장이 함성 을 지르고 보국을 천여 겹 에워싸는지라 사세 위급하여 보국이 앙천탄식(仰天歎息)하더니, 이때 원수 장대에서 북을 치다가 보국의 급함을 보고 급히 말을 몰아 장검을 높이 들고 좌충우돌하며 적진을 헤치고 구덕지 머리를 베고 보국을 구하여 몸을 날려 적진을 충돌할 새, 동에 번듯 서장을 베고 남에 번듯 북장을 베고 좌충우돌하여 적장 오십여 명을 한 칼로 소멸하고 본진으로 돌아올 새, 보국이 원수 보기를 부끄러워하거늘 원수 보국을 꾸짖어,
㉤“저러하고 평일에 남자라 칭하고 나를 업수이여기더니, 언제도 그리할까.”
하며 무수히 조롱하더라.]
- 작자 미상,「홍계월전」
*돈수백배: 머리가 땅에 닿도록 수없이 계속 절을 함.
*만사무석: 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음.
*무가내하: 막무가내.
71 [A]와 [B]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와 [B] 모두 초현실적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② [A]는 [B]와 달리 서술자가 직접 개입하여 인물을 평가하고 있다.
③ [B]는 [A]보다 서사를 위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④ [A]는 상소문을 통해 인물의 과거 행적을 제시하고 있다.
⑤ [B]는 장면의 빠른 전개를 통해 사건의 긴박감을 드러내고 있다.
72 ㉠~㉤에 나타난 인물의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에서 천자는 평국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② ㉡에서 평국은 더 이상 남을 속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
③ ㉢에서 가부장적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보국을 질책하고 있다.
④ ㉣에서 제장 군졸들은 남성의 무능과 여성의 우월성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⑤ ㉤에서 평국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보국을 비판하고 있다.
73 윗글에서 <보기>의 ㉠에 해당하는 장면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다음 그림처럼 남성 영웅과 홍계월의 일대기를 비교해 보면, (ㄱ)과 같은 차이점을 보인다. (ㄱ)은「홍계월전」만의 특성으로, 서사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특정 사건과 연결된다.

① 평국이 치료를 받고 낫는 장면으로 건강상의 문제로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② 평국의 남장이 탄로 나는 장면으로 천자에게 상소를 올려 벌을 청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③ 천자가 평국에게 군사를 내주는 장면으로 천자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④ 평국이 전장에서 적장을 물리치는 장면으로 평국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⑤ 평국이 보국을 구하는 장면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남성을 여성의 힘으로 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N제]-(B형)
71~73
71 ① 72 ⑤ 73 ②
작자 미상,「홍계월전」
이 작품은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홍계월의 고행과 무용담을 엮어 나간 여성 영웅 소설이다. 여성 영웅 소설은 기본 적으로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여성 영웅 소설이라도 여성 주인공의 활약상에 따라 많은 편차가 존재한다. 남장을 한 여성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이 밝혀진 후에는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작품에서부터 여성 주인공의 활약상이 극대화되어 남성 주인공을 압도하는 작품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서「홍계월전」은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남성 주인공 을 압도하는 유형이다.
여성 영웅 홍계월의 뛰어난 능력과 영웅적 활약
명나라 때, 홍시랑은 신비한 꿈을 꾸고 부인 양 씨로부터 무남독녀 계월을 얻는다. 계월이 다섯 살 때, 난이 일어나 피란 중 에 수적 맹길에 의해 물에 던져진다. 물에 빠진 계월은 여공에 의해 구조되어 그의 집에서 평국이라는 이름을 얻고 동갑인 여공의 아들 보국과 함께 지낸다. 둘은 같이 과거에 응시하여 평국은 장원으로, 보국은 부장원으로 급제한다. 이때 오랑캐가 침범하여 평국은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고 잃어버렸던 부모도 만나게 된다. 전쟁에서 돌아온 평국이 여자임이 탄로나지만, 평국의 재능을 아끼던 천자는 이러 한 사실을 알고도 용서해 주며 보국과 혼인을 주선한다. 그 후 평국이 보국의 애첩을 죽이는 사건이 생기게 되고 부부의 갈등은 깊어진다. 다시 오랑캐가 침범하여 둘은 전쟁에 나간다. 전쟁에서 평국은 천자의 목숨과 보국의 목숨을 구한다. 두 차례에 걸쳐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대원수 평국은 대사마 대장군의 작위를 받는다. 나중에 보국 의 자식은 초의 태자가 되고 세상은 태평해진다.
71 작품의 내용 파악 ①
[A], [B] 모두 초현실적 사건을 다루는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② [A]에서 서술자는 계월의 외모를 연화꽃과 초생편월에 빗대어 표현하면서 당대 제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③ [B]에는 전장에서 평국이 보국을 구하는 행동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④ [A]에서 평국은 상소문을 통해 자신의 과거 행적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⑤ [B]는 평국이 적장과 대결하는 장면을 빠르게 제시하여 사건의 긴박감을 드러내고 있다.
72 인물에 대한 이해 ⑤
㉤에서 평국은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보국의 어리석음을 조롱하고 있다.
① 천자가 평국이 여자임을 알았음에도, 평국의 병세를 염려하고 있다. 또한 천자가 평국의 능력을 중요하게 보고 벼슬을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보아 천자는 평국이 남장한 것을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다.
② 평국은 남장이 탄로 난 점을 아쉬워하며 집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③ 여공은 보국이 평국에 대한 불만을 꺼낸 것을 훈계하고 있다.
④ 제장 군졸들이 평국의 명령을 따른다고 해서 남성의 무능을 인정 한다고 볼 수는 없다.
73 구성상의 특징 파악 ②
이 글에 나타난 위기는 평국의 남장이 탄로 나는 장면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성 영웅 소설에는 없는 부분으로, 자칫 평국이 이룩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① 평국의 건강상의 문제를 여성 영웅 소설만의 특별한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③ 평국이 천자에게 인정받는 장면이기에 위기나 갈등 장면으로 볼 수 없다.
④, ⑤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로 평국(계월)의 위기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