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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녹색당 정책위원회는 서울을 녹색전환도시로 만드는 녹색당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책리뷰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론의 결과를 요약 정리하여 뉴스레터로 당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녹색서울 정책 프리뷰 #2
서울은 제로웨이스트 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글: 김기원 (서울녹색당 정책위원)
쓰레기 발생: 지속적인 증가 추세, 원인은 건설폐기물
모두의 예상대로, 서울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총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하루 4만톤의 경계를 넘었고 2019년의 발생총량은 약 4.8만톤으로, 하루 5만톤의 경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배송트럭이 보통 1톤 트럭인데, 매일 4~5만대가 가득 쓰레기를 실어 나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마 잘 상상이 안 될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책임이면서 우리의 책임이 아니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고 생활하면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대략 하루 1만톤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어왔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발생량이 늘어난 원인은 건설폐기물이 2005년 대비 1.9배 가량 증가한 데 있습니다(‘05년 19,075톤/일 → ‘19년 35,493톤/일). 전체 발생량 중에서 건설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75%로 압도적인 것을 알 수 있죠. 때문에 개인적 차원의 제로웨이스트 노력도 단언코 소중하지만, 정책적 차원에서는 건설폐기물의 몸집이 더 불어나지 않고 작아질 수 있는 방법을 높은 우선순위로 고민해야만 합니다.
이는 땅값이 비싸고 ‘도시개발’이 난무하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서울보다 총 발생량이 더 많거나 비슷한 다른 지역(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경우,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무척 높습니다. 전국 단위 기준, 20% 조금 안 되는 인구점유율과 비교했을 때 폐기물 발생비율이 약 10% 정도로 낮은 이유도 서울에는 소위 ‘지저분한’ 산업들이 없다는 것이 한 몫 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폐기물은 다른 지역에서 감당하고, 예쁘게 포장된 생산물은 서울에서 많이 소비하는 불균형의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죠.
쓰레기 처리: 현실과 다른 통계, 대안 없는 매립
발생 양상이 그렇다면, 처리는 어떨까요? 폐기물의 처리방법은 크게 매립과 소각, 재활용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통계상 재활용률이 86.5%, 매립이 6.1%, 소각이 5.2%로, 상당히 모범적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통계가 처리의 모든 과정을 따라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수거된 이후 어디로 반입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활폐기물을 예로 들면, 재활용 선별장으로 들어간 양이 통계상 ‘재활용’된 폐기물로 잡히지만, 들어간 폐기물 중 실제로 재생원료 등으로 순환된 폐기물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서 양적으로 문제가 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률은, 2018년의 서울 기준 무려 95.5%에 달하지만 과연 실제 그러할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생활계폐기물의 경우는 높게 잡아도 60%대로, 대놓고 많은 개선이 필요하죠. 모든 처리과정에서 남는 잔재물은 결국 매립이 되지만, 종량제 봉투로 배출된 쓰레기는 다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각 또는 매립이 되기 때문에 재활용될 수 있는 물질이 여기에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폐기물 처리의 우선순위(“waste hierarchy”)를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매립이 최하위에 있고 그러므로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추가적인 자원투입이 (거의) 없이 가능한 재사용과 추가적 자원투입을 해야만 가능한 재활용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식(소각)을 차선으로, 그마저도 안 된다면 정말 최후로 매립을 택해야하는 것이죠.
<그림1> 폐기물 처리의 우선순위(출처: Thomas Bide)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도 많이 언급된 것처럼, 현재 서울은 매립을 인천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하는 것이지만, 그 ‘비용’에는 포함되지 않는, 결국 다른 누군가가 감당하고 있는 비용들이 있습니다. 가령 서울 안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더 멀리 쓰레기를 이동시키면서 발생되는 대기오염, 그 경로 인근 주민들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냄새와 소음, 여전히 존재하는 매립지 침출수에 따른 오염의 위험, 가까이에 매립지가 없음으로써 헤이해질 수 있는 감량 노력 등. 그래서 기본적으로 서울의 쓰레기는 서울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늦었고 또 어렵더라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서 찾아내야 합니다.
서울시의 대응: 예방이 아닌 처리 중심, 시설 확보에 급급
현재 서울시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도시’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말은 그럴 듯한데, ‘지속가능성’도 그렇고 ‘자원순환’ 역시 실제로 현실화하려면 통합적 관점에서 뿌리깊은 변화들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무언가를 만들 때 새로운 물질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잘 되도록 재질·구조를 개선하려면 생산 체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고,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가능한 오래 쓰는 문화가 정착해야 하며, 모든 주체들이 재활용 가능한 물질은 철저히 분리배출해야 하고, 다방면의 기술 발전과 재활용 제품에 대한 안정적 수요 및 시장 창출도 필요하죠.
그런데 2021년 관련 부서의 주요업무 계획을 보면, 근본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정책으로는 캠페인성의 ‘1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정도가 유일하고, 거의 대부분 처리시설 확충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물론 앞서 언급한 서울시의 폐기물 처리 자립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기에만 매몰되어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을 면하기 어렵겠죠.
<표1> 서울시의 2021 폐기물 분야 주요업무 계획
사업 | 예산 및 내용 |
① 광역자원회수시설 신규 건립 및 폐비닐 선별시설 설치 | - 사업예산: 326억원 (’24년까지) - 내용: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26년) 대비 및 서울지역 내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의 일환으로 광역자원회수시설 신설과 강남·마포 광역자원회수시설 내 폐비닐 선별시설(230톤/일) 설치 준비 |
② 수도권대체매립지 조성 | - 사업예산: 2조 5천억원 (총 조성비) - 배경: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 합의(’15.6.)에 따라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를 위하여 대체매립지 조성 필요 |
③ 재활용선별시설 확충 및 처리 효율 개선 | - 사업예산: 129억원 - 내용: 공공 재활용선별시설 용량 신·증설로 재활용 자립률 제고 |
④ 지역 내 발생 폐자원 재활용 활성화 | - 사업예산: 3억원 (기술개발 지원) - 내용: 폐기물 처리과정 발생 부산물 적극 재활용(하수오니 전량 자체처리시설 확보(현재 일부 수도권매립지 의존), 마포·강남 자원회수시설 소각재 재활용(보도블럭 등 건설자재로 사용), 투명 폐페트병 재활용 확대 업무협약, 재활용 관련 기술개발 중소기업 지원 |
⑤ 건설폐기물 재활용 확대 및 공공관리 강화 | - 사업예산: 2억원 (학술용역) - 내용: 일정면적 이상 관급공사장에서 순환골재 의무 사용, 공사장 생활폐기물 공공관리 체계 구축, 건설폐기물 효율적 관리 및 재활용 활성화 방안 수립 학술용역 시행 |
⑥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 및 감량 | - 사업예산: 94억원 - 내용: 강동 및 난지(지하화)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 RFID종량기·대형감량기 보급확대 및 홍보강화, 음식물류 폐기물의 체계적 관리 및 처리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21 하반기) |
녹색당 정책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과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녹색당은 폐기물 수거·운반 사업의 높은 민간위탁 의존도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부패 문제에 집중했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총선 때는 ‘폐기물 없는 지역사회’와 ‘순환경제 중심의 적극적인 전환’의 슬로건 아래, 아래의 정책들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표2> 녹색당의 폐기물 분야 정책
[세부과제 ①] 폐기물 없는 지역사회 | [세부과제 ②] 순환경제 중심의 적극적인 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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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고 실제 책임을 지는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생산 단계를 포함해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들을 추구한 점이 눈에 띕니다. 그러나 늘 내부에서도 지적이 되어오던대로 ‘우리의 이상’ 또는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우선순위가 높은 이슈를 가리고 시민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사이 제로웨이스트샵과 ‘용기내’ 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반가운 바람이 불고 있죠. 이를 하나의 거대한 기류로, 서울의 일부가 아닌 곳곳의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해야할 것은 제로 ‘웨이스트' 도시만큼 제로 ‘의존' 도시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 아직 전자가 조금은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후자가 되려면 적어도 임시방편으로서의 매립지 마련이 불가피할 수 있는데, 녹색당 안에서는 어떠한 합의 또는 묘안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마음으로 이번 프리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