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에서 구문소 마을 걷기 (with 아이들의 사랑 듬뿍 받은 날)
# 걷기 여행가기 전 날
금요일 설명회가 끝나고 아이들을 배웅했습니다.
지원이, 창민이와 함께 걸었습니다. 대화 주제는 구문소 걷기 여행입니다.
구문소 걷기에 신청했는지 물었습니다. 다들 걷기에 참여한다는 아이들.
무슨 팀에 지원했는지 물었습니다. 지원이는 놀이팀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지원이가 놀이팀이면 정말 재밌겠다 생각했습니다. 창민이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팀이 있어요..?” 놀란 것도 잠시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무슨 팀인데요?”
지원이가 식사팀이라고 이야기해주자 창민이가 식사팀에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든든한 식사팀 동료가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 드디어 시작된 구문소 걷기
아침 8시 40분이 되자 도서관에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도착한 재인이와 하음이가 반갑게 달려와 폭삭 안깁니다. 걷기 여행에 어떤 팀이 있는지 확인하고 맨 위에 적힌 식사팀에 방.재.인 한 글자 한 글자 적었습니다.
식사팀을 신청한 재인이가 물었습니다. “식사팀은 뭐 하는거에요?”
식사팀이 하는 역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재인이에게 쓰레기 봉투를 챙겨줄 수 있냐고 부탁했습니다. 흔쾌히 자기 가방에 쓰레기 봉지를 넣던 재인이가 있어 정말 든든했습니다.
드디어 ‘구문소까지 걷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두 명씩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참 정다웠습니다.
오랜만에 슬찬이와 대화했습니다. 면접 보러 온 첫 날, 슬찬이와 걸었던 골목을 다시 걸었습니다. 슬찬이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던 그 길. 슬찬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선생님 기억나세요? 그 때 걸었던 길이잖아요.”
같은 순간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좋았습니다.
재인이와 오래 손잡고 걸었습니다. 같은 식사팀이라며 저의 손을 놓지 않던 재인이. 가방에서 약과를 꺼내듭니다. 손에 약과를 꼭 쥐어 주었습니다.
“약과 양이 많아요.” 라며 걷기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약과를 건내던 재인이.
재인이가 준 약과 덕분에 힘내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약과를 먹으니 쓰레기가 생깁니다. 출발 전에 챙겼던 쓰레기 봉투가 기억이 난 것인지 재인이가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쓰레기 봉투를 꺼내 주자 재인이가 손에 있던 쓰레기를 쓰레기 봉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갑니다. 현아언니에게 쓰레기 있냐고 묻고 봉지에 넣었습니다. 지나가다 떨어진 쓰레기도 줍고 친구들에게도 쓰레기가 있냐며 물으며 친구들의 쓰레기를 모아주던 재인이가 있어 걷기 여행 참 편안했습니다.
다 같이 동점초등학교까지 걸었습니다. 동점초등학교에서 잠시 쉬고 출발하려는 때에 현아가 약속이 있어 가야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아가 잠시 저를 불었습니다. 가방에서 과자 한봉지를 꺼내 들더니 초코과자 한 봉지를 손에 쥐여줍니다.
“선생님, 초코과자 좋아하신다고 해서 준비했어요.”
현아의 작은 가방에 가득 채운 초코과자. 초코과자를 좋아한다고 스치듯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해주고 챙겨준 현아의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 곳곳에 놀이를 준비한 놀이팀
구문소 걸으며 잘 놀았습니다. 놀이팀 덕분입니다.
처음 쉬었던 공터에서 했던 줄넘기와 삼겹살 게임, 동점 초등학교에서 했던 스톤 피그 하우스까지 알차게 놀았습니다.
놀이팀 쉬지 않고 놀았습니다.
게임 같이 하자고 두루 제안하며 놀 때는 누구보다 누구보다 즐겨준 놀이팀이 있었기에 재미있게 놀 수 있었습니다.
# 구문소까지 200m
구문소를 가기 전 산 앞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뒤에서 천천히 걸어왔기에 맨 선두에서 걸었던 창민이를 만났습니다. 같이 산을 올랐습니다. 정자에 도착할 때까지 응원의 말을 듬뿍 해줍니다. 제 가방을 슬쩍 들어보더니 “선생님, 가방 왜 이리 무거워요!” 라며 뒤에서 슬쩍 가방을 들어올려 주던 창민이. 창민이 덕분에 마지막 구문소 가는 길 힘이 되고 즐거웠습니다.
“이제 구문소까지 300m!”
“구문소까지 200m!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응원의 말을 듬뿍 해 준 창민이 덕분에 구문소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 최강 식사팀
구문소를 지나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다 같이 준비한 라면을 꺼내 먹었습니다.
식사팀 참 멋있었습니다.
물이 부족하자 유혜숙 선생님과 패드병에 물을 담아온 창민이.
라면을 다 먹고 뒷정리를 도와준 재인이.
특히 재인이가 패트병 분리수거 방법을 김동찬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배운 방법 그대로
“일단 뚜껑을 열고… 밟고… 뚜껑 다시 닫고….”
모든 패트병을 밟을 때까지 되새기며 말하던 재인이.
쓰레기 정리가 끝나고 쓰레기를 번쩍 들어 가던 창민이.
재인이와 창민이와 식사팀 함께 할 수 있어 든든하고 행복했습니다.
# 걷기 여행 참 좋았습니다.
걷기 여행 처음부터 모두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줄줄이 걸어가던 그 모습이 참 정겨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옆자리가 비지 않게 돌아가며 자리를 채워주던 아이들.
양손이 비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던 아이들.
걷다가 지치는 순간에도 응원의 말을 듬뿍해줍니다.
걸으며 좋은 말들을 쏟아줍니다.
진심으로 아껴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귀한 철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음에 다시 감사하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