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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키 폴이 작업실에서 일러스트레이트 창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폴이 들고 있는 그림은 세계 각국 어린이들이 보내온 것 중에서 뽑혀 그의 책에 실릴 그림이다. [옥스퍼드=오병상] |
코키의 집은 영국 런던에서 기차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대학도시 옥스퍼드에 있다. 코키는 겉으로 보기엔 영국의 보통 아저씨였다.
'위니가 태어난 곳을 보여드릴게요. 자,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머리 조심하시고.'
위니의 산실(産室)은 네댓 평에 불과한 반지하방이었다. 높은 창이 땅위로 고개를 내밀어 간신히 햇살을 들여놓았다. 책이 나올 때마다 10여개국에서 번역돼 200만부씩 팔리는 베스트셀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집과 작업실로는 좁고 복잡했지만 아늑했다. 사방엔 그림과 물감, 음악 CD와 낡은 테이프, 그리고 세계 각국 어린이 팬들이 보내온 편지와 위니 인형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보셨어요? 피와 땀, 증오와 광신이 뒤범벅된 혼돈. 그게 바로 전쟁이죠.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입니까. 저는 그게 싫어 아프리카를 탈출했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광고회사에서 일하던 코키는 24세 되던 해 남아공이 앙골라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예비군을 소집하자 그리스로 도망쳤다. 그리스에서 활동하던 중 옥스퍼드 출판사에 스카우트됐다. 영국에서의 첫 작품인 '마녀 위니'가 1987년 어린이도서상을 받으면서 히트했다.
'여기는 세계 각국의 유학생이 몰려 온갖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요. 중세시대 낡은 도시지만 늘 활력이 넘칩니다. 아이들과 만나기도 좋고요.'
그에겐 어린 독자들과 코드를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늘 어린이와 대화한다. 세계 각지의 초등학교와 어린이 도서관의 무료 특강신청을 받아 달려간다. 어린이 독자들에게서 늘 그림과 편지를 공모한다. 좋은 그림은 자신의 책 속표지에 그대로 싣는다. 감사의 글과 함께. 위니 시리즈 네번째로 나온 '마녀 위니의 요술지팡이'의 경우 요술지팡이를 세탁기로 빨아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는 아이디어를 어린 독자에게서 얻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술지팡이까지 모두 5권의 위니 시리즈가 비룡소에서 나왔고 여섯번째가 곧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들에겐 재미가 최우선이죠. 그 재미는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제 그림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처럼 동식물을 등장시키는 것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죠. 일부러 그림을 조금씩 바꾸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그걸 찾아내죠. 뱀 꼬리나 도마뱀 눈만 보여도 아이들은 그 전체를 상상하고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코키는 5월 일러스트 원화(原畵)전시회 준비로 바빴다. 한국에도 많은 어린이 팬이 있다고 하자 '조금 멀지만 불러주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며 웃었다.
옥스퍼드=오병상 특파원<ob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