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8'의 괴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8이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죠. '돈을 번다'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첫 번째 발음이 숫자 8의 음 '바'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베이징b올림픽을 2008년 8월8일 오후8시에 개막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옮겨 붙는 가운데 중국에서 8이 '행운의 숫자'가 아닌 '공포의 숫자'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중국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성장률이 마지노선인 8%에 근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초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9.8%로 10%를 밑돌고, 내년 8.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유럽계 투자은행 UBS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8.8%)에서 8%로 낮춰 잡았고,
크레디트스위스도 9.2%에서 8.8%로 전망치를 수정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중국 경제성장률이 8%를 향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중국 현지 텅쉰(騰訊)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도 내년 성장률이 8%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중국 사람들 사이에 '8'의 공포·괴담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겠죠.
매년 10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정부가 최소한 지켜야 할 선으로 정해놓은 8% 성장이 무너진다면 실업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옵니다.
무디스이코노미 셔먼 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게 8% 이하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으로 치면 '경기 후퇴'와 동일한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발생한 대형재난의 발생 날짜도 전부 8과 연관이 있다'는 괴담까지 인터넷 등에서 나돌고 있습니다.
폭설재난이 발생한 1월 25일, 티베트 사태가 벌어진 3월 14일, 쓰촨성 (泗川省) 대지진이 발생한 5월 12일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추측해보세요.
월과 일의 숫자를 합하면 8이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증권사 직원은 "요즘 중국인들은 8의 의미에 대해 헷갈려 하는 것 같다"며 "중국의 8% 이하 성장은 또 한차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인 만큼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