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남산도 평년 같으면 4월 중순이나 돼야 화사한 벚꽃과 개나리로 온 산이 변신을 하는데 올 해는 때 이르게 꽃망울을 터트렸다. 남산을 둘러싸고 7.5km가량 이어지는 순환도로 또한 줄줄이 늘어선 2,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바람에 흩날리며 온통 꽃물결에 젖어든다. 특히 저녁 무렵, 쏟아지는 꽃비를 맞으며 길을 걷다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 꼭대기에 올라 꽃으로 뒤덮인 산 아래 서울 시내 야경을 내려 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모두가 올 스톱이다. 오늘은 남산을 오르는 대표적인 코스4곳중 장충지구로 오르기로 하고 지하철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내렸다. 장충단공원을 가로질러 수표교를 지나 동대 앞 계단으로 오른다. 한참을 올라 남산벚꽃 길 남측 순환로 접어든다. ‘석호정’에서 전통 활 시위를 당기고 있는 궁수를 보고 국립극장을 내려다보며 오가는 사람들과 동무하여 벚꽃과 개나리가 저물어 가는 순환로를 걷는다. 고불고불한 벚꽃 순환로를 걸어 남산순성 길로 오르는 나무데크 계단과 야외식물원 갈림길을 지나쳐 남산 순환버스 회차 지점을 지난다.
남산순환버스 회차 지점에서 남산정상인 팔각정으로 오르지 않고 남산N타워 아랫길로 길을 잡는다. 하단으로 내려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로 국립극장 앞으로 올라온 남산순환 버스가 내려가는 일반통행 길이다. 다 내려가면 소월로가 나오는데 숭례문과 남산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다. 안중근의사 기념관 앞을 지나 남산유적전시관 아래로 내려간다. 소월로를 걸어 ‘북측순환로’로 들어서니 한참 동안 문을 닫고 있던 ‘목면산장’이란 한식당이 ‘목면산호랭이’로 상호를 바꾸고 성업 중이다. 그곳을 지나면 우측에 와룡묘가 있는데 와룡묘는 제갈량을 모시는 신당이다. 와룡묘가 만들어진 시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1924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34년에 다시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의 모습은 1976년에 보수한 것이라 한다. 와룡묘 경내에는 정전인 와룡묘와 관우상, 단군성전, 삼성각이 있는데, 이 세 채의 건물은 순서대로 점차 높이를 달리하여 산의 지형에 맞게 세워져 있다한다. 서울한복판 남산에 중국의 신당이나 일본의 잔재들이 널려있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와룡묘를 지나 벚꽃 길을 한참을 걷다보면 왼쪽으로 남산관리중부사업소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곳에서 남산1호터널 구름다리를 건너면 남산 한옥마을로 갈 수 있다. 나는 한옥마을로 건너가지 않고 소리터널을 지나 남산국가안전기획부의 본부로 사용되던 건물을 서울시가 인수하여 한국을 찾는 전 세계 젊은이들과 도심 속의 자연을 찾는 가족들, 그리고 각종 세미나 행사를 개최하는 단체들을 위한 최고의 시설이라는 ‘서울유스호스텔’을 지난다. 서울종합방제센터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왼쪽에 2016년8월 자발적인 국민모금으로 ‘한국위안부 기억의 터’와 1910년 경술년 8월22일 총리대신 이완용과 한국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일병합을 서명 발표한 통감부자리로 일제는 그 공으로 데라우치 마사타게 에게 남작 작위를 내리고 ‘남작 하야시곤스케’군상을 세웠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곳에 흩어진 동상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워 우리의 욕스러움을 기린다고 표석에 적고 있다. 오늘 장충단공원으로 올라가 남산 벚꽃순환 길 7.5km를 휘돌아 원점으로 왔다. 이번 주에도 비예보가 있어 비가 내리고 나면 만개한 남산의 벚꽃은 내년에나 다시 볼 것 같다. 내년에는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벚꽃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산은 크게 나눠 장충지구, 예장지구, 회현지구, 한남지구로 나뉜다. 장충지구에서는 대한제국 시절 일본에 맞서 싸우다 숨진 이들을 기리는 사당인 장충단,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기둥에 눈금을 표시했던 15세기의 돌다리 수표교, 전통 활을 쏘는 석호정, 국립극장을 돌아 볼 수가 있다. 예장지구에는 한옥의 수려함과 근대 한국인의 주거문화를 볼 수 있는 남산골한옥마을과 서울을 수도로 삼은 지 600년이 된 것을 기념해서 조성한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이 있고, 회현지구에는 와룡묘, 안중근의사 기념관. 한남지구는 야외식물원, 야생화와 습지식물을 가꾸는 야생화공원이 있다. 서울 곳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남산 중앙에 우뚝 솟은 23.7m높이의 첨탑인 N서울타워에 오르면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N서울타워에서 맑은 날이면 인천 앞바다와 남한산성,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
-회현지구(안중근의사 기념관, 남산 유적전시관, 남산도서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나와 퍼시픽호텔 오른쪽으로 들어서 350m 정도 올라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온다)
-한남지구(남산전시관, 야외식물원, 야생화공원) 6호선 한강진역 하차
-장충지구(장충단공원, 국립극장, 자유센터) 지하철3호선 동대역, 02, 03, 05번 버스
-예장지구(한옥마을,서울유수호텔,서울애니메이션센터,남산예술센터)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남산공원은 남산을 중심으로 조성된 290m에 가까운 서울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갖가지 수목들이 울창하게 들어차서 서울의 허파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본인들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주둔했던 것을 기념해서 1897년 도로를 내고 벚나무를 심은 게 남산공원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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