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巨文島 무박 여행 ☞
<2008. 04. 23 ~ 04. 24 (흐린 뒤 맑음) 중앙산악회>
■ 산행개요
◐ 여 행 지 : 거문도
◐ 소 재 지 : 여수시 삼산면
◐ 참석인원 : 40명
◐ 여행코스 : 고흥군 녹동항 → 고흥 방조제 → 녹동 여객 터미널 → 페리 오가고 → 거문도 여객 터미널 → 삼호교→ 임병찬 의사 충혼비 → 산오름길 → 삼거리 돌탑 → 신선바위 → 억새밭 → 동백나무 터널 → 불탄봉 → 유림해수욕장 → 여객터미널 → 페리 오고 가고 → 녹동항
■ 산행후기
▶ 예측하기 어려운 봄 날씨에 한번 연기된 거문도 트레킹을 하는 날
오늘도 무박의 꿈을 살려내기 위하여 녹동항 새벽바람을 맞으며 간절히 기도를 드린 덕분으로 2번째 출항하는 거문도 행 여객선 승선이 예약되고 부둣가 남일옥 조개탕으로 부스스한 뱃속을 데웠다.
문둥이 수용소로 악명을 떨치던 소록도에도 우람한 연육교가 건설되고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 삶에 희망의 고동 소리가 울러 퍼지는데 어린 시절 가장 무섭고도 애절한 문둥병 환자의 흐린 눈동자를 훔쳐보든 기억을 떠올리며 잔잔한 마음을 토해 본다.
천형의 낙인을 두르고
버려진 동토의 섬
몰라 3년, 알아 3년, 썩어 3년
통곡의 슬픈 가슴을
메도 죽고 놔도 죽는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바람을 등지고 만났던
아기 사슴의 애절한 모습을
육지와 단절의 역사가 소통 되는 날
회한의 기억은 모두 잊었으면
힘차게 떨쳐나 웃었으면
한 용운의 시 “소록도 가는 길”을 슬픈 세월의 기억 속으로 읽어간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낮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 끼리 반갑다.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가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게가 없다.
앞으로 남은 2개의 발가락이 잘릴때 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자투리 시간에 영산홍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고흥방조재를 둘러보며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하던 소박한 농부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10시 30분 날렵하고 깨끗한 오가고호는 중앙 산우들만을 위한 바닷길 58km를 쾌속 항해로 파도를 가른 지 한 시간 남짓 만에 거문도 고도 여객선 터미널에 닿는다.
서도로 연결된 삼호교를 건너서 林 炳贊 의사의 殉趾碑 갈림길에서 곧바로 산행은 시작되고 동백꽃나무가 장성한 터널을 빠져나와 능선에 오르니 수평선을 집어삼킨 짙푸른 망망대해가 발아래 찰랑거린다.
가슴 졸이며 기다려온 날들의 합창이 비록 반쪽이 났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온갖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김 재규, 타잔, 안 대장과 행보를 같이하여 돌탑을 지나 신선봉을 밟으니 평화롭게 어깨동무를 한 동도 고도 서도가 넉넉한 바다에 떠서 그림 같은 절경을 선사한다.
좌우 바다를 바라보며 이끼를 뒤집어쓴 원시림을 가벼운 걸음으로 뒤로하고 시멘트 구조물로 내통한 불탄봉에 올라 오찬을 펼친다.
시간 맞추어 산을 내려와 거림 해수욕장의 딱딱한 모래땅을 밟으니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해초가 넘실대며 춤추고 있다.
섬 유일한 찜질방에서 재규 산우와 땀에 찌든 몸을 씻고 이른 저녁 식사를 생선회와 참 이슬의 조화 속에 아득한 천리 귀가 길에 올랐다.
☞사진은 http://cafe.daum.net/jungang4050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