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부마항쟁 당시 마산에서 발생한 사망자 최초 확인 “가족 통보도 없이 경찰 등 관계기관, 시신 불법 부검, 가매장까지”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분명히 일어서 유신체제에 종언을 고했던 부마민주항쟁은 3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실질적 진상이 철저히 숨겨져 왔다. 1,500명이 넘는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 감금, 고문, 수배 등으로 피해를 당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 고문 후유증과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사망자나 행방불명자 발생설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계속 남아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망자가 없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그동안 진행된 민간단체 조사에서는 시위 진압과정에서 사망자 3명이 발생했고 여러 명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런데 마침내 그 진실의 한 조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부마항쟁 당시 마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있었음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도 유신정권은 사망자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은폐했다. 부마민주항쟁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경남연대에서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오늘 만천하에 그 내용을 밝힌다.   -부마항쟁 당시 사망자와 사망 사건 확인 경위- 1. ‘유족’ 확인 경위 1) 지난 달 7월 18일, 부마항쟁특별법 제정을 위한 경남연대(부마경남연대) 발족 (과정에서 발족대회 자료집-보도자료를 통해서 부마항쟁 당시의 ‘사망자 3인 의 혹’ 제기와 언론보도. 2) 이후 유족 중 고인의 큰 아들 유찬국 씨가 친구의 권유를 받고 부마항쟁 당시 사망한 아버지, 고 유치준 씨에 대한 정보 요청 위해, 8월 10일 마산 중부경찰 서(부마항쟁 당시 마산경찰서) 방문. 3) 8월 10일, 중부 경찰서가 큰 아들에게 관련 정보 없다며, 부마민주항쟁기념사 업회 찾아가 보라고 권함...기념사업회 연락, 실무자가 사업회 사무실 방문 요 청함. 4) 8월 12일, 유찬국 씨가 기념사업회 사무실 방문하여, 부마민주기념사업회 회장 정성기, 부마경남연대 허진수 상임대표, 윤치원 집행위원장, 정인옥 사무차장 등과 첫 대면. 고인의 호적등본에 기록된 인적사항, 사망일시, 장소 등이 [부마 민주항쟁10주년기념자료집]에 실린 관련 내용과 완전히 일치함을 확인함으로써, ‘부마항쟁 사망 자 유족’임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서로 크게 놀람. 5) 이후 8월 16일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큰 아들 유찬국 씨와 2차 면담, 8월 22 일 부인 천술옥(千述玉) 씨(77), 큰 아들 유찬국(劉燦國) 씨(57), 셋째 아들 유 성국(劉成國) 씨(52)와 세 번째 면담 과정을 거쳐서 관련 사실을 종합적으로 확인함. 6)이후 8월 31일까지 수 차례 더 만나거나 전화로 추가 확인함.   2. 신원 확인 두 자료 내용 비교 1) 부마민주항쟁 10주년기념자료집(46-7쪽, 1989년 간행):별도 배포 자료 참조. -당시 마산경찰서 당국이 1979년 10월 18-19일 상오까지의 상황을 10분-20 분 단위로 정리하고 종합한 내부 보고서, [마산 경남대학교 소요사건 1차 발생 보고서]를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당시 경남매일신문(현 경남신문)측의 남부희 사회부장이 자체 취재 자료를 보완하여 김현태 기자(이후 한겨레신문 마산 주 재 기자)에게 정리하도록 한 자료로서 은밀히 보관하고 있다가 1989년에 부마 민주항쟁10주년기념사업회측에 기증함) ................................................................................................... 1979년 10월 18일에 대한 경찰의 [마산 경남대학교 소요사건 1차 발생 보고서] 내용 중 해당 부분 “※변사자 발생 大林여관 앞 도로변(새한자동자 영업소 앞)에서 50여세로 보이는 노동자풍에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왼쪽 눈에 멍이 들고 퉁퉁 부은 채(코와 입에서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음. 민방위 모자, 얼굴 둥근 편, 키 160센치 가량. ※정황으로 판단, 타살체가 분명 ※피해상황-인명 피해 경찰부상 중상 3명, 경상 22명, 계25명 데모대 3명 사망 추정, 부상자 미확인 ” ........................................................................................................ 2) 고인에 대한 제적등본의 기록:별도 배포 자료 참조 호주 유치준(劉致俊) 출생 1928년 11월 11일생 평안남도 강동군 강동면 용흥리 483번지에서 출생 서기 1944년 5월 9일 전호주 사망으로 호주가 됨 서기 1955년 4월 4일 법령제179호에 의해 취적 서기 1979년 10월 19일 오전 5시 마산시 산호동 소재 새한자동차 마산지사 앞 노상. 동년 11월 14일 동거인 유찬국 신고.   3. 고인과 유족의 인적 사항 1) 고인 유치준 씨는 1928년 북한 평남 강동 출신으로 1951년 1·4후퇴 때 두 동생 두고 단신 월남. 마산에서 천술옥 씨와 결혼. 3남 1녀 둠. 사망 당시 가 족들과 마산시 신월동 거주. 당시 유치준씨 51세, 부인 천술옥 씨 45세. 2) 결혼 후 한동안 미군부대에 근무 후 쌀가게 등 자영업으로 다소 여유있게 살다가 사업 실패 후 부마항쟁 당시 2년째 건설 현장 노무자 생활하고 부인은 한일합섬 생산직 근무. 3) 현재 유족들은 모두 창원시 거주, 부인 천술옥 씨(77)와 큰 아들 유찬 국씨(57)는 마산합포구 완월동에 거주함.   4. 고인의 사망 경위와 경찰 등 관계기관의 은폐, 불법 부검 및 매장, 사후 통보 사실 등 (유족 증언) 1) 10월 18일 마산항쟁 당일, 고인이 자유수출지역 3공구 경남모직 인근 건설 현장 노무 일을 나갔다가 밤이 되어도 집에 돌아오지 않아, 부인이 마산경찰서 등을 전전하며 수소문하다가 허사. 이후에도 온 가족이 백방으로 수소문함. 2) 사고가 난 뒤 보름 정도 지난 후, 11월 초순 경 파출소 직원이 찾아와 사망 사실 통보 받음. 3) 마산경찰서 출두 요청받고 찾아가니 고인의 사인에 대해서는 정확한 설명이 없이 시신의 임의 부검 및 가매장 사실 통보함. 고인의 신원과 유족은 고인의 소지품 ‘도시락 속의 주민등록증’으로 알았다며 건네 줌. 4) ‘가매장한 지 보름 정도 되었다’ 확인. 5) 시청 사회과 직원 추정 공무원과 매장지, 서원곡에 가서 가매장된 시신 확인. 고인의 시신은 부검(부검의: 남향외과 원장) 후 바로 매장하여, 시신은 사 고 당시 입은 ‘후두부 함몰’(부검한 남향외과 의사 소견)과 부검, 그리고 매장 후 걸 린 시일로 인한 심한 훼손 및 부패 상태였음. 6) 시신 인계받아 자산동 화장장에서 화장 후, 유골을 묻어 묘를 만듦.   5.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한 가족의 확인 사실 등 1) 장례 후 셋째 아들이 경찰이 시신을 발견했다는 장소, 구 가야백화점 인근 대 림여관 앞 도로변 새한자동자 영업소 앞 찾아가 탐문 결과 ‘대림이용원’ 주인의 증언 들음. ⇒ ‘18일 저녁 이발관에서 건너 편을 보니, 시위대를 쫒던 경찰들이 지나간 후 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않아 있었다. 일어서려고 고개를 들어도 자꾸 고꾸라 지며 구토를 여러 번 하더라. 몇 시간 후 퇴근할 때도 보니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2) 19일 아침, 출근하다가 그 지점에서 사람 시신을 거적떼기로 덮어 놓은 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더러 있었음. 3) 가족들이 경찰에서 부검했다고 알려 준 남향 외과에 찾아가니 원장이 부검한 사진을 보여 주는데 너무 처참하여 볼 수가 없었고, 받은 사진은 그 후 불태운 것으로 기억함.   6. 부마경남연대 상임대표의 경찰공의 남향외과 원장 면담 1)8월 23일, 부마민주항쟁특별법제정을 위한 경남연대 허진수 상임대표가 당시 부검의였다고 유족이 증언한 당시 남향외과 원장을 찾아가 면담함(오전 11시 30부터 약 30간). -당시 부검 사실을 확인하고자 여러 차례 질문하였으나 시종일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함. 하지만 당시 경찰 공의(公醫)였다는 이 의사는 ‘시신을 유가족이 확인하기도 전에 서둘러 가매장한 것은 불법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함.   7. 마산 사망자 관련 부산에서 포고령 위반으로 군사재판받은 두 사람 건 1)앞서 경찰 자료에도 기록된 대로 부마항쟁 당시 마산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부산에도 널리 퍼졌음. 2)이 소문을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한 노승일(당시 27세, 서점 경영)과 김영일(24세, 엠네스티 부산지부 간사)는 ‘유언비어 날조 유포와 국론분열 언동’을 금한 계엄포고령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군사재판을 받았으며, 10·26사태 이후에 이들은 각각 징역·자격정지 3년, 징역·자격정지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1979년 10월 28일) 신군부 전두환 정권하에서 부마항쟁 관련자 중 최장기 수감생활을 함(이 군사재판 선고 때 마산에서 시위에 참여한 주대환(서울대 시위 제적생), 경남대생 장정욱, 한양수 등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8. 가족들 오랜 침묵의 이유 1) 당시에 억울한 죽음이라는 생각을 했으나, 단신 월남한 부친의 친척이나 지인 이 거의 없어서 하소연하거나 의논할 상대가 없었고, 마치 죄인 취급받는 것 같고 두려웠다(사망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는 10.26사태 후 전국 계엄령이 내 려진 상황). 2) 이후 온 가족이 먹고 사는데 급급하여 앞만 보고 살았다.   9. 결론 1) 유신 정권하의 경찰과 관련 당국은 고인에 대한 신원을 즉시 파악했음에도 불 구하고, 공개하거나 수사하지 않고,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철저히 은폐한 상 태에서 임의로 부검하고, 즉시 가매장하는 불법적 범죄행위를 자행함. 2) 이러한 은폐와 즉각적 부검, 매장은 부검 결과 시위대가 아닌 경찰의 장비에 의한 가혹한 진압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큼. 3) 정부 당국이 고인의 시신을 은폐하고, 가족들이 보름이 넘게 고인을 찾아다닌 상황 자체만으로 1960년 3월 15일 1차 마산의거 이후 ‘제2의 김주열 사건’을 연상하게 함. 4) 부검, 매장 이후 1 주일가량 지나 10.26사태가 나서 계엄 치하에서 가족들에게 알려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사망 후 보름가량 지나서 통보한 것으 로 추정함. 5)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비상한 상황에 대한 보고는 상당한 고위층에 이르고, 공안기관들이 비밀리에 은폐, 부검, 매장, 통보 등의 조치를 결정했을 것으로 추정함.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