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는 햇빛과 바람의 축복 속,
생명이 풍요로워지는 오월에..
56학년은 한국 지리를 공부했습니다~ ^^
4학년 시기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주변의 산, 강, 마을, 건물 등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세상이라는 공간 속에 "나"를 오리엔테이션 하는 과정이라면,
5학년 시기는 공간과 관계의 확장 속에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동네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로 공간이 확장된 속에서 나를 경험하기 위해 한국지리 첫 수업은 우리나라를 호랑이로 표현한 근역강산맹호기상도 칠판그림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남북한간 감격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된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직후!! 남북한에 관한 이야기, 왜 분단이 되었는지,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 이야기, 통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아이들이 듣고 느낀 남북 정상회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뜨겁게 나누며 우리나라에 한 발 다가서게 되었다지요~^^
다음은 모든 생명을 품고 키우고 돌보며, 우리가 단단히 발을 딛고 설 수 있도록 돕는 "땅"에 대해 이야기 나눈 후 이 땅의 산줄기와 물줄기에 대해 산경표를 기준으로 공부하였습니다. (1대간, 1정간, 13정맥)특히 물줄기를 중심으로 산줄기를 설명했는데 압록강의 떡보 이야기, 두만강의 용바위 이야기, 청천강의 살수대첩 이야기, 임진강의 화석정 이야기, 한강의 뱃사공 손돌이야기, 금강의 나무꾼을 사랑한 곰이야기, 영산강의 정영감이야기, 섬진강의 왜구를 무찌른 두꺼비이야기, 낙동강의 짐승은 은혜를 은혜로 사람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이야기 등 중요 강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실제 접할수 없는 여러 강을.. 아이들이 이야기를 통한 상상의 힘으로 관계 맺음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강 이야기는 하루에 하나씩 3주에 걸쳐 계속 이야기해주었지요.
그리곤 직접 이 땅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흙으로 만들어보았지요. 이 작업의 백미는..백두대간? 정간? 정맥?강? 다~ 아니고 백두산과 한라산 분화구에 담은 물이었습니다~ -.-;; 천지물은 다 새버려 교실 물바다 만들고(천지물은 정말 달문으로 흘러 내려 중국의 송화강을 만든다고 설명하자 반색하며 좋아하는 아이들~ 교실은 우짤낀데.. ㅜㅠ)그런데 백록담은 하루 지나자 맑은 물을 고이 담고 있어 참 신기했지요~
강줄기 이야기엔 바다가 빠질수 없으니 황해 동해 남해 바다이야기..서로 가본 곳을 이야기 하고 각 바다의 차이점.. 독도, 마라도, 이어도 등 섬이야기.. 영공과 관련한 12해리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나라의 눈에 보이는 생김새인(지형)과 친해진 후엔 이동과 소통의 역할을 했던 강줄기와는 달리 경계와 울타리의 역할을 했던 산줄기에 의해 막혀 자연스럽게 나뉜 우리나라의 팔도 지역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팔도의 지명 유래를 공부하고 지형과 기후에 따라 다른 지역별 주거문화 즉 집 모양과 재료, 집 구조의 차이 등을 배웠지요~ 지역별 집 구조의 특징을 배우기 전에 아이들에게 더운 곳에 산다면.. 또 추운 곳에 산다면.. 어떤 구조로 집을 지어 살고 싶은지 그림으로 그려 발표하게 했는데 아이들은 놀랍게도 추운 곳에 산다면 겹집 구조로(물론 용어는 몰랐지만) 더운 곳에 산다면 바람이 잘 통하는 일자형 구조로 집을 짓겠다고 했답니다~
집살림 다음으론 기후에 따른 옷살림에 대해 배웠습니다~ 김경희선생님께서 옷감을 주셔서 아이들이 모시 삼베 무명 명주 누빔 옷 등에 대해 직접 만져보며 차이를 알 수 있었어요~
수공예 시간에 이미 목화 솜으로 실을 잣고 직조를 해 본 경험이 있어 다른 옷감들도 잘 이해했답니다~
식생활은 지역별 김치를 먹어보자며 한 주 미루고 언어생활의 차이인 지역별 사투리를 공부했는데 민서어머니께서 아이들에게 경상도 사투리와 부산에 사셨던 경험담 등을 직접 들려주셨어요. 원래 계획엔 탈북자이신 행정선생님 지인께 이북 사투리를, 유성할머님께 전라도 사투리도 들어보려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무산되어 아쉬웠어요~ 대신 제가 삼일 연습해서 강릉사투리를 들려주었고(과연~? ^^;;) 각 지역별 사투리 유머는 아이들이 틈만 나면 들려달라해서 짬짬이 재미난 시간을 보냈답니다~ ^^
이 무렵! 안양자유발도르프학교 5학년 학생 8명과 정혜은선생님께서 우리 학교를 방문해주셔서 아이들은 우리 학교 외에 다른 학교 5학년 아이들과의 관계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학교에서 함께 잠을 자며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를 볼수 있는 죽녹원과 영산강 시원지인 용소를 돌아보고 담양의 향토음식인 떡갈비와 대통밥을 나눠먹으며 다시 만날것을 약속한 뒤 아쉽게 헤어졌지요.. 아이들은 얼마나 유연하고 서로에게 열려있는지! ^^
그리곤, 들살이가 예정되어 있어 전라남도는 들살이 이후에 정리하기로 하고 우리 학교가 위치한 담양군으로 점점 지역을 좁혀 가며 살펴보았어요~ 먼저 전체를 배우고 그 이후에 더 작고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발도르프학교의 방법론때문이지요~
담양에 대해선 4학년때 기본적인 공부를 한터라 체육시간마다 자전거 타고 갔던 '학교에서 친구들 집으로 가는 길'을 그려보고 지도에서 찾아보는 것(1:50000과 1:5000 두 가지 축척)으로 마무리를 하였답니다~ 담양군 중 봉산면과 수북면 대전면의 공간을 몸으로 먼저 체험하고 그 경험을 교실에서 개념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아직 제가 가야할 길이 멀어요~ ^^;; 어찌되었든 아이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봉산면 수북면 대전면 일부와 자전거 타고 여러번 가본 관방제림이 위치한 담양읍의 공간과는 틀림없이 친숙해졌지요~! ^^
들살이 포함 다음 이야기는 56학년 한국지리수업 2편에서 들려드릴께요~ 이 기나긴 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ㅎ
첫댓글 "아이들은 얼마나 유연하고 서로에게 열려있는지! "
=> 이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네요. 아이들이 정녕 이러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네요. 우리는 언제 그러할 수 있을까요?
수고하셨습니다.
5월은 56학년 아이들과 엄마아빠들까지 모두에게 잊지못할 시간이었네요~
이 모든것을 계획하고 실행하느라 정말 수고하셨어요~
발도르프 학교 선생님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고, 발도르프 학교 학생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한주미 선생님의 말씀이 본능적으로 생각나네요, 대단하십니다!!!
정말 예쁜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마녀인지, 미녀인지,
정말 멋진 선생님이구여^^
아름다운 기획이자 시도입니다. 교육과정과 수업의 알짬이 느껴지네요. 아울러 교사의 안목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산경표에 대한 옛 공부를 떠올려봅니다.
파란만장했던 5월이었지요?^^
고생도 많았지만,
그래서 더욱 잊지 못할 지난 한달.
수고하셨고,
모두모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