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폭식 사회⌟, 소셜미디어 플랫폼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
나 같은 경우에는 가짜뉴스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짜뉴스와 알고리즘으로 패가 나뉘고 불신과 반목, 소요와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독성이 맹위를 떨치는 현실에 가슴앓이를 한다.
사실과 허구가 구별되지 않는 사회,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표류하면서 조회 숫자에 의해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일에 일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자기와 자기 집단에 이익이 되면 거짓과 진실 여부를 알아도 소셜미디어가 정리해준 대로 무조건 믿어버린다.
왜 우리는 진실과 거짓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왜 양심이 작동하지 않는가?
무엇이 우리를 마비시키고 있는가?
과거에는 생산과 시장의 영역에 머물렀던 기술이 지금은 사회 조직과 관계를 구성하는 핫한 힘과 논리가 되었다. ‘소셜’미디어 기술이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반복적인 주장으로 정치와 여론을 조작하며 사람들의 정신과 사회 공론에 스며들어 직,간접적으로 사회 정서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쉽게 말하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 논리가 우리 사회의 규칙을 정하고 사회 정서와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리얼하게 살고 있는 현실이 빅테크 지능형 기술 네트워크 질서에 의해 통제되며 재편성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사회의식과 감각이 플랫폼 기업이 코딩한 ‘소셜’ 감각으로 대체되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빅테크 지능형 기술 네트워크의 생각과 주장으로 세뇌, 재단되고 획일화되어 생각과 사상의 자유와 능력이 서서히 말살되고 행동마저도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암시하는 대로 따라가게 되는 세상, 기술이 인간과 사회를 지배하는 세상이 출현하였다.
이광석은 ⌜디지털 폭식 사회⌟에서 그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팬데믹이 되면서 바이러스 방역이 재냔 사회의 중심 목표가 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술 의존형 사회안전망이 확대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신체 접촉이 없는 전자 소통방식이 사회관계의 기본이 되었다. 게다가 바이러스 없는 청정한 소비시장 요구로 인해 인동지능 무인 자동화 서비스의 보급 또한 크게 늘었다. 우리 사회의 첨단기술의 활용밀도가 한층 깊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현실 정치를 오염시키는 기술 과잉의 사례 또한 만만찮다.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가짜뉴스와 극단의 포퓰리즘 정서로 대중을 디지털 격자 안에 (패를) 나누고 가두는 이른바 ‘정치적 부족(部族)주의’ 문제를 야기해왔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실물을 모사한 딥페이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인공지능 윤석열’, ‘명탐정 이재봇’ 등 유력 대선후보를 꼭 빼닮은 인공지능 아바타 정치인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대중의 주목과 시선을 끄는 데 멈추지 않는다. 현실 정치인에 대해 지녔던 유권자의 생각이나 판단을 흐리는 데 기술이 장차 어떻게 공모할 수 있을지를 암시한다. 아바타 정치인의 범람은 ‘가짜뉴스’의 유사 사례가 될 수 있다. 신기술 알고리즘과 딥페이크 이미지로 세련되게 치장한 가상의 기술정치가 부각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 현실 정치문화의 빈곤이 더 패인 채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기술은 물리적 세계(현실)의 실상과 모순을 덮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빅테크와 연예기획사 중심의 ‘메타버스’는 우리 사회의 ‘제4차 산업혁명’ 열풍을 퇴색하게 할 정도로 가상 자산의 노다지이자 장밋빛 기술시장의 전망이 되었다. 이렇듯 기술이 우리 사회의 절대 권력이 되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기술의 존재 양식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폭식 사회⌟239, 240쪽
알고리즘으로 구축된 ‘소셜’ 관계는 궁극에 우리의 비판적 사유와 판단을 후퇴시킨다. 일종의 “시장경제를 닮아가는 정치”를 만들어 낸다. 가령, ‘알고리즘 정치’는 내 동지를 팔로워와 페북 친구로, 적과 ‘그들’의 구분은 ‘언팔(팔로워 탈퇴)’과 폐절된 이들로, 정치 저항은 인증 셀카와 해시테그로, 연대는 ‘좋아요’와 구독으로, 사유와 판단은 알고리즘 추천 등으로 쉽게 치환한다. 정치는 취향으로 쪼그라들고, 그런 취향조차 알고리즘 채널로 굳어지고, 경쟁과 저항의 미디어 공론장은 ‘종종(타인의 관심에 목매는 사람)과 어그로꾼에 의해 무력화된다.
‘소셜’미디어가 조장하는 사회관계는 경쟁 주체들의 정체성의 정치보다는 사회적 희생양에 대한 언어폭력과 정치 사안들을 무한히 가볍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데서 주로 활성화되고 주목과 쏠림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우리의 물리적 사회관계를 대체해 ‘소셜’ 알고리즘의 서열과 가중치에 의해 축조된 공학적 관계에서는 시민 공통의 지속가능한 정치 감각을 배양하기 어렵다.
시민들 사이 ‘소셜’관계와 소통의 불안정성을 높이며 등장한 새로운 골칫거리인 가짜뉴스를 보라. 가짜와 음모가 정치적 주목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되면서, 진실을 기반으로 한 소통 방식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진실의 가치를 뒤흔드는 가짜의 범람은 사회의 ‘공통적인 것’을 위협하고 망실하는 효과가 있다. 가짜와 오정보(誤情報)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진실조차 판단을 유보하게 하고, 시민의 합리적인 의사 표현까지도 망설이도록 한다. 그렇게 가짜가 판치는 ‘소셜’미디어 현실은 시민의 정치 피로도를 극대화한다.
⌜디지털 폭식 사회⌟223,224쪽
이광석은 ⌜디지털 폭식 사회⌟에서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정치의 위기는 일상의 ‘정치적인 것’을 장악해가는 새로운 ‘소셜’ 알고리즘의 지배 문제에서 크게 비롯한다. 막말 포퓰리즘이 극에 달하고, 어그로꾼이 현실정치를 대리하는 현실은 더는 온라인 공론장이 가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사회관계가 ‘소셜’알고리즘 관계로 점점 굳어지는 한 일상의 정치적인 것의 소멸과 공론장의 몰락은 눈에 보듯 뻔하다. 이를 피하려면 알고리즘 기술 논리가 시장 영역을 벗어나 우리의 사회관계를 획정(劃定)하는 월권을 막아야 한다. 기업의 영업 비밀로 시민의 정보공대 요청과 접근을 막아 ‘랄고리즘의 무자비성’을 방치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알고리즘의 무자지성에 대한 사회적 투명성과 규제력을 확보하는 법제도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극단의 혐오와 비이성적 막말 폭력을 비즈니스 자원으로 삼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어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들의 첨단 소비주의적 구상이 ‘테크노소셜’ 정치의 틀을 규정한다는 점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사적 지배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시민의 경쟁적 공론장 역할을 충분히 하려면, 시민사회와 노동자 스스로 이의 운영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협력과 공생의 새로운 플랫폼이 번성해야 한다. 이는 시장의 소유구조와 분배의 혁신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민주적 플랫폼을 통한 정치적 공론장의 형성에 시민사회가 개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알고리즘 정치’의 왜곡과 폐해에 휘둘리지 않을 새로운 대안 정치의 기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른 삶(사람)과 공존의 삶을 위한 급진적 정치의 상상력과 기획은 오늘 알고리즘 정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공법일 수 있다. 급진적 현실 정치의 부재는 경쟁의 공론장이 되어야 할 온라인 소통 공간을 더욱 뿌리 없이 표류하게 하고 정치 포퓰리즘의 난장판이 되도록 부추길 것이다.
⌜디지털 폭식 사회⌟ 224,225,226쪽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가짜뉴스에 갇혀버리는 사회의 흐름을 보면서 탄식하는 중에⌜디지털 폭식 사회⌟를 읽으며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저자 이광석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3.2.9.목. 새벽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