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내고픈 큰복터
송태규 선교사, 김민수 목사(태국 큰빛복지선교센터)
늘 반갑고 고맙고 든든한 이웃 분들에게 칠월의 큰복터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음 다한 기도와 후원 덕분에 큰복터는 새롭고 낯선 일상을 슬기롭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깊이 감사드리며 소소한 보람과 바람을 나눕니다.
2020년은 코로나와 함께 시작했고 지금까지 허겁지겁 동행하고 있습니다.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포스트(post) 코로나’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를 생각해야 합니다. 뜬 구름 같은 꿈을 그리기 보다는 거칠고 아슬아슬한 ‘절망 곁에 깃든 희망’을 나누고 싶습니다. 영국 신학자 톰 라이트(N. T. Wright)는 “성급하고 손쉬운 ‘해결책’으로 비약하지 않고 애통하고 탄식하고 자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는 “유행병 시대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하는 물음에 “치유와 소망을 주시려고 고통받고 죽어가는 최전선에 계신다”고 답합니다.
태국은 한국과 달리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시설, 주단기보호센터 등)이 무척 부족합니다.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마땅히 갈 곳도, 걸을 길도 없습니다. 대부분 시간이 멈춘 듯 집에서 지냅니다.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남다른 발달장애인에게 ‘비대면 사회’는 더 낯설고 불편합니다. 여러 부분에서 소외되기 쉽습니다. 모두 힘들지만 더 힘든 이들을 살펴야 합니다.
태국인들이 큰복터를 좋아하며 응원하는 이유는 장애청년들과 새로운 길을 걷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걷다 보면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희망이란 걷는 이들이 많아 생긴 길이니까요.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내고픈 큰복터, 어떻게 하면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을 나눌 수 있을까요. 장애청년들이 꿈을 펼쳐갈 밀알복지선교관, 어떻게 하면 잘 준비하고 건립해서 복음전도와 복지증진을 추구할 수 있을까요.
더디더라도 더불어 걷는 길을 마련하겠습니다. 큰복터 터전을 마련한 2011년부터 속도보다는 방향을, 사역보다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선교는 ‘그 땅에 사는 이들과 더불어 누리고 나누는 하나님 나라의 샬롬’입니다. 큰복터 장애청년들과 함께 키우고 수확한 망고와 용과 열매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복음의 밀알을 심고 샬롬의 열매는 거두는 보람, 더 야무지고 단단하게 누리겠습니다. 적어도 우리만큼은 해낼 수 있으니 더 살갑게 응원하고 격려하겠습니다.
이웃 분들의 기도와 후원이 보람으로 이어지도록 바르게 사랑하며 사역하겠습니다. 큰복터로 가는 하늘 길이 열리면 꼭 한번 놀러오세요. 전에는 습관처럼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간절하고 간곡한 바람이 되었습니다. 그날의 우리, 꼭 만나고 싶습니다. 큰복터 이웃 분들의 몸과 마음과 일상에 “샤밧(안식) 샬롬(안녕)”을 전합니다.
# 큰복터에 찾아온 활기와 태국인 사역자의 활약
태국 정부는 3월 말에 코로나 비상조치를 내렸습니다. 큰복터 장애청년들은 3개월 넘게 가정에서 외롭고 심심하게 지냈습니다. 큰복터를 무척 그리워하며 하루빨리 오고 싶어했습니다. 하루 종일 그들을 돌봐야하는 가족도 같은 바람이었습니다. 드디어 7월 1일에 큰복터로 오는 길이 열렸습니다. 기도하며 기다렸기에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긴급한 치료를 위해 한국에 온 송태규 선교사 부부가 외국인 입국제한으로 당분간 돌아가지 못합니다. 태국인 사역자인 ‘다’ 혼자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큰복터 사역을 도맡아 진행한 적이 없습니다.
‘다’는 어렸을 때부터 선교사 부부가 양육한딸 같은 제자입니다. 실제로 선교사 부부를 ‘쿤 퍼(아버지)’와 ‘쿤 매(어머니)’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장애인을 향한 사랑으로 큰복터에서 살며 사역합니다. 그간 다양한 역할(일상생활 및 재활교육, 밀알미니마트 운영, 식사 준비, 시설 관리 등)을 맡으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때를 위해 준비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홀로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도 염려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해내고 있습니다. 장애청년들도 ‘다’를 따르며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다’는 이번 기회로 든든하고 믿음직한 현지인 사역자로 성장할 것입니다. 장애인사역의 사명과 보람, 기쁨을 알아갈 테고요.
장애청년들은 선교사 부부를 그리워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홀로 애쓰는 ‘다’를 돕고자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선교사 부부가 빨리 돌아오도록, 코로나로 큰복터와 가족과 한국의 후원자들이 어려움이 없도록 기도합니다. 낯선 어려움 속에서 ‘현지인 사역자와 장애청년들의 성장’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기쁨을 만났습니다. 위기는 아주 가끔 기회가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이번 일은 ‘반가운 이변’입니다. 큰복터는 현지인 사역자와 수평적 관계 안에서 동역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 지역사회 복음화의 잔잔한 물결, 큰빛교회
큰복터는 주일마다 큰빛교회로 변합니다. 큰복터와 큰빛교회는 하나이면서 둘입니다. 큰복터 장애청년들과 지역사회 재가장애인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형제자매로 교제합니다. 선교사 부부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예상 외로 큰빛교회 교인들이 부쩍 성장했습니다. 2년 여 예배를 드리면서도 술을 마시던 교인이 술을 끓고 자진해서 찬양을 인도합니다. 기도하기를 꺼려하던 교인이 스스로 기도하며 찬양하고 율동까지 합니다. 지인들이 의아하게 여길만큼 믿음이 자라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복음화의 물결도 잔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쑥 찾아온 코로나와 갑작스런 선교사 부부의 부재가 믿음을 더 단단하게 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 장애청년들의 꿈터,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준비
큰복터 장애청년들이 꿈을 키우며 삶을 일굴 밀알복지선교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지 2년이 되었습니다. 고마운 이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랐고 코로나로 태국 복권사업청 지원이 어려워졌습니다. 부득이하게 초기 계획을 변경해서 2층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돌아보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습니다. 안정적인 건립과 운영으로 고려할 때 3층은 여러모로 무리였습니다. 1층에는 직업재활실과 북카페와 사무실, 2층에는 주간보호실과 평생교육실을 두려고 합니다.
장애인 복음전도와 복지증진을 더 야무지고 단단하게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하고 과분합니다. 하나님의 아심과 함께하심과 인도하심을 따라 걸어가고 살아가면 됩니다. 코로나 상황이 변수이긴 하나 현재 재정으로는 올해 안에 착공이 가능합니다. 현재 예상 건축비 2억 5천만원 중에서 2억원 가량을 모금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건립하면서 채워가려고 합니다. ‘장애인과 더불어 샬롬을 나누는 보금자리’가 세워지도록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바람을 애써 기억하며 바르게 사역하겠습니다.
* 밀알복지선교관 건립 후원(기부금영수증)
* 신한은행 140-007-893353 한국밀알선교단
# 큰복터와 함께하는 칠월의 기도
* 큰복터와 큰빛교회가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내게 하소서. 처음에 소박하게 품었던 ‘장애인과 더불어 예배하고 일하며 사는 마을’을 성실히 일구게 하소서. 괜한 욕심을 부리거나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고 기도와 후원을 소중히 여기며 진실히 사랑하게 하소서.
* 송태규, 홍애숙 선교사가 한국에 거하는 동안 고단한 몸과 마음에 쉼과 회복이 깃들게 하소서. 현지인 사역자 ‘다’가 홀로 많은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데 지치지 않고 장애청년들과 속깊은 우정을 나누게 하소서. 선교사 부부가 없는 동안 ‘다’와 장애청년들이 오히려 더 성장하게 하소서.
* 장애청년들의 꿈터인 밀알복지선교관 건립을 잘 준비하게 하소서, 성실하고 정직한 건설업자를 만나고 1층과 2층 공간을 야무지게 기획하고 단단하게 세우게 하소서. 부족한 건축비를 모금하고 있는데 함께 기도하며 후원할 이들을 만나게 하시고 보람차고 기쁜 동역을 이루게 하소서.
* 2기 팀사역을 준비하는 윤준경 가족(남송희, 하음, 지음)과 김민수 가족(최승미, 유하, 민하)이 지금부터 애써 연합하고 섬기게 하소서. 팀사역과 가족의 생활에 필요한 부분(소명, 관계, 파송, 개인과 교회 후원 등)을 잘 준비하고, 송태규, 홍애숙 선교사가 애써 일군 1기 사역을 소중히 이어가게 하소서.
* 태국인 사역자 '다' / 사진 오른쪽 첫 번째
* 태국인 사역자 '다' 가 보내준 큰복터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