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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부산 혜강국악원 원문보기 글쓴이: 혜강
강원도 소리
강원도 민요 가운데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강원도 아리랑>과 <정선 아리랑>과 <한 오백년>이 있다.
이 세 가지 소리들은 모두 강원도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토속적으로 불려 오던 아라리타령과 관계가 있으며, 실제로 강원도 지방의 전통 민요를 대표하고 있다고 하겠다.
전국에 걸쳐 발견되는 갖가지 아리랑도 이 아라리타령이 변형되어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강원도 민요로서 널리 알려진 이른바 통속 민요는 많지 않으나 여러 지방에 흩어져 있는 전통 민요인 노동요는 그 가지 수가 매우 많다.
그 가운데서도 농사짓기 소리가 으뜸으로 많으며, 그 밖에 고기잡기 소리, 지경 다지는 소리 따위가 있다.
흔히 보이는 장단으로는 자유 리듬으로 된 것, 5박 장단, 세마치, 중몰이 들이 있다.
가락은 구성음이 '미', '솔', '라', '도', '레', '미'이고, 맺는 음이 '미'나 '라'로 된 메나리조 또는 염불조로 된 것이 많다.
경기도 소리
경기도 소리에는 <창부타령>, <노랫가락>, <닐니리야>, <도라지타령>, <베틀가>, <는실타령>, <이별가> 따위의 이른바 통속 민요로 알려진 노래들과, 전문 예능인 집단인 '소리패'들이 부르는 선소리 <산타령>과, 전통 민요인 고양군 송포면 대화리 주민들이 부르는 김매기 소리, 그리고 휘몰이 잡가인 <육-칠월 흐린 날>, <곰보타령>, <한잔 부어라>, <생매 잡아>가 실려 있다.
경기도 민요에 산타령이나 휘몰이 잡가를 넣은 까닭은 첫째로, 선소리 <산타령>은 남도의 판소리와 함께 전문 예능인들의 손에 세련되어 예술성이 높은 소리라는 점과, 둘째로, 이 소리를 하는 전문 예능인들이 경기도 민요에 끼친 영향이 무척 커서 이들의 음악이 경기도 민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 민요의 음악적인 특징인 일반적으로 보아 남도 민요에 견주어 한 글자에 음이 많이 붙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기법이 독특하고, 가락의 굴곡이 유연하면서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남도의 꺾는 목과 같은 '반음 기법'은 전혀 볼 수 없고, 떠는 음도 그리 많이 쓰고 있지 않다.
음 조직의 특징과 질서는 선법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창부타령>이나 <노랫가락>처럼 '솔', '라', '도', '레', '미'로 노래되고, 나머지는 <한강수타령>이나 <경복궁타령>처럼 '라', '도', '레', '미', '솔'로 노래된다. 이 두 가지 선법 양상은 15세기 조선 왕조 성종 때에 편찬된 <악학궤법>에 나타난, 구성음이 '솔', '라', '도', '레', '미'인 평조와 구성음이 '라', '도', '레', '미', '솔'인 계면조와 똑같다.
그런데, 궁중 음악이나 정악에 나타나는 평조와 계면조는 시대에 따라 개념이 달라지고, 특히 계면조는 음의 질서도 변천해 왔지만, 민간 세상의 전문 예능인들의 노래에서는 그 음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악학궤범>에서 '요즘에 쓰이는'의 뜻인 '시용'이라고 설명한 평조와 계면조는 궁중 음악뿐만 아니라 경기 지방의 민간 음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실린 경기 민요는 거의 모두 위의 두 가지 선법 양상을 보이는데, 제1형의 노래는 맨 아래 음인 '솔'(C음)'이나 세번째 음인 '도(F음)'로 끝나고, 제2형의 노래는 한결같이 맨 아래 음인 '라(D음)'로 끝난다.
다만 <이별가>는 위의 두 선법의 어느 형에도 들지 않고 경상도나 강원도 민요의 선법인 메나리조로 짜여 있다.
경기 민요의 장단은 <노랫가락>이나 <이별가>말고는 거의 모두 점 4분음표(♩.) 네개가 한 장단이 되는 타령이나 굿거리 장단과 같은 구조이지만, 속도에 따라서 장단의 잔가락이 달라진다.
경상도 소리
경상도 민요는 강원도와 같이 느린 것들도 있으나 전체로 보아 빠른 것들이 더 많다.
<밀양 아리랑>과 같이 세마치 장단으로 불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골패타령>과 <쾌지나칭칭나네>와 같은 굿거리 장단으로 불리는 것이 있다.
가락은 메나리조로 된 것이 많은데, 빠르게 불리는 것은 슬픈 느낌을 주지 않고 꿋꿋하고 씩씩한 느낌을 준다.
많이 알려진 통속 민요로는 <밀양 아리랑>, <울산 아가씨>, <쾌지나칭칭나네>, <뱃노래>, <튀전타령>, <골패타령>, <담바귀타령>들이 있으며, 전통 민요로는 지방마다의 모심기 소리, 논매기 소리, 보리 타작 소리와 나무꾼 신세 타령 따위가 있다.
전라도 소리
옛날에는 대처의 장마당이나 마을의 큰 마당으로 다니며 소리판을 벌이던 소리꾼들이 있었다.
소고를 치며 춤추고 노래하던 이 소리꾼들의 소리는 고장마다 달랐는데, 전라도에서는 먼저 <보렴>이나 <화초사거리>와 같은 염불 소리를 부르고 나서 <육자배기>, <흥타령>, <개구리타령>따위의 짧은 소리를 불렀고, 끝에는 <새타령>이나 <까투리타령>, 그밖에 시속으로 부르는 갖가지 소리를 때에 맞추어 불렀다.
이들이 부르던 소리는 마을의 소리꾼들이 배워 널리 퍼지기도 했다.
마을에 잔치가 벌어지면 술이 거나해진 마을의 소리꾼들이 술상머리에서 장고 장단이나 무릎 장단으로 여러 가지 소리를 돌아가며 메기고 받았다.
흔히 <육자배기>로 머리를 내고 <흥타령>, <개구리타령>따위를 부르기도 하고, <남원산성>(둥가타령), <진도 아리랑>, <삼산은 반락>따위를 불렀다.
또 농부들이 농사일이 뜸한 겨울밤에 마을 큰사랑에 둘러앉아 목침을 앞앞으로 돌려가며 저마다 소리를 한 자리씩 불러나갔는데, 이때에도 판소리 한 대목이나 단가 한 자리, <육자배기>, <흥타령>, <진도 아리랑>, <남원산성>따위를 일쑤 블렀다.
전라도에서는 아낙네들이 밭을 매며 밭매기 소리를, 물레질을 하며 물레타령을, 베를 짜며 베틀가를 불렀고, 또 밤에 강강술래 놀이를 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이 가운데 물레타령과 강강술래는 가락이 흥겨워 소리꾼들이 즐겨 부르면서 닦이어져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세련되었다.
전라도 소리꾼의 소리는 거의 모두 육자배기토리로 되어 있다.
'육자배기토리'란 육자배기를 위시한 여러 전라도 소리의 음악적인 특징을 일컫는 말이다.
이 토리로 된 소리의 구성음은'미','솔','라','시','도','레'인데,'미','라','시'가 주요음이고,'미'나 '라'로 마친다. 이 토리의 시김새를 보면,'미'에서 떠는 목을 많이 쓰고,'레'나 도'에서'시'로 흘러내리는 목을 많이 쓴다.
이 토리는 슬픈 느낌을 주며, 시김새가 짙어서 음악적인 표현이 강하다.
전라도 소리꾼 소리에서 육자배기토리로 된 것은 <육자배기>,<흥타령>, <개구리타령>, <강강술래>, <진도 아리랑>, <물레타령>, <농부가>, <삼산은 반락>, <남원산성>따위이며, <까투리타령>은 드렁조로 되어 있고, <보렴>과 <화초 사거리>는 육자배기토리와 경기 소리제인 경토리가 섞여 있다.
제주도 소리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기로 이름난 제주도에는 전해지는 소리 또한 많다.
제주도가 자리잡은 지리적인 조건이나 섬이 태어난 까닭으로 보아 바람과 돌이 많게 되어 있으며, 토질이 메마르고 거칠어서 생계를 바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어 여자들이 농사일뿐만이 아니라 바다에서도 부지런히 일해야만 했다.
여자가 많다고 함은 제주도가 다른 지역에 견주어 아낙들이 더 많다는 뜻이 아니라, 들이나 바닷가에서 일하는 아낙들이 뭍에 대면 훨씬 더 많이 눈에 띈다는 뜻이겠다.
제주도 사람은 부지런할 뿐만이 아니라 신명도 많아 일의 종류에마다 소리가 뒤따라서 전해지는 노동요가 미우 많다.
이것들은 크게 보아 농사짓기 소리와 고기잡기 소리와 기타의 일하기 소리로 나눌 수 있다.
농사짓기 소리에는 '검질매는 소리'라고 하여 밭의 김을 매는 소리가 가장 많으며, 그 밖에 밭 밟는 소리, 도리깨질 소리, 방아찧는 소리, 맷돌 돌리는 소리, 촐, 곧 꼴 베는 소리 따위가 있고, 고기잡기 소리에는 해녀들이 부르는 뱃노래가 가장 많고 그 밖에 멸치 후리는 소리 같은 것이 있다.
기타의 일하기 소리에는 흙일하기 소리로 토역질 소리, 가래질 소리, 달구질 소리가 있고, 목수일 하기 소리로 톱질 소리, 도끼질 소리가 있고, 그밖에 상여 소리, 대장간의 풀무 소리가 있다.
제주도에 일하기 소리는 매우 많음에 견주어 놀이판에서 흐늘거리고 놀며 부르는 유희요는 드문 편으로, <오돌또기>, <이야홍타령>, <서우제 소리>가 흔히 불릴 따름이다.
그러나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에는 놀이꾼들의 소리가 많이 전승되고 있으니, <봉지가>, <질군악>, <신목사>, <용천검>, <사거리> 따위가 그것들이다.
제주도 소리의 음악적인 특징은 경기 소리제인 경토리에 가까우나 시김새가 좀 다르다.또 경기 소리가 경쾌한 데에 견주어 제주도 소리는 좀 구슬프다.
제주도에서는 부녀자들이 이런저런 노래를 부를 때에 악기보다는 물독인 '허벅'을 두들기거나 물바가지인 '태왁'을 물 위에 띄워 놓고 나뭇가지로 친다.
이때에 물독과 물 위에 엎어 뜬 물바가지에서 공명이 되어 나는 소리는 맑고도 아름다와 향토적인 맛이 난다.
충청도 소리
충청도는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에 둘러싸여 있는 만큼 민요의 경우에도 이 주변 지역의 음악 문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서남쪽에는 전라도와 같이 상사 소리(농부가)가 불리고 있고, 동북쪽에는 강원도와 같이 아라성(아라리)이 불리고 있다.
서남 지역은 전라도와 가까운 만큼 육자배기토리로 된 민요가 많은데, 느린 민요는 구슬프고 빠른 민요는 흥겹고 구성진 느낌을 준다.
동북부 지역은 강원도와 경상도에 가까운 만큼 메나리토리가 많은데, 느린 민요는 처량하고 빠른 민요는 씩씩한 느낌을 준다.
충청도 민요 가운데 널리 알려진 민요에는 통속 민요로 <천안 삼거리>가 있고, 전통 민요로는 민속 경연 대회에 나온 뒤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부여지방의 <산유화가>와 충주 지방의 <탄금대 방아타령>이 있다.
<산유화가>는 부여 지방의 농사짓기 소리를 엮은 것이고, <탄금대 방아타령>은 중원 지방의 농사 짓기 소리를 엮은 것인데, 부여 지방이 서남부에 있으니 이 지방의 농사짓기 소리는 육자배기토리가 많고 중원 지방은 동부에 있으니 메나리토리가 많다.
평안도 소리
수심가>를 대표적인 민요로 꼽는 평안도 민요는, <긴 아리>, <배따라기>와 같은 노래에서 볼 수 있는, 느리고도 애수가 깃든 감정을 서도 민요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담고 있다.
이런 느린 노래들은 흔히 빠른 노래와 짝을 이루는데, 그것은 우리나라 민요의 음악적 구성 형식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평안도 민요에는 흥겨운 분위기보다는 비애의 감정이 두드러진 노래들이 많이 전한다.
민요에 나타난 이런 현상은 관서 사람에게 벼슬을 주지 않았던 왕조에 대한 원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민요는 벼슬과는 직접으로는 상관이 없었던 서민 대중들의 노래이고, 또 어느 나라 민요이든지 그 표현 내용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비애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안도 민요의 성격을 역사의 탓으로 따져보기보다는, 민요의 전승 과정과, 민요를 이끌어 왔던 전문 예능인들의 예술적 취향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하겠다.
여기에는 다섯곡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영변가>와 <배따라기>는 곡의 구성으로 볼 때에 잡가에 드는 긴 곡이다.
이 다섯곡은 모두 전형적인 소리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 남도 지방의 민요와 다른 점은 떠는 음의 위치와 선율 골격의 음정 관계이다.
남도 지방의 노래들은 보통 떠는 음이 음계의 아래쪽에 자리하고 완전 4도 상행함으로써 안정감을 얻고, 그 안정감이 선율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에 견주면 서도 소리는 떠는 음이 음계의 위쪽에 자리하고, 완전 5도 하행해서 선율의 골격을 이룬다.
그런데 어떤 음에서 완전 4도 위의 음과 완전 5도 아래의 음은 옥타브는 다르나 같은 음이기 때문에, 서도 소리는 떠는 음이 상향 진행하는 대신에 하향 진행함으로써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도 소리의 음계 구성은 '레', '미', '솔', '라', '도'가 보통인데, <영변가>는 '가' 부분(악보 참조)에서 '미(E음)'가 반음 높아져서 '라', '도', '레', '미', '솔'로 되어 있다.
함경도 소리
함경도는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마찰이 잦았던 국경 지방이고, 또 지역적으로 산간 지방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함경도 민요에는 다른 지방과는 음악적 특징이 다른 독특한 전통 민요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이 방면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월남한 전문인들의 수효가 한정되어 있어서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형편은 함경도 민요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장애가 되었고, '동부 민요'라는 모호한 낱말로 일컫는 결과도 낳았다.
그러나 동부 민요의 선법이라는 메나리조와, 함경도 민요인<신고산타령>의 음의 조직은 다음과 같이 다르다.
위와 같이, <신고산타령>과 메나리조의 음 조직과 질서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네번째 구성음의 높이가 반음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전혀 다른 선법 양상을 띠게 한다.
만일에<신고산타령>의 음의 조직이 메나리조와 같다고 한다면,<신고산타령>과 음의 조직이 똑같은 경기 민요의<한강수타령>이나 <경복궁타령>도 메나리조로 보아야 한다는 결과를 낳는다.
어쨌든, 함경도 민요에 바르게 접근하고 파악하는 일은 남북 통일이 된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지만, 함경도의 통속 민요인<궁초 댕기>에서는 메나리조의 영향이 엿보이고, <신고산타령>이나 <애원성>은 강원도나 경상도의 민요와 비슷하다기보다는 서도 민요나 경기 민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함경도의 통속 민요로 알려진 세 곡이 실려 있는데, <신고산타령>과 <궁초댕기>는 경기 민요 전문가들이 부르고 있어서 가락의 시김새나 꾸밈음을 처리하는 방법에서 경기 민요의 특징이 많이 드러나고, <애원성>은 함경도 탈춤의 하나인 <북청 사자 놀이>의 기능 보유자가 소리한 것이어서 순수성은 있으나 전문성은 모자란다.
이 세 노래말고도 함경도에는 나무를 베어넘길 때에나 뗏목을 운반할 때에 부르는 소리나 뱃노래 따위가 있음직한데 알려진 것이 없다.
황해도 소리
황해도 지방에 전해오는 민요들을 도별 분류 방법으로 '황해도 민요' 라고 하는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흔히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와 같은 이북 지방의 민요를 통틀어 '서도 민요' 라고 일컫는다.
지금으로서는 이 서도 민요가 이북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고, 다만, 육이오 전쟁 때에 월남한 몇안 되는 전문가들의 노래로써 그 테두리를 짐작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황해도 민요는 서도 민요 가운데서도 경기 민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몽금포타령>, <배꽃타령>, <늘이개타령>과 같은 노래에는 경기 민요의 음악 어법이 그대로 쓰인다.
그러나 황해도 민요의 대표적인 곡인 난봉가 계통의 노래와 <산염불>은 평안도 민요인 <수심가>와 같이 전형적인 서도 음악 어법으로 되어 있다.
후렴 부분의 가사가 공통적으로 "아헤야 어허야 어럼마 둥둥 내 사랑아"로 된 난봉가 계통의 소리는 곡의 구성으로 보아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서 뽑혀 실린 난봉가들의 가락이나 음 질서는 서도 소리의 음악적인 특징을 한결같이 지니고 있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도 나타난다.
위의 두 가지 선법의 양상은 떠는 음(A음)의 위치도 서로 같고, 두번째 음의 높이 차이가 반음에 지나지 않아서 선법의 양상은 같으며 기교만 다를 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그 차이가 악상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커서 분위기가 달라지며, 음계도 달라진다.
또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서도 소리꾼들이 이 두 양상을 구별하고 있으니 '레', '미', '솔', '라', '도' 와 '라', '도', '레', '미', '솔' 이라는 두 가지의 5음 계명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그런 차이점은 평안도 민요인 <영변가>와 황해도 전통 민요인 <배치기>를 견주어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황해도 민요의 장단 구조는 경기도의 통속 민요와 같이 점 4분음표 (♩. ) 네개가 한 장단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통 민요인 <푸지기>나 <감내기>와 같이 장단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스런 리듬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장례 소리
관혼상제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이 나서 살다가 죽기까지에 거쳐야 할 의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람이 죽어서 장사를 지내는 의례인 상례가 가장 규모도 크고 복잡하다.
장례 소리는 상례를 치르는 동안에 불리는 노래로서, 내용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어쨌든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불리는 소리의 총칭이라 하겠다.
장례식의 절차를 살표보면 먼저 '임종'이라 하여 식구들이 죽음에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것이 있다.
숨을 거두게 되면 '수시'라 하여 몸이 굳기 전에 시신을 가지런히 거둔다.
그 다음에는 망자의 혼을 부른다는 '초혼'을 하며, 식구들이 상복을 입고 여자와 어린 아이들은 머리를 푸는 '발상'을 하고, 시신을 향물로 씻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을 하고, 쌀, 동전 따위를 입에 물리는 '반함'을 한다.
상주와 친척들이 상복을 처음으로 입고 지내는 제사인 성복제를 지내고 문상을 받으며, 영결식과 발인제를 마치면 상여꾼들이 상여에 시신을 싣고 장지로 떠나게 된다.
상여를 메는 사람들은 상여꾼, 상두꾼, 유대꾼, 역군, 담예꾼, 부역꾼 따위로 부르는데, 열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상여 앞에서나 상여 위에서 상여꾼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소리꾼 또는 요령잡이라고 하는데, 요령이나 북 또는 꽹과리를 치면서 상여 소리의 앞소리를 메긴다.
발인제를 마치면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집 앞에서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집을 보고 서서 상여 앞을 낮추어 "절"을 세번 한다.
이때에 '상여 어르는 소리', '발인 소리', '염불 소리', '관암보살'의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는 소리를 자유 리듬으로 느릿하게 부른다.
소리말은 망자가 이승을 하직하는 슬픔과, 유족과 친지와 나누는 인사말과, 망자는 극락으로 잘 떠라라는 축문인 염불 따위로 되어 있다.
상여가 장지로 향하게 되면 선소리꾼은 어느 고장이나 3분박 보통 빠른 4박자나 좀 느린 4박자(12/8박자)로 되어 중중몰이 장단에 맞는 상여 소리를 부른다.
선소리꾼이 요령을 흔들거나 북을 쳐 한 장단이나 두 장단의 앞소리를 메기면 상여꾼들이 같은 장단의 뒷소리를 받는다.
뒷소리는 입타령으로 된 것이 많은데, "오호"하고 받으면 소리의 제목을 '오호 소리'라 하고, "어가리 넘차"나 "어넘차"하고 받으면 '어넘차 소리'라 이른다.
상여 소리의 소리말은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의 슬픔을 읊은 것이 많다.
상여가 좁은 다리나 가파른 언덕길 따위를 지나게 되면 쉬어 가는데 그 참에 상여꾼들은 죽은 사람의 식구들과 재담을 하기도 한다.
식구들은 길을 재촉하려고 상여에 돈을 걸기도 하고 상여꾼들에게 술을 대접하기도 한다.
상여가 이처럼 평지가 아닌 곳을 지날 때에는 상여 소리가 달라지기도 하여 보통 빠른 장단에 짧은 말을 메기고 받는다.
이것은 고장에 따라 달라 '관암보살', 어넘차', '술렁수', '어기어차' 따위로 불린다.
상여가 장지에 이르면 '하관'이라 하여 시신이 든 관을 내려 무덤에 안장을 시키고 회를 섞을 흙으로 덮고 여러 일꾼들이 발로 밟거나 장대로 단단히 다지게 되는데, 이를 '달구질'이라고 한다.
달구질하는 이들은 '달구꾼', 또는 '역군'으로 불리는데, 달구질을 하면서 부르는 소리는 '달구 소리', '회 다지는 소리', '회방아 짓는 소리'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달구 소리는 흔히 3분박 보통 빠른 4박(12/8박자)로 되어 중중몰이 장단이나 늦은 잦은몰이 장단에 맞는다.
선소리꾼이 북을 치며 한 장단의 앞소리를 메기면 달구꾼들은 같은 장단의 뒷소리를 '어허 달구'하고 받는다.
달구 소리의 소리말은 장지가 명당이라는 덕담인 경우가 많다. 달구 소리에 잇대어 빠른 장단으로 된 잦은 달구 소리를 부르기도 한다.
상여 소리와 달구 소리는 고장마다 다른데 흔히 그 고장의 민요 토리로 된 경우가 많으니, 경기도 북부는 경토리나 수심가토리로, 강원도나 경상도는 메나리토리로, 전라도는 육자배기토리로 되어 있기가 쉽다.
일반적으로 보아 상여 소리는 슬프게 들리고, 달구 소리는 씩씩하게 들린다.
● 도움받는 자료
- 뉴욕풍물패 한누리 풍물사전, 1999
- 충남대 농과대 풍물패 '아리랑' 풍물용어사전
- <풍물굿에서 사물놀이까지>, 김헌선, 귀인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