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나의 모습 -
오늘 받은 월급 명세서 앞에서
카드비, 관리비, 학원비, 대출금, 연체료 계산하며
이번 한달을 어떻게 보낼지 계산되지 않는 계산기가 되었습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돌면
명퇴후 뭘하나 걱정하다가
이름없는 걸 확인하곤 휴! 하고 안도하는 사람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쩔쩔매며 대출신청서 쓰는 모습
언제부턴가 자연스런 내 모습이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하는 건강진단 결과
그래도 정상범위에 드는 것이 더 많으니까 하며,
스스로 위안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신문에 끼워 들어오는
백화점 전단지가
이유없이 싫어지는 그런 나이입니다.
꿈자리 사나워 잠못이루곤 갑자기 부모님께 전화해
졸리우신 목소리를 들어야 그제야 안심하는,
옆에서 모시지 못해 불효인 그런 아들입니다.
비싼 종신보험 하나들고
이젠 나 없어도....... 하는 생각에
흐믓해 하는 그런 좋은 가장입니다.
TV광고하는 나이키대신
할인점에서 본 신발이 더 멋있다며
아이들에게 우기는 그런 이상한 아빠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처럼 해외로 휴가가자는
아이들에게
난데없이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그런 애국자 아빠입니다.
그러나, 동창들 만나고 온 아내가
우울해 할까봐 눈치를 살피는
그런 못난 남편입니다.
그 옷 입은 모습이 제일 좋다며
15년이 넘은 옷을 계속 입게하는
그런 무심한 남편입니다.
백화점 세일에서 마음놓고 사라며
진짜 꼭∼ 필요한 것, 정말 없으면 안되는 것 있으면
어서 사라고 말하는 그런 교활한 남편입니다.
식사때마다
당신이 한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외식 얘기 나올까 걱정하는 그런 귀여운 남편입니다.
...
나의 지금 모습이다.
나∼ 잘하고 있는건가?
내가 나라도 이럴까?
나는 나인데 나를 의심하는 내가 걱정되어,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진짜 나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나를 찾아 나선다.
카페 게시글
우리의 이야기
지금 나의 모습은....
큰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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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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