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톨릭 평화신문 미주지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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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서품 대상자들은 교구장님 앞에 3가지 약속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서품자들과 함께하면서 3가지 약속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3가지 약속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독신서약’입니다. 사제가 독신으로 사는 것은 사목활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사목활동을 잘 하기만 하면 독신으로 살지 않아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독신으로 사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사제가 독신으로 사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그리스도께 사랑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과 온전히 함께하지 못한다면, 복음을 충실하게 선포하지 못한다면 독신의 참된 의미를 모르는 것입니다. 독신은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삶도 아닙니다. 독신은 그리스도를 온전한 삶으로 드러낼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신앙고백’입니다. 사제는 본인의 신념을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가르침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셨음을 믿으며, 하느님의 아들이 십자가와 죽음을 통해서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믿으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들 또한 부활시켜 주시는 분이심을 믿고, 전하는 것입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할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교회의 가르침을 늘 가까이 해야 합니다. 교황님께서 발표하시는 ‘회칙, 서한, 문헌’들을 자주 읽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말씀을 가까이 하고, 말씀을 살아야 합니다.
세 번째는 ‘순명서약’입니다. 사제는 교구장님의 말을 잘 듣고, 따라야 합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일지라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지라도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게세마니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성모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사제들은 예수님의 기도와 성모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을 사람들은 예수님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아끼는 돼지들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악령을 쫓아내는 것보다,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제들이 독신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고,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사제들이 교회의 가르침보다 자신의 신념과 세상의 것들을 전하려고 한다면, 사제들이 교회의 권위를 따르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자신의 뜻을 먼저 이루려고 한다면 이는 예수님을 따르지 않았던 마을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귀에 걸린 사람은 치유를 받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건강을 회복한 사람은 예수님 곁에서 시중을 들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치유의 대가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이제 건강을 회복하였으니, 가족들에게 돌아가서 예전처럼 지내라고 하셨습니다.
‘사랑과 비움’은 우리를 건강하게 해 주는 선물입니다. 내 마음에 원망과 미움이 있다면, 근심과 걱정이 있다면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셨던 나눔과 비움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마음은 곧 따뜻해지고, 행복해 질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삶의 한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더러운 영들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며칠 지나면 방 안에 먼지가 쌓이듯이 우리가 성령과 함께 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에도 더러운 영들이 들어옵니다.
‘시기, 질투, 분노, 미움, 교만, 게으름, 욕망’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에 사로잡히면 우리의 몸은 살아 있어도 무덤과 같은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입니다. 성령이 충만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