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없는 사랑은 왜 더 아름다운가?
오늘도 한 젊은이가 이별의 고통 속에서 상담실을 찾아왔다. 어제 저녁에 사랑하는 여성으로부터 결별 선언을 들었단다. 가슴 속에 무엇인가 가득 찬 것 같고, 실컷 울면서 그것을 토해내고도 싶지만 웬일인지 눈물조차 안 나온단다. ‘우리는 헤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루 종일 전화만 기다리게 되더란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오후 늦게 전화를 했더니 그녀는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만 하고는 끊더란다. 어제 저녁 헤어질 때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단다. 자꾸 다정했던 시절 그 사람의 웃는 모습이 떠오른단다. 그 사람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란다.
청춘 남녀를 상담하다보면 자주 접하는 일인데도 나는 매번 가슴이 아프다. 많은 사람이 겪는 일이라고 해서 그 고통이 작은 것은 아니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청년은 이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에 휩싸여있다. 식욕도 잃고, 잠도 못 자며, 공부나 일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사랑은 왜 이리 고통스러운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당분간 이 청년은 이런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또 미어질 것이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가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욱,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안녕
목 메인 그 한마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음 ----’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우리나라 가요의 절반은 사랑 노래이고, 또 그 중 절반은 이별 노래이며, 또 그 중 절반은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아픔에 관한 노래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사랑해서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라?
오늘은 이 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경우란 부모님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는 청춘 남녀일 수도 있고 -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 두 사람 중 어느 하나, 혹은 양쪽 모두가 이미 결혼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를 ‘불륜’, ‘외도’ 혹은 ‘바람’이라고 한다. 경우가 어떠하든 이들의 사랑은 큰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한다고 확신하지만 이런 저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 경우 그들의 안타까움은 극대화하며, 그만큼 그들의 사랑 감정도 증폭된다.
이들이 처한 상황을 ‘로미오-줄리엣 현상’이라 하며,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저항 이론’(theory of psychological reactance. Brehm, 1966)으로 설명한다. 그 이론의 요점인 즉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고 싶어하는데, 만약 어떤 외부 요인 때문에 그렇지 못하게 되면 욕구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랑의 경우에 적용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타의나 상황 때문에 만날 수 없으면 그리움이 더욱 강렬해지는 것이다. 장애가 있으면 사랑은 더욱 강렬해진다. 즉, 옆에서 말리면 더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인가를 연구한 사람들도 있다. 드리스콜(Driscoll,1972)이라는 사람의 연구에 따르면, 청춘 남녀의 경우 부모의 반대가 더 심한 쌍일수록 자신들이 더 많이 사랑하는 것으로 느낀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흘러 부모 반대의 정도가 변하면 그들의 사랑도 따라 변하는데, 부모의 반대가 약해지면 사랑의 감정도 줄어들고 반대가 더 심해지면 사랑도 같이 커진다는 것이다. 부모가 두 사람 사이를 인정해 줄 때 사랑이 더 커질 것 같은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부모님들도 현명하게 처신하셔야 할 것이다. 만약 내 자식이 만나는 상대가 마음에 안 들거들랑 ‘그만 만나라’, ‘빨리 헤어져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해 봐라’ 하며 밀어주는 척해야 한다. 헤어지라고 닦달하는 것은 불에 휘발유를 끼얹는 꼴이니 그래서는 절대 안 되고, ‘잘 해 보라’고 그냥 놔두면 알아서들 헤어질 것이다.
불륜의 경우는 어떤가? 상황이 더 어렵다. 불륜의 경우는 누가 말려서가 아니고 두 사람의 처지 자체가 쉽게 맺어질 수 없는 것이니, 그들의 안타까움은 본질적인 것이며, 따라서 그들의 애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맺어질 수 없으므로 상대방의 단점이나 같이 살 경우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갖고 싶으나 취할 수 없는 대상이므로 그의 매력과 소중함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못 먹는 감이 더 맛나 보이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이치이다. 만약 그들이 현실적으로 결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이라면 - 총각과 처녀, 혹은 이혼남과 이혼녀 - 오히려 그들의 사랑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 할 수도 있다.
펜베이커(Pennebaker,1979)라는 사람이 연구한 것인데, 술집에 이성을 꼬시러 간 사람들의 경우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은 초저녁보다도 문 닫을 때가 다 돼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주변의 이성들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마음이 급하고 초조해질수록 이성이 더 멋있고 예뻐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동성에 대한 평가에서는 시간에 따른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술집 문 닫을 시간에 여성들은 더욱 아름다워진다’(The girls all get prettier at closing time)는 서양 속담에 잘 표현돼 있다. 그러니까 사랑의 감정 역시도 여유 있을 때보다는 마음이 급할 때 더 크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헤어져 돌아서는 그 여자의 뒷모습이 그리 아름다웠던 것도 실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인을 잃은 젊은이여!
그대가 그리움과 미련으로 그리 고통스러운 것은 어쩌면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맞는 것 같습니다...제가 지금의 남편과 이 과정을 거쳐 결혼을 했거든요ㅋㅋ... 그리고 신혼 때 낚시에 너무 몰입하는 남편에게 적용했었는데...물론 이론적 접근은 아니었지만..결과가 좋았습니다. 또 좋은 건 그 때부터 저에게 '현명한 아내'라는 이미지가 붙었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좋으면서도 아픈것 같아요..옛날 생각이 납니다..아~ 슬프다....
힘든 것이지만 돌이켜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도 어느정도는 젊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맞는 말인것 같고...정말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될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잘 살게 되고...하지만 이별의 순간 만큼은 정말로 누구보다 세상에서 젤로 힘든 시기로 느껴지는 절망의 순간이니...참 미묘하고도 어려운 감정이 사랑이라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