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순례] 웅장한 건축물 속을 알차게 채우는 탄탄한 신심 신안동성당
지붕의 예술적인 십자가가 눈길을 끄는 건축물 다른 쪽에 또 하나의 이색적인 십자가 탑이 붙어 서 있다. 몇 년 전에 승강기를 설치하느라 세운 최신 건물이다. 신안동성당은 외형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따라가면 대성전의 육중한 문에서 한 번 걸음을 멈추게 되고, 성전 내의 큰 구조와 기물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큰 성당 자부심과 더 많은 감사함
소성당이라고 하지만 일층의 성전도 만만찮다. 80석 정도의 크기로 여느 시골 본당 성전만큼 큰 규모다. 700여 명을 수용한다는 대성전은 워낙 크고 높아 전력 소모가 많은 터라 주일 교중미사나 행사시가 아니면 소성당에서 전례가 주로 이루어진다. 특히 코로나시기를 거치는 동안은 더욱 소성전 사용이 자연스레 많아졌다.
백남국 요한 주임 신부, 주무경 요셉 사목회장, 정지인 데레사 총무가 일층 카페에서 함께했다. 2018년에 연로한 신자들을 위해 어렵사리 승강기를 설치하면서, 작은 자투리 공간이 생겨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 수익금은 성당 보수에 쓰일 기금으로 적립한단다. 서승조 율리아노 신임 요셉회장과 김병남 솔라노 직전 요셉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진즉 사목회장을 역임했고, 다른 신심단체 활동을 거쳐 요셉회에서 후배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고문들이다.
서승조는 두 번째 회장 제의를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공직생활 퇴직 일 년을 앞두고 또 회장 제의를 받으니 매우 난감했단다. 자신의 일을 수습하는 것도 고뇌가 많아 마지못해 억지로 받아들였는데, 오히려 여러 신자들의 도움과 격려로 더 잘되었다. 은총의 시간이었단다. 김병남은 이 성당 자리가 완전 논밭이었던 때를 기억했다. 봉곡동성당에서 분리되어 나와 그 질펀한 들판에 이런 놀라운 성전을 세웠고, 고비마다 영광의 시간을 겪는 것이 엄청 가슴 벅차단다. 주무경은 23년 전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아무것도 몰라 ME · 꾸르실료 · 신앙대학 같은 교육이나 행사에는 무조건 참여했고, 사제와 수도자를 열심히 따라다녔다. 이제 회장까지 되었으니, 지구장 성당의 격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정지인은 좋은 선배들을 본받아 독서와 해설을 하고, 복사를 서고 제대꽃꽂이도 할 수 있는 몫에 감사드린다. 사목회 총무를 맡아 보니, 본당 어르신들의 솔선수범하는 일들이 참으로 감사하단다.
- 소성당.
자의든 타의든 기도가 많은 공간
백남국 신부는 신자들의 신심이 탄탄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신심단체가 많고, 참여자가 많아서 원활하게 운영된다. 여러 단체가 활성화되어 본당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 탄력성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이 성당은 어디서든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규모도 크고 기도하기 좋은 공간도 많다. 진주지구의 중심이 되어 있어, 본당 신자가 아니라도 누구든 쉽게 드나듦이 통용되기도 한다. 진주 꼬미시움 평의회도 열리고 성모신심 묵상회, 은혜로운 밤 같은 진주지구 차원의 기도가 진행된다. 바오로협력회 기도는 매월 수도회 신부가 내방하여 열린다. ‘연도사랑 모임’은 연도를 사랑하고 연도를 배우고자 하는 신자들이 소성당에 모여 기도하고 연습하는 시간도 가진다. 보좌 신부 중심으로 청년활동도 활발하다. 청년연합미사가 열려, 본당뿐 아니라 진주의 청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특히 요셉회원과 안나회원들이 바치는 기도의 힘이 크다고 사제나 신자들이 찬사를 보낸다. 활동을 왕성히 하는 신심단체들을 거쳐 요셉회, 안나회에 이른 어르신들의 진심어린 기도가 본당 공동체를 지탱하는 숨은 힘이 되고 있다.
역사의 시간보다 더 뿌리가 깊게 내린
신안동본당은 1991년 6월에 설립되어 이제 30년 남짓 지났다. 그동안 혁신도시로 떠나보낸 신자들이 많았지만, 진주의 중심 성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2019년에는 평거동본당의 분리로 큰 변화를 겪었다. ‘젊은 예수의 집’을 성당으로 리모델링 공사하는 일 년 동안 평거동 사목은 거의 신안동에서 함께 이루어졌다. 신자들이 분가를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이듬해 1월, 423세대 1002명이 평거로 떠나갔다. 큰 성당이라 전례부에서도 여성복사단과 남성복사단과 어린이복사단이 있었고, 해설단과 독서단도 따로 운영되어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었기에 평거동 분리에도 마구 흔들리지는 않았다. 평거동으로 젊은 연령대 신자가 많이 갔다고 염려했지만, 그래도 큰집 신자들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 바자회 중.
뒤이어 코로나가 또 한 번 휩쓸었다. 30주년이 되는 2021년에 부임한 백남국 신부는 책자라도 발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별다른 기념행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냉난방기 교체기금 마련’을 위해 공동체 모두를 아우르는 바자회를 열었다. 평거동이 살림나기 전에 한바탕 치르고는 코로나로 숨죽여 있던 기간이 있었기에 더 귀하게 다가왔다. 여러 팀으로 나눠 일을 분담하고, 또 하나로 뭉쳐 합심하기도 하며 척척 일을 진행했다. 물품을 기증하고, 판매품을 만들고, 매상을 올리려는 신자들의 노력이 공동체를 단단하게 했다. 이제 조심스럽게 어르신 점심식사나 전체 신자들이 함께하는 식사도 마련되고, 70여 명 연령회 성지순례도 다녀왔다. 성탄대축일은 기쁨이 넘치는 활짝 열린 날이 되었다. 청년회도 반석회와 필립보네리회로 나누어 1월에 각각 피정을 치르며 그동안 움츠렸던 신심을 북돋우었다.
이렇게 하나둘씩 회복하고 있다. 백남국 신부는 뿌리 깊은 성당이라 회복력이 좋다고 한다. 신심단체는 회복이 거의 이루어져 매우 고무적이고, 올해는 반구역모임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이다.
[2023년 2월 12일(가해) 연중 제6주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첫댓글 좋은소식 설명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