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일천一千 승려 앞에서 화엄경을 설하여 모든 스님이 도를 이룬 이후, 천성산千聖山이 개산된 이래 천성산 법등法燈은 꺼짐 없이 밝고 밝았더랬다. 청정수행 도량인 화엄사華嚴寺가 예전에는 조그마한 토굴이었지만 산세가 수려하고 감로수가 좋아 기도·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의 분주한 발길로 맥이 끊이 않았던 곳이다.
혜문慧門 주지 스님은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천일기도를 회향하고 시절인연이 도래해 부처의 뜻을 따라 서기 1988년 음력 12월 24일부터 이곳 토굴에 주석主席하면서 불사를 위해 불철주야 용맹정진 기도하던 중, 천성산 정기가 한곳에 흐르고 병풍처럼 둘러있는 높은 기암괴석 석굴 속에서 부처의 자비광명이 형상을 나투어 방광放光하는 현몽現夢을 열한 차례 걸쳐 받았다. 마침내 1992년 음력 12월 8일 석가세존 성도재일成道齋日(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것을 기념하는 절기)에는 부처의 현몽에 따라 거사와 여신도들과 함께 암벽의 석굴 속을 확인한 결과, 석굴 속에 청동 석가모니 불상이 봉안돼 있음이 드러났다. 복장 속에서는 세존 진신사리 6과 활자본 부적다라니 1장, 불설소재 길상다라니 1장, 항마진언 1장, 월석月石·운거雲去 두 큰스님의 봉안 기록 등이 발견됐다. 불상은 국립박물관 감정 결과 고려 시대 청동불상으로 확인됐다.
혜문 주지 스님은 부처의 뜻에 따라 부처가 발견된 기암괴석 앞 명산지에 석가모니불 진신사리 3층 보탑寶塔을 법당에 모시고 진신사리 6과를 봉안해 적멸보궁을 건립했으니 마침내 오늘날과 같은 기도도량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부처가 현몽을 나툰 것은 현세 중생들의 나태하고 꺼져가는 불심을 스스로 발심發心케 하라는 뜻에서 교화의 방편으로 기적을 나툰 것이라 믿는다.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이 터는 앞으로는 조산造山과 안산案山이 둥글고 단정하며 맑고 유연하게 중첩돼 아름답고, 뒤로는 주산主山이 장엄하고 원만하게 솟아 생기 찬 힘이 적멸보궁으로 뻗어내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좌청룡 우백호의 호위를 받으며 안정된 명산 제일에 값하는 곳이다. 월석우해月石牛海·운거공시雲去空示 두 큰스님이 1856년 이곳 석굴에 불상과 진신사리 6과를 봉안하면서 무량업장無量業障 속을 윤회하는 중생들에게 업장소멸과 소원성취를 위한 법문을 기록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