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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동안
몽골국경을 통과하면서 찍은 도장을 세어보니 22번이다.
솔직히 버스를 타기가 두렵기까지하다.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울란바타르까지의 거리는 고작 580km 인데
버스로는 13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비자검사나 식사 또 화장실 다녀오라고 중간중간 쉬지만 ... 지겹다.
길을 알면 더욱 즐거울줄 알았는데 아니다.
울란우데를 출발해서 1시간 반 가량가면 화장실을 가고 - 큰 호수를 지나고 - 조그만 초소를 지나고
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고 국경마을전에 부대가 나오고 - 주유소에서 기름넣고 ???
버스들은 거의가 정해진 순서대로 가기에 ... 앞 길을 아는것이 도리어 두렵다.
깨우친 것이 있다.
우리의 인생도 앞날을 모르기에 즐겁게 살고있지
언제 어떤일들이 생기고 언제 병이나고 언제 누가 죽고 또 어느날 내가 어떻게 죽는것을 알면 괴로워서 살 수 없을 것이다.
많이 배우고 아는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 차라리 모르는 것이 좋을때가 많은것 같다.
저집에 누가 살까?
알필요도 없지만 자주 지나가다보니 궁굼증이 생긴다.
우물은 있을까?
가끔 물차가 보이던데 혹시 물을 사먹는지?
겨울에 샤워는 당연히 안하겠지만 발은 씻고 잘까?
아마 잇빨도 닦지 않을 듯하다.
다행인것은
몽골이 건조하니까 씻지않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단다.
외로울것 같은데,
저런곳에서 살다보면 도리어 도시생활이 힘들듯 하다.
한국에서 3명의 음악가가 참여하고
몽골 국립 오페라극장의 주역가수 9명과 합창단 또 오케스트라가 함께 친선음악회를 가졌다.
음악회후에 리셥션을 하면서 한국인과 몽골 사람들이 친해질 기회를 만든것은 좋은 것 같다.
사실 몽골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와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사람들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겼고 일부는 노골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음악회를 통하여 양국이 서로 친해지고 교류를 넓혔으면 한다.
나 혼자의 바람인지 모르지만 한국이 문화적으로 몽골을 선도해주었으면 한다.
부끄럽게도
음악회를 하면서 또 깨우친것이 있다.
한국이 몽골보다 문화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또 질서나 약속을 잘 지킬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인들이 몽골에 오래 살면서 "도리어 몽골문화를 따라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 !!! 선보다는 악이 또 높은 문화보다는 낮은 문화가 선도하는 구나 싶었다.
몽골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몽골한인들과 대사관의 관계가 어떤지 보인다.
나역시 몽골에 가기전에 몽골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나오는 거의 모든 글을 읽었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한국대사관과 비교하면 답답한 수준이다.
러시아 울란우데 극장에는 가끔 몽골에서 사시는 교민분들이 다녀간다.
"몽골에도 이런 오페라 등 문화공연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기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몽골에 갔었다.
음악가가 돈 이야기한다고 욕할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몽골은 지휘하러 가면 경제적으로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리어 적자다.
나혼자가서 발레등을 지휘하기도 했는데, 장시간 버스타고 다니는 것에 지쳤다.
그렇다고 몽골 국립오페라극장이 러시아보다 수준이 높은것도 아니고 하니, 자꾸 마음이 거부했다.
나의 관심은 몽골 울란바타르에 사시는 교민분들을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생각인데
그런데 몽골주재 한국대사관에 찾아가면,
교민들이 먹고살기 바쁜데 "뭐 굳이 이런 문화행사가 필요할까? " 하는 표정으로 대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교민들 이야기가 나오면 지친표정들이고
"뭐 굳이 나서서 교민들의 삶의 형태를 바꾸고싶지않는" 분위기다.
올해도 세계 많은 나라를 돌아보았고, 많은 교민들을 만나보았다.
세계를 다니다보면 은연중에 각나라를 비교하게되고 또 한국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된다.
한국 항공사의 직원의 친절과 변화된 대도시 공무원들을 보면서 한국이 선진국에 도약하고 있음을 느낀다.
공연을 하다보면 자주 그나라 주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과도 만나는데 많이 바뀐것을 보게된다.
12월14일과 15일 울란우데오페라극장에서 열렸던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 한.러 친선음악회" 때에
이르쿠츠크주재 총영사관의 총영사일행은 3일동안 울란우데에 머물면서 한인들을 챙겼다.
두번의 음악회때에 총영사관에서 일일이 연락을 취하여 귀빈들을 초청하여 한국을 알렸다.
뿐만아니라 낮에는 유학생, 교민, 고려인, 러시아의 여러 기관분들과 일일이 만나서 식사하고
교민들의 애로사항과 문제점들을 들어가면서 챙기는 것을 보았다.
우리 외교관이 이렇게 많이 바뀐것에 놀랐고, 문화를 챙기는 수준까지 왔음에 희망이 보였다.
20년전
유학생회 회장을 했을때 만났던 유럽의 모 대사관 교민담당 영사의 말이 생각난다.
"대사관은 교민들을 챙기기위해서 온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여 외교를 하러 왔다고" ...
지금은 "어떻게 대사관이 이런 말을" 이라고 흥분하겠지만 그때의 많은 대사관 분위기는 그랬었다.
몽골에서 가끔 듣는말이있다.
자기도 몽골에서 살면서
"몽골에는 한국에서 사업실패하거나 사기치고 도망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그래서인지 대사관에 가보면 뭔가 밝지 못하고, 나서서 교민들을 도와주려는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다.
왜?
한번 도와주면 또 도와달라고 매달릴까봐서???
누가 그러더군.
새벽에까지 술 마시고는 문제가 생기면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해결해 달라고 한다고 ...
그럼 뛰어가서 도와주어야할까?
나야 당해보지 않아서 뭐라고 답변은 못하겠는데 , 가슴이 답답해지는 질문이다.
그런데 예전에 루마이나에서 근무했던 대사관 직원중에는
이런 문제들을 성심껏 잘 처리해주어서 아직까지도 교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멋진 분이 있다.
독일어중에 선입견이라는 단어가 있다.
Vorurteil / Vor 미리 Urteil 판단하는 것
그러니까 자신이 보지도 않고 미리판단하는 것이 선입견이다.
그사람을 본적도 없으면서 미리 주워들은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무서운 말이다.
그런데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그렇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일부 한국 사람들이 무시하는 조선족이나 고려인들을 좋아한다.
음악회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 여러도시를 다니는데, 그때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조선족과 고려인이다.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니 좋은 점이 보이고 또 좋아진다.
몽골에서 많은 교민들을 만났는데,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좋은 분들만 만났다.
내가 만났던 모든 분들이 좋았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사기꾼이 많다고 한다.
선진국에 진입하는 우리가 가장먼저 고쳐야할 것은 패거리문화와 소문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참 아쉽다.
몽골의 미래를 생각하면 ???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유목민 생활을 한 탓에 함께 살아가는 질서나 약속따위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더큰 문제는 몽골의 정치가들역시 한국처럼 경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몽골에는
150명의 한국 코이카직원들이 한국정부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몽골 사람들을 도우고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몽골에서 뛰고있고, 200명이상의 선교사들이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모두가 몽골의 품격을 높이는 "미래를 위한 큰 프로그램은" 가지고 있지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또 하나의 바램은
한국 정부가 몽골사람들을 도우고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몽골에살고있는 교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어 주었으면 한다.
선진국의 좋은 오케스트라를 보면
첫째 신뢰감이 들 만큼, 자신이 했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킨다.
오케스트라는 시간관념이 분명하고 서로간에 질서있게 행동한다.
표정들이 밝고 친절하며, 뒤에서 험담하는 일들이 거의 없다.
자신만의 행복관이 있어서 남이 어떤 대우를 받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충실하다.
도로가 정비되어있고, 교통표지판의 지시가 분명하며 질서가 잡혀있다.
음악회를 하면서 몽골주재 한국 대사관과 몇번 만나본 인상은 답답했고 아쉬움이 남는다.
겉으로는 교민들을 위하여 음악회를 하는것을 반기는 듯하지만 속마음은 아닌것 같았다.
문화담당서기관을 몇번 만났고 또 전화도 많이 했는데 겉으로는 뛰고있었다.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면
"이런 클래식음악을 교민들이 얼마나 이해한다고?" 하는 듯이 조금 귀찮아하는 분위기였다.
문화를 담당하는 서기관인지 영사인지? 하는 분 역시
위에서 하는척을 하라니까 부지런히 도우는듯 하더니
정작 두껑을 열어보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음악회날에는 대사관의 여러분들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정작 문화담당관이 안왔기에
음악회가 끝나고 전화를 했더니 "회의 중이니 끝나고 전화를 주겠단다"
기다렸는데도 전화가 오지않았다.
후진국의 특징은 약속관념이 없고 질서가 잡혀있지 않는 것이다.
문화를 담당하는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말에 신뢰가 없고 문화수준이 낮은데
어떻게 몽골에다가 한국문화를 알릴수가 있는지 한심했다?
나중에 만나면 그러겠지?
회의가 길어져서 전화를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깜빡했습니다.
몽골식이다.
아무리 약속을 했어도 내가 바쁘거나 일이생기면 쉽게 약속을 깰수가 있는 것...
몽골은 약속을 어겨도 "늦은것이 당연한 듯 어색한 기색이 없다.
또 자존심은 어찌나 강한지, 징기스칸이 아직 살아서 몽골을 통치하는 느낌이다,
몽골에서 지치는 것이 약속과 질서때문이며, 미래에대한 비젼이 안보인다는 것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연습시간이 10시인데도 많은 단원들이 지각을 했다.
놀란것은 늦게 왔지만 미안하다는 말도없이 당당하다는 것이며, 꾸중할 경우 반박할 자세를 취하고있다.
약속을 깨는 것은 수시로 반복되고, 심지어는 오래전에 잡아둔 연주날짜를 갑자기 바꾸기도 한다.
한국대사관 서기관을 보면서, 한인들이 몽골에 오래 살다보면 몽골을 닮아간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제발 한국의 좋은 점들을 몽골에 전해주면 좋겠다.
지난 1월에도
발레공연에 교민들을 초대하라고 했더니 마지못해서 연락하는 융내만 내고, 실지 공연때는 높은? 분들만 참석했다.
대사관은 "교민들이 음악회를 볼만한 수준이 되겠냐는 듯이" 초대해봐야 안온다는 듯이 ...
이번 연말 한.몽친선 송년음악회는 교민들을 염두에두고 진행했다.
다행히도
교민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고,
먹고살기 바쁘지만
문화를 갈망하는 몽골한인들의 마음을 읽게되었다.
한인회장단과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여러 대학교 관계자분들 또 여러 한인 단체에서 오셨다.
놀랍게도 많은 교민들이 티켓을 구입하여 오셨고
몽골정부 교통국과 몽골주재 한국기업의 몽골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정작 구심점이 되어서 이끌어가야할 대사관에서는
이해못할 구실을 대면서,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 아쉬웠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대학교수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가 있다.
누가? 자신들에게 월급을 주는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학생들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다.
몽골국립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실력은 오페라단보다는 좋았는데 시스템은 한국의 80년대 지방악단 수준이었다.
실력은 나쁜편이 아니지만 극장 운영진의 시스템은 생각할 것이 많았다.
호텔생활을 많이 하다보면
비까번쩍하지는 않아도 방이넓고 햇볕이 잘 들어오는 방을 선호하게 되는것 같다.
선진 그랜드 호텔은 방들이 내 취향이었고 맛있는 한식당까지 있어서 좋았다.
또 직원들이 기본적인 한국말을 구사하여 편했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때문에 몽골의 강들은 자동차가 지나다닐 만큼 얼어있다.
들판에는 겨울에도 짐승들이 눈을 헤집고 풀을 뜯는 것은 한국과 다르다.
해가 기우는데도 짐승들이 풀을뜯고있다.
가끔
양이나 염소를 잃어버리면 목자는 온 들판과 산을 뒤져서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해가 완전히 기울고 추위에 떨다가 얼어죽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단다.
짐승들은 물론이고 몽골의 벌판에는 낙타와 말도있다.
추위에 적응하려고 털이 많다.
몽골 울란바타르에는 북한 평양식당이 3곳이나 있다.
북한은 어려우니까 3,000명의 노동자를 보내어서 외화벌이를 시키고있다.
요즘에는 평양식당이 돈벌이에 혈안이되어서 남한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사실 평양식당의 단골 고객은 남한 사람들이다.
뿐만아니라
그림이나 수를놓아서 만든 작품들을 파는데
자신들의 목표량이 채워지지않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게까지 전화를 걸어서 물건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북한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블라디보스톡이나 러시아 전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보면 대략 짐작이간다.
제대로된 식사는 거의 않고 죽어라 일을하면서 돈을 벌어서 북한으로 보내고있다.
김정은이 북한의 고위층들에게 감언이설과 차별화된 대우고 환심을 사고 있지만
이런 눈속임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통일을 바라기 이전에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든다.
종교로 똘똘뭉친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유나 빵으로 유혹한다고 사이비종교에빠진 사람들이 돌아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의 종교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어야한다.
그들을 바꿀수있는 것은 돈이나 사상이 아니라 따스한 마음과 예술을통한 교감이 아닐까 ......
일본과 몽골은 전쟁을 치른 적대국가였다.
그런데 일본은 꾸준한 문화에대한 투자로 몽골인들의 환심을 사고있다.
음악학교를 지어주고 필하모니와 음악단체의 악기를 무상지원해주고
또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을 무상으로 일본으로 초청하여 교육을 시켜서 돌려보내고 있다.
이렇게 공부를 마친 젊은이들이 앞으로 몽골을 지배할텐데
그럼 몽골의 미래가 일본화될것은 뻔하다.
당연히 몽골의 많은 자원과 문화는 일본식으로 돌아갈 것이고 ...
일본이 실시하는 문화정책을 보고있노라면 무서울정도로 미우면서도 무시할 수가 없다.
우리는 몽골과 장사할 생각만 하지말고,
몽골 사람들의 사상을 한국쪽으로 돌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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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교수님 글을 읽다 보면 참 생각할거리가 많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렇게 세계 를 누비고 다니시는 모습에서 닮아가고픈 내 마음속 의 또다른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몽골과 북한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일깨워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모든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한국의 미래의 긴 안목에서 후진국에 대한 문화, 경제 관련 대외 외교정책을 어떻게 펼쳐야할 것인지
깊이 음미해볼만한 대목입니다. 국익을 위해서도 인류공영을 위해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