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향>
실내 가득한 손님들이 대개 중년은 넘은 사람들이다. 편안하고 먹을 만한 음식임을 고객들의 성향이 우선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깔끔하고 품격있으면서 제법 널찍한 공간이 편안하고, 낯설지 않은 익숙한 음식들도 제맛을 낸다. 게다가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중년 고객을 불러모으는 비결이 아닌가 한다.
1. 식당대강
상호 ; 두향
주소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불곡남로 5
전화 : 031-718-3344
주요음식 : 한식
2. 먹은 날 : 2022.12,14.점심
먹은 음식 : 바싹불고기정식 21,000원
3. 맛보기
식탁 위에 차려진 모든 음식이 맛도 모양새도 편안하다. 익숙한 음식들이 편안한 조리법으로 편안하게 한끼를 해결하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가득한 사람들, 이런 보통의 음식들에 매료된 것이다. 거기다 이러저러한 형식으로 제공되는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양도 많아서 후한 인심에도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거 같다.
복잡한 빌딩도 아니어서 통째로 식당을 위한 공간으로 여유있는 모습이 들어서는 마음도 편안하게 한다. 집밥보다 한 두가지 더 놓인 찬들도 여유를 보여준다. 그래도 특색 있는 찬 하나를 들라면 무청무침을 들고 싶다.
무청. 오늘 찬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음식이다. 절기에 따라 바뀌겠지만, 오늘 곁반찬 중 가장 눈에 띄고 젓갈이 자주 머무르는 찬이 바로 이거다. 더구나 리필도 가능하여 충분이 맛볼 수 있다.
무청무침은 육지에서는 별로 만난 적이 없다. 제주에 가면 흔하게 만나는데, 단단하고 맛있는 제주무처럼 무청맛이 깔끔하고 깊어서 제주 특색을 제대로 보여주는 음식으로 만났었다. 육지에서도 만나니 반갑다. 게다가 제주처럼 맛나게 조리해서 더욱 반갑다.
추가 제동되는 하얀 순두부, 식사 마지막에 제공되는 냉면을 못 먹은 것이 아쉽다. 전체적으로 양이 많아 거기까지 감당하지 못했다.
바싹불고기. 같은 이름의 음식은 서울 공덕동의 <역전회관>에서 1962년부터 만들어 팔아 유명해졌다. 좃은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 불맛과 좃은 고기의 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다. 이집의 바싹불고기와는 모양새와 맛이 많이 다르다.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맛이 더 좋으면 돋보일 거 같다. 그냥 먹을 만한 고기다. 불에 바싹 구운 맛은 별로 안 난다.
잡채. 거섶이 적어 서운하다 당면이 아주 좋다. 쫄깃하고 너무 달지 않아 부담이 없다. 참기름향도 좋다.
유부두부. 두부속이 아주 신선하다. 속을 초밥이 아닌 두부로 채웠다. 너무 차서 식감이 불편한 건 흠이나 맛은 아주 좋아 더 먹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다.
멸치조림. 쫀득하고 개운한 맛. 짜지도 않고 물 만 밥과도 잘 어울린다. 나중 눌은밥과 먹으니 아주 좋다.
콩물. 진하고 고소해서 좋다. 식전에 먼저 나와 속을 달래기 좋다.
김치전. 즉석에서 부쳐준다. 채반에 담기는 플레이팅도 입맛을 돋군다. 맛도 보기와 같다. 척척 앵기는 맛이 좋다. 간도 좋고 안에 든 김치 등 거섶도 좋다. 풍부한 김치 풍미도 좋다. 나무랄 데 없는 김치전이다.
찬이 더 필요한 사람은 이곳에서 직접 가져가면 된다. 김치는 기본찬으로 나오지 않으므로 이곳에서 직접 담아가야 한다.
배추김치. 겉절이 느낌이 나는 싱싱한 맛이 매력이다. 배추 자체는 약간 싱거운 감이 드나 양념이 선선하게 감싸서 좋다. 고추를 갈아서 담근 김치인 듯 양념이 생생한 것이 입맛을 돋군다. 달지 않아서도 좋다.
청국장. 그냥 보통맛. 맛있는 청국장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순두부찌개. 오늘 음식의 주연이 바로 이거. 주연으로 손색이 없는 맛과 외양이다. 고추기름 풍미도 좋고, 간도 맞고 너무 맵지도 않고 좋다. 고기를 넣어 맛을 냈다. 훌륭한 찌개다. 두향 이름은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4. 맛본 후
한끼 흡족하게 먹었다. 깔끔하고 격조 있으면서 제맛내는 식당이 흔치 않음을 거꾸로 보여주는 식당이다. 특별한 메뉴는 없어도 고루 맛있는 평범한 밥상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태에 이만한 식당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다.
빌딩숲이 아닌 주택가에 있고, 독립된 건물로 주차 여건이 좋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분당 이제는 신도시가 아닌 구도시가 되는 동안 만들어낸 음식문화의 한 전형을 본다.
#정자동두향 #분당맛집 #성남맛집 #서울대병원맛집 #순두부맛집 #두향두부점 #편안한음식
첫댓글 분당 불곡산 등산을 하고 내려오면서 가끔 들른 식당입니다. 맛집인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기만 했습니다. 등하불명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맛집은 자기가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곳이 맛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자기만의 맛집이 있을 수 있겠지요. 이제 저도 맛집이라고 생각했으니 선생님께서 더 맛있게 드신다면 이 글의 의미가 더 있을 거 같습니다. 어쨌든 모두들 알고 계신 맛집인가 봅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