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인가 / 전동호
전국을 팔도로 나누었다. 예부터 산과 강을 따라간 경계는 사람의 말투, 풍습, 음식, 성격은 물론 날씨까지 다르게 했다. 호남, 영남, 호서, 경기, 관동, 해서, 관서, 관북 지역이라 불리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경부축이 만들어졌다. 1970. 7. 7.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가 뚫리고 자동차, 제철, 화학 등의 산업이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이동하기 시작했다. 먹고 살려는 수단이었다.
그 결과는 인구, 소득, 문화의 차이를 심화시켰다. 특히 호남은 낙후의 대명사가 되었다. 충청권은 국토의 중앙에서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강화하며 나름 실리를 취했다. 강호축이란 말을 만들었다. 강릉에서 오성을 거쳐 목포까지 3시간 30분대 철도망을 구축하자는 거다. 오가는 길을 쉽게 하면 서로 사돈을 맺을 수 있고 장차 서남해안 끝에서 오송, 강릉, 동해안, 연해주를 거쳐 유라시아로 진출하는 경제활동 기반이 된다며, 우선 국가계획에 반영하자 한다. 지금같이 해서는 미래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국토의 허리에 삼각지지대를 견고히 설치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 7번째 5030클럽(5000만 인구, 1인당 GNI 3만 달러 이상) 국가의 국민이 되었다. 지금껏 이뤄 온 땀과 노력, 욕심과 열정이 낳은 결과이지만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들 힘들다고만 한다. 수도권 집중이 낳은 지방 감소, 일자리 부족과 소득 차이, 출산율 저하와 인구 절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균형 지표가 이를 대변한다. 수도권에 인구 49.6%, 1000대기업 73.6%, 신용카드 사용 81%, 서비스접근성 92.5%, 보이지 않는 차이도 많다. 지방의 열악한 환경은 좁은 국토를 더 좁게 했고 청년의 꿈을 박탈했다. 이대로 가다간 30년 내에 전국 228개 시군구의 39%가 소멸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미래가 없어 보인다. 헌법 전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제9장 경제 제123조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 3.19. 충청 지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제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은 없어질 겁니다. 지역으로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몰리는 국가균형발전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겠습니다.’고 했다. 감동이었다. 지역을 골고루 잘살게 하는 일은 세계 공통의 문제다. 일본은 마을 사람 일자리 창생본부,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 대한민국 또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두었다. 분권, 혁신, 포용을 3대 기치로 내 걸었다. 중앙 주도에서 지역 지원 위주로 전환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현행 단임제 대통령 하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통치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유치인무치법(有治人無治法),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스리는 법은 없다.’ 2천여 년 전 사람들의 생각이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더 나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리당략과 기준에만 얽매이지 말고, 소통과 경청을 하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도(君道)의 자세다.
강호축은 충청권 대표 지도자의 생각이 들어 있다. 유교와 동학혁명 자산이 백두대간과 하나 되면 자연, 생태관광,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국민쉼터가 된다 한다. 2015. 6월 X축 국회 세미나의 시작이 2019. 4월 둘째 날 국회토론회에서 공동건의문 채택으로 이어졌다. 실현될 날을 기대한다. 그 첫 번째 과제가 5차국토종합계획(2020~2040)에 반영하는 일이다. 이를 지원하면서 우리 것도 챙겨야 한다. ‘바다와 섬 연결’이다. 진도까지 철도와 고속도로가 들어가고 조도, 가사도, 청산도, 거문도, 제주도까지 길을 연결하는 일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게 하자는 말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국토라 할 수 있다. 이 일을 토건사업으로만 치부할 것인가? 아니다. 국가의 비전(vision)이다. 국민에겐 희망이 된다. 우리의 꿈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