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때에는 달날(2~4학년)과 쇠날(7살~1학년)로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8월 21일(달) 말글살이 첫 시간에는 몸 풀기로,
둘씩 짝꿍을 이루어 몸도 마음도 쭉 펼 수 있는 짝꿍체조를 해보았어요.
짝꿍과 손과 발을 이으면 글자 같기도 하고 도형 같기도 한 여러 모양들이 나오지요.
처음엔 안 해보던 자세를 잡으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쉽지 않았지만,
짝꿍과 눈과 호흡을 맞추고 몸을 힘껏 써가며 번쩍 짝꿍을 올리기도 했어요.
웃다가 쓰러지기도 했지만, “저도 해볼래요~” 하면서 한 번씩은 제대로 해보려 했지요.
28일(달) 두 번째 시간에는 우리토박이말 맞추기를 했어요.
한 사람씩 낱말이 적힌 쪽지를 뽑아서 자기만 본 다음,
그 글자 뜻을 모르는 채로 처음 본 느낌을 먼저 이야기했어요.
“귀여워요”
쪽지에 적힌 뜻은,
“서로 너, 나 하고 부르며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
쪽지에 적힌 보기말은,
“엄마는 옆집 아주머니와 OOOO하면서부터 얼굴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사람은 역시 서로 어울려 살아야 한다.”
정답은?
-> ‘너나들이’
OO; “담뱃대 같아요.” ------------------------> ‘줏대’
OOO; “징그러워요” ---------------------------> ‘길짐승’
OOO; “배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돋을볕’
OO; “동생이요” -----------------------------> ‘아람’
OO; “고기가 생각나요” -----------------------> ‘보짱’
뜻과 전혀 상관없는 느낌을 말하기도 했지만,
어떤 말이 처음 생겨날 때는 대상에 대한 느낌을 담아 만들어졌을테지요.
우리말 정답과 말뿌리를 듣고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어요.
감을 익히면, 쉬운 우리말을 아이들이 절로 찾아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9월 4일(달) 세 번째 시간부터는 글 쓰기를 시작했어요.
‘친구네 집 가는 길’
학교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진희&진선네 집까지 산책 삼아 함께 걸어가보기로 했어요.
가는 동안 둘레에 보이는 것들을 글로 담을 거랍니다.
건물이나 이정표가 없이도, 우리가 걷는 길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큰 도로를 건너, 차 다니지 말라고 막아놓은 가로대를 넘어 한적한 논두렁길로 들어섭니다.
너희들 누구니? 하며 큰 소리로 짖는 어느집 개랑 멀리서 인사하고
잘 모르는 작물이 빽빽이 자라고 있는 밭도 지나갑니다.
진희&진선네 이웃집 마당에 강아지랑 고양이가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가기로 했습니다.
진희&진선이가 잘 다니는 지름길인 비닐집과 밭 사잇길 통과하기
“밭주인이 싫어할 수도 있을텐데, 원래 있는 길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로 가면 돌아가야 해요. 저희한테 이리로 다녀라고 하셨어요~”
아이들이 이끌어주는 대로 가면 아이들만의 우리만의 길 이야기가 글에 담기겠네요.
예쁜 꽃 이름 물어보기도 하고, 하얗고 예쁜 부추꽃 봤다고 글에 써야지! 하는 어린이도 있었어요.
드디어 다 왔어요. 운치 좋은 정자에 앉아서 우리말 노래를 불렀지요. 그렇지만 우리 어린이들..
사이좋게 볕 쬐고 있는 강아지 아루랑 고양이 둥이랑 몸으로 인사 나누고 노는 데
마음이 온통 가 있었어요. 오늘은 편히 놀고 글은 다음번에 쓰기로 했답니다.
9월 11일(달) 네 번째 시간에는 노래 맞추기 쪽지놀이를 했어요.
여러 노랫말 글자들이 써있는 쪽지들을 뒤섞어놓고 노랫말을 맞춰 차례대로 늘어놓는 놀이였어요.
금세 어떤 노래인지 알아맞히고는 마음 모아서 노랫말 찾기에 열중합니다.
많이 불렀어도 다음 소절이 금세 떠오르지 않을 때는 (첫 소절부터^^) 함께 불러보며
다음에 무슨 글자인지 떠올리고, 또 여러 방향에서 눈 크게 뜨고 끈기있게 찾아냈어요.
“에”인지 “의”인지, “어”인지 “워”인지 헷갈렸던 노랫말도 이참에 똑똑히 익힌 것 같아요.
‘참 평화의 꽃’과 ‘뭉게구름’ 노랫말을 끝까지 다 찾아서 늘어놨어요.
너무 집중해서 이제 집중력이 떨어진 듯했는데,
“한 개 더 해요~” “더 할 수 있어요~” 하며 의욕이 넘쳤어요.
9월 18일(달) 네 번째 시간에는 ‘오징어달구지’ 놀이를 했답니다.
요즘 청량학교 어린이들이 푹 빠져있는 놀이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그 방법을 밝힘글(설명문)으로 쓰기로 했어요.
“엎어라 뒤집어라” “앉았다 일어났다”를 해서 편을 갈랐어요.
놀이를 하면 꼭 이기고 싶고, 이기려면 유리한 편이 되고 싶고, 유리하려면
힘 센 사람과 한 편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만 편을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누구랑 편을 먹든, 이기든, 지든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투정 부리면
흥이 깨지고 서로 아쉬움만 남게 되겠지요.
그럴 때 요즘 우리 청량 어린이들 마음을 탁 돌이켜주는 말이 있습니다. “쫄려도 한 판!”
자, 이제부터 밀고, 잡아당기고, 도망가고, 머리 쓰고.. 나름대로 팽팽한 겨루기 모습을 보시지요~
?
신나게 놀이를 하고는 밝힘글을 쓰는데, 그림을 글로 풀이하려니 쉽지 않네요.
오징어 머리와 몸통 따위 자리 이름을 어떻게 부를 건가도 저마다 달랐지요.
그래도 잘 모르는 동무한테 조근조근 말해준다 여기고 써보았어요.
“... 우리편이 이겼다. 그래서 뿌듯했다.” 식 말고 다르게 마무리해보자고 했어요.
아웃? 또는 죽었다?는 말도 바꿀만한 우리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아무튼, 그래서 잠시 구경하게 되었을 때는 사진을 찍어볼 기회를 주었지요.
동무가 찍어준 내 모습, 그리고 하늘 풍경
9월 25일(달) 다섯 번째 시간,
“다음엔 십자가놀이 해요!” 이렇게 이번 시간이 정해졌답니다. ^^
놀이하기에 앞서, 그네 타고 높이 올라갔던 동무가 넘어지는 일이 생겼어요.
동무가 속상해할 때 옆에서 함께 놀다가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봤어요.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으니, 만약 너였다면 어떤 말 들으면 기분이 풀릴 것 같아?
“괜찮아” "아팠겠다" “나도 그런 적 있어”
그런데 한 어린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아프니까 내일 집에서 쉴 수 있겠다”
엥?
진짜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는 아파서 학교 안 오면 좋겠다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자기는 그렇게 되면 되려 하나도 좋지 않다는 어린이들도 많았어요.
위로하는 말도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게 들리네요. ^^
‘십자가놀이’를 저는 어렸을 적 ‘짝(작)대기놀이’라고 불렀어요.
우리끼리는 ‘더하기놀이’라고 새로 이름 지었어요. 어떤가요?
“이제 놀이 마치고 약속대로 글 쓰러 들어가자~” “아아아~~~”
아이들에게 놀이만큼 즐겁고 기다려지는 글쓰기가 되면 저도 참 좋겠습니다. ^^
칠판에다가 글쓰기를 해보았어요. 한 글월씩 돌아가며 함께 썼지요.
한 주 한 주 새로운 배움시간을 함께 꾸려보면서,
우리가 얼마만큼 할 수 있나 또 무얼 배우면 좋을까 함께 찾아가고 있답니다.
말글살이는, 말과 글로 살아가는 삶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말은 왜 하는 걸까? 글은 왜 쓰는 걸까?
말은 사람만 할 수 있을까?
그러면 다들, 네! 했다가, 아니요! 했다가
짐승(동물)들끼리도 말해요! 곤충들끼리도 말해요! 그럽니다.
그러면 사람이 하는 말은,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거죠.
근데, 다른 사람도 함께 느끼기 힘든 말, 함부로 내뱉는 말, 어디서 듣고 따라하는 말,
알아듣기 어려운 말, 우리 얼을 흐트러뜨리는 말, 따위가 우리 말살이를 어지럽히죠.
우리가 주고받는 말이 본디 쓰임에 맞게 서로 살리는 말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삶에서 나온 말, 우리 얼이 담긴 고운 우리말을 살려 쓰는 습관을 길러갑니다.
또,
글도 우리가 굳이 배워야 한다면,
자기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가지런히 하여 글에 담는 법을 익혀갑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걸 다른 사람 머릿속에까지 잘 이어주는 다리, 전달자, 그게 곧 매체이고,
매체는 말과 글에서 시작하는 거지요.
“아, 그.. 뭐냐면... 그러니까.. 이게 말로 설명이 안 되네, 내 말 모르겠어? 모르겠으면 말고!”
어린이건 어른이건 이런 말 많이 하죠?
내 입말과 글말을 그대로 못 알아듣는 상대 탓을 하거나 말을 끊을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
어린 시절 글자 못 배웠어도, 한 평생 밭생명과 교감하며 손주들까지 먹이고 길러내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계신데, 우리는 글 배운 만큼 값지게 살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글 쓰는 자세, 허리 펴고 균형있게 앉아서 반듯하게 연필 쥐고 또박또박 쓰기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습관 들이고,
우리 삶을 소중하게 가꿔가는 글 쓰면 좋겠습니다.
밥 먹고 학교 가고 동무들과 어울려 노는, 하루하루 되풀이되는 삶에서도
날마다 떠오르는 해처럼 새로운 느낌들 보물 캐내듯이 찾아 글로 풀어내면
어느새 마음 힘 쑤욱 자라있지 않을까요?
첫댓글 아이들이 말글살이 시간을 왜 기다리는지 알겠어요^^
아이들의 평화로운 표정이 머릿속에 많이 남네요~
강아지 아루랑 고양이 둥이가 함께 있고, 거기에 친구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놀랍네요. ^^
아이들도 사진찍는 실력이 제법인걸요. 살아있는 표정들, 몸짓들이 보는 이도 즐겁게 해줍니다~
놀고, 말하고, 쓰고.. 언니오빠들이 쓴 설명글이 동생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