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2(목)일 어제 밤 늦게까지 황홀한 무대를 즐기다 밤12시가 훌쩍 넘은 시간 잠들다 보니 그랬다. 오늘 15:00분이면 제주에 도착한다. 예정보다 하루 먼저 도착이다. 일기 때문에 안전을 택하여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니 순리를 따르는 것이 도리다. 아쉬움은 있지만 제주의 아름다움에 더 취하면 된다. 어느덧 그린보트 6일째를 맞는 정리의 시간이다.
07:30분, 아침 식사 시간이다. 쿠르즈의 재미 가운데 하나가 식사시간이다. 뷔페이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특히 여유 있는 식사 시간이 마음에 든다. 특히 패키지 여행에서 일정관계로 서둘러 식사를 하고, 더욱 많은 인파로 여유의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지경이면 배고픔을 빨리 채우기 위해 허겁지검할 때도 있지 않은가?
한 시간 이상 천천히 대화를 즐기며 하는 식사야 말로 가장 마음이 드는 식사자리다. 거기에 먼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야 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후식으로 드는 과일과 또 커피 타임이 또 그렇게 좋다. 이 자리는 어제의 일과를 다시 되새김하면서 배꼽을 잡기도 한다. 오늘의 일정을 점검하고 조율하면서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09:00분 조천호 박사의 미래 식량 확보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대한 특강에 참여한다. 이어서 10:00분부터 하선 설명회가 있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자신들이 선택한 방법에 의해 제주 여행을 하면 된다. 우리는 자유여행을 선택했기에 우리들 계획대로 움직이면 된다.
11:00분에 진행하는 이상봉 패션디자이너의' 나의 인생, 나의 패션' 특강에 참석한다. 위키 백과를 찾아보니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1975년 패션 디자이너 첫 입문한 그는 국제 패션디자인연구원을 거쳐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된후 1983년 중앙디자인컨테스트에 입상 후 중앙디자인 정기 컬렉션에 참가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LIE SANGBONG
1985년에 ㈜Lie Sang Bong Paris을 처음으로 남산에 본사와 명동에 매장 오픈, 당시 샵에서 쇼복을 판매하지 않았던 불문율을 깨고 컬렉션의상으로 매장을 구성함으로써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컨셉을 바탕으로 그의 샵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최단기간 내 성공한 디자이너라는 닉네임을 붙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혹자들은 앙드레 김 이후 최대의 인기를 누리는 실력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패션감각이 둔해서인지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고, 생소했다. 그린보트에서 여러번 마주치기도, 또 라틴댄스에 참여하여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보고 웃음도 자아냈다. 바바리 하나를 걸치고 머리는 박박머리이기에 금방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이상종, 그는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원초적 아름다움과 한국적인 모티브를 서양복에 접목시켜 한국적 감성으로 풀어내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단청, 문짝의 문살, 조각보 등을 사용하여 그 특유의 감성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재 타생 시켰다. 그 동안 그가 패션 쇼를 여는 장면 하나하나를 영상을 통해서 소개 할 때, 다시 한 번 그의 역량에 대해서 놀랐다.
점심식사 후 13:00분부터 댄스 레슨에이어 선상위에서 펼쳐지는 테너 쇼가 15:00분까지 계속된다. 테너 파울로 레반티노의 열창은 관중들을 집중 시킨다. 우람한 체구에서 나오는 풍부한 성량, 재치와 유머를 동시에 갖고 있는 그는 단번에 분위기를 사로잡으면서 이목을 집중 시킨다.
지칠줄 모르게 계속되는 그의 노래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관중석의 한 여인을 무대로 이끌어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한다. 쑥스러워하는 여인의 몸짓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끝내는 춤을 함께 추도록 만드는 그의 친화력도 돋보인다.


분위기를 단 번에 사로잡는 예술, 그게 음악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하듯, 같이 웃고 울고, 환호하고 슬퍼하며 감정을 실을 수밖에 없다. 무대와 관중석이 하나되는 순간, 그 일체감에 성악가와 대중은 혼연일체다. 모든 것을 놓아두고 오직 집중할수 있도록 하는 예술...그 성악의 진수에 빠진다.
제주에 도착했다. 어느덧 일주일의 크루즈에서 우리나라 땅을 밟는다. 언제와도 제주는 아름답다.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나라의 위상과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게 된다. 공항에서부터 그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창원의 이형미씨와 그 일행이 함께했다. 제주 남문시장은 먹을거리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음식과 횟감, 과일들로 입맛을 자극한다. 값도 싸다.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마땅한 장소를 택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노경수 교수가 사기로 했다. '하얀 검은새를 기다리며'의 동화책이 2019년 서산시 범시민 한 책 읽기에 선정되어 그 기쁨을 함께한다는 취지다. 그 선정위원이었던 내가 역할을 했다는 점도 고려해서..하여튼 기분 좋은 자리다.


술잔이 돌고, 건배가 이어진다. 술자리는 감성이 마구 우러나오는 자리다. 시가 나오고, 과거의 추억이 오가고, 멋진 건배사가 연이어 터지면서 술 잔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하나된다. '술은 입으로 들어가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 오나니, 서로 사랑하는 눈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세..건배...'그 예이츠의 반주가는 언제 들어도 멋지다. 창원의 Y팀도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하나가 된다. 제주 시장안은 밤의 열기로 뜨겁다. 나그네들이, 그 여행의 여운을 다시 풀어내며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순간이다. 거칠 것이 없는 이 순간을 최고의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역시, 한 잔의 술이다. 술은 그렇게 과거와 미래를 상실한 채, 현재의 천당을 만든다.
그칠줄 모르게 치솟는 최고조의 행복감을 간직한 채 우리는 일어선다. 걸어갑시다. 그 외침에 모두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린보트까지는 꽤 먼거리지만 제주의 밤거리를 걷는 것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으리... 휘엉청 커다란 달이 시립도록 아름답다. 엊그제가 보름이란다. 달은 시립다. 달은 왜 그렇게 서럽고, 시리고, 아펐던가? 내가 자라던 우리 고향 그 시골.. 밤이면 온통 천지가 까만 밤에 달을 보며 감사에 젖던 옜 시절부터 달의 존재는 짠하고 아팠다. 그 아름답지만 명치끝이 서럽게 치밀어 오르는 듯 감성을 자극한다.
'얼굴 하나야/손바닥 둘로/폭 가릴 수 있지만/보고 싶은 마음/호수만 해/눈 감을 수밖에' 정지용의 시를 읊었다. 그 시를 노래하면서 뭉클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고 옛 사랑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그렇게 시린달속을 거닐었다.
크루즈 안에서도 열기가 치솟고 있었다. 댄스, 파티, 리바이벌 디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