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5월 16일 목요일
집착
김미순
새벽 세 시에 일어난다
무사히 일어나게 해 주심에 짤막한 감사 기도, 따뜻한 물 한잔
티비를 켜고 안마의자에 앉아 가톨릭평화방송을 시청한다.
다섯 시에 이비에스의 왕초보영어 공부
를 끝내면 다시 일반 방송을 보며 자전거 돌리기를 한다.
여섯 시에 티비를 끄고 케이비에스의 에프엠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아침 상을 차린다.
밥 먹기 전에 전에 하루를 잘 보내기를 기도한다.
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투여
유산균. 사과 네 쪽, 커피를 마시면서 밥을 먹는다. 귀로는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독서대 위에 책을 본다. 입으로는 짭짭거리면서.~ 대단한 능력이다.
밥을 다 먹으면 성경을 쓴다. 정해진 분량을 달성하면, 약을 먹고 설거지를 한다. 안마의자 전원을 켜고 이십분을 할애한다. 자전거도 돌린다. 수요일만 빼고 병원으로 출동. 월요일과 금요일은 침도 맞고 부황도 뜨고 전기치료를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재활치료를 하느라 전기치료와 도수치료를 한다. 그래도 오전에 끝난다.
점심을 고구마로 먹고 다시 티비를 켠다. 그때부터 로봇청소기는 제 갈 길을 찾아 집을 말끔히 청소한다. 오후 1시에 안마의자와 자전거를 돌린다. 리모컨을 쥐고 그때그때 괜찮은 프로를 본다. 기아 타이거스의 야구 경기가 나오면 정말 즐거워 한다 네 시에 다시 안마의자와 자전를 돌리고 저녁밥을 차린다.
다섯 시에 인슈린 투여 유산균, 달걀 한 개 사과 세 쪽으로 저녁밥을 먹는다. 소화를 시키면서 티비에 열중한다. 여섯 시에 안마의자 자전거 , 저녁 일곱시에 다시 안마의자와 자전거를 돌리고 저녁 당 수치를 체크한다.
요즘엔 거의 정상으로 나와 안심이다. 좋아하는 드라마 한 개와 이비에스의 세계태마기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어지는 한국기행이 끝나면 열 시. 하루를 잘 보내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기도 드린다. 드디어 불을 끄고 잔다
그런데 오늘 초파일날
남편과 세컨하우스에 갔다. 마트에서 어묵과 김밥을 사서 들고 집을 나섰다. 주말에만 텃밭이랑 마당의 꽃밭만 확인하였는데~~ 점심으로 먹던 고구마가 지겨웠는데, 마당 가득한 꽃 냄새 맡으며 밥을 먹으니 정말 여유롭고 행복했다. 더구나 친구가 싸 온 미역국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그 친구에게 딸기도 따 주고 상추와 소불 노란 붓꽃도 따 주니 주는 기쁨에 엄청 행복했다.
집에 오니 벌써 네 시
안마의자와 자전거를 돌리고 내 루틴대로 시행. 낮에 먹던 고구마 대신 밥과 어묵을 먹어서 걱정했는데 저녁 당이 177 ! 휴휴 저괜 당수치가 150에서 180이면 관찮은 거라 생각하는데 정말 다행이다.
나는 오늘 당뇨를 극복해야 한다는 내 집착이 이렇게 심한 줄 새삼 느꼈다. 마음 편히 밥도 못 먹는 고통. 오늘 김밥을 먹으면서 단무지를 꺼내고 양을 가늠하면서 김밥을 남기는 나를 볼 때 참 안타깝고 서글펐다.
나의 고통은 꼭 그래야 한다는 집착에서 나오는 것 같다.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이 강철같은 고집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당뇨 극복을 수행이라 여가고 편안한 마응으로 지내야지. 한번 씩 즐거움을 찾아 반칙을 저지르는 센스도 발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지금 시간은 새벽 한 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되어 계속 자판을 두드린다. 글을 써야겠다는 내 욕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순간이다. 글에 대해서는 어떠한 일이 생겨도 밤을 새우는 나의 변함없는 이 집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