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로 공식대회가 중단된 중국 바둑계가 2020 중국여자갑조리그 온라인 평가전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가오싱 4단, 헤이자자 7단, 위즈잉 6단, 저우홍위 6단, 루이나이웨이 9단.
2020 중국여자갑조리그 온라인 평가전
자오이페이 '8승1패', 우이밍 '6승3패'
코로나19 사태가 바둑계의 봄을 앗아가고 있다. 프로기사들의 대국수는 3월 들어 크게 줄었다. 새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각 기전의 예선전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의 전체 대국수는 57국에 불과했다. 모두 국내대회였다(3월 말까지의 올해 총 대국수는 642국). 304판을 두었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된다.
그래도 국내 사정은 낫다. 행사 규모가 큰 폐회식이 축소되고, 대규모 인원이 출전하는 예선전은 부득이 연기됐지만 소수 인원이 참가하는 본선 위주의 대국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일대일 대결이고 무관중 경기인 바둑은 다른 종목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는 환경이다. 또한 소독 분사기를 설치하는 등 대국장 출입에 대한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국은 2월부터 모든 바둑대회가 중단된 상태이다. 공식대국이 올스톱된 중국 바둑계는 지난달에 갑조리그 온라인 평가전을 개최한 데 이어 여자갑조리그도 온라인 평가전을 치렀다. 3월 23일부터 4월 2일까지 예후바둑 플랫폼에서 진행된 여자갑조리그 평가전은 2020시즌에 참가하는 10개팀이 풀리그로 겨뤘다. 순위는 <표>와 같다.
한 판이라도 대국한 선수는 35명. 최고 성적을 올린 기사는 9전 전승의 위즈잉 6단이었다. 천만치ㆍ탕자원ㆍ루민취안ㆍ잔잉ㆍ뤄춰야오ㆍ가오싱ㆍ장즈한ㆍ차이비한ㆍ왕솽을 차례로 꺾었다. 35명 중의 전승자는 위즈잉이 유일하다.
중국 여자바둑계에서 오랫동안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던 위즈잉 6단은 작년 하반기부터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47개월 연속 이어온 톱랭커 자리를 10월랭킹에서 왕천싱 5단에게 빼앗겼고, 올 2월랭킹에서는 18세 저우홍위 6단에게 2위 자리마저 내주었다. 최강자의 지위에 금이 갔는데 이번 평가전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다승 2위는 8승1패의 자오이페이 4단이 차지했다. 1패는 왕천싱에게 당한 것. 자오이페이의 여자랭킹은 16위다. 그 뒤로 저우홍위 6단, 판양 3단, 류후이링 2단이 나란히 7승2패로 공동 3위. 여자랭킹 1위 왕천싱 5단은 5승4패에 그쳤다.
▲ 8승1패를 거둔 자오이페이 4단(왼쪽)과 6승3패를 거둔 우이밍 2단.
한국여자리그에서도 뛰고 있는 루이나이웨이 9단은 여섯 경기에서 5승1패로 활약했고 지난 1월 결혼한 가오싱 4단은 1승7패로 부진했다. 중국 최연소 여자프로인 우이밍 2단(13)은 6승3패로 인상 깊은 성적을 남겼다.
최근 국내 여자기사들의 대국은 극히 드물다. 3월에 대국한 여자기사는 바둑리그 플레이오프와 맥심배 본선을 치른 최정 9단, 시니어기전에서 한두 판씩을 둔 조혜연ㆍ박지은ㆍ김혜민 9단 등 손에 꼽힐 정도이다. 여자 2위 오유진 7단은 한 달 넘게, 3위 김채영 6단은 두 달째 '개점 휴업'이다.
한국 여자바둑은 지난해 최정 9단이 국제무대를 평정하는 등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라이벌 중국을 압도했다. 잠정 휴업 상태인 국제여자바둑계는 연기된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센코컵, 황룡사배, 천태산배, 오청원배 등이 새 시즌을 개막한다. 팬들은 천하무적 최정 9단과 건재함을 보인 위즈잉 6단의 라이벌전을 비롯해 꽃 피는 바둑계의 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