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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용사는 자존감을 알아줄 때 자랑스런 군인으로 거듭나-최주영
이 회고는 대열임관50주년 기념책자 (가칭: 대열 반세기 여정)에 수록할 동기생 현역시절의 자부, 즉 시대별 국가적 국방이슈와 관련해, 각자 어떤 역할과 공헌을 했었던 지에 대한 회고를 수록하는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글은 최주영 동기가 창설특전여단 중대장과 창설특공연대 대대장으로 보임돼, 부하들의 자긍심을 일깨워 전투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군단 최고 특공대대의 영예를 안게 됐던 실전적 성공적 부대통솔의 군문생활을 회고한 내용이다. 후배 사관들이 우리 회고록에서 이 글을 읽는다면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다.
대열 임관50주년 기념책자에 수록할 개인회고의 마감을 지난번 공지를 통해 최대 8월20일까지로 전한바 있어, 아마 이 글이 책자수록 대상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책자에 올리고 싶다면 서둘러주십시오. 물론 카페에 올려 공유 공감하는 회고의 회고특집 게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주(註) 편집위원 김명수-
회고, 용사들은 자존감을 알아줄 때
자랑스러운 군인으로 거듭난다!
-군단 선봉 특공대대장의 경험에서-
최주영
▲ 서 언
장교로 임관한 우리들의 역할은 우리 군이 강군이 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용사들이 자랑스러운 군인으로서 유사시 적과 싸워 이기는 군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중대장도, 대대장도 창설부대에 보임이 되었는데 중대장은 창설 특전여단 중대장으로, 대대장은 창설 특공연대 대대장으로 보임이 되었다.
창설부대자원들은 여러 부대와 신병훈련소 등에서 선발된 자원이라는 자긍심도 있고 혈기까지 왕성하다보니 새로운 부대에서 자존감을 내 세우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원들을 창설부대에 맞는 멋진 용사로 거듭나도록 정성을 다하니 결국엔 창설부대의 멋진 특전·특공 용사요, 자랑스러운 군인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게 만든 요인 중 핵심은 무엇일까 ?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생명을 바친다’고 했듯이 바로 용사들 누구나 갖고 있는 자존감, 그 자존감을 알아주는 마음관리였다.
▲ 본 문
< 특전중대장 시 / 7공수특전여단 35대대 12지역대 7중대장 >
1974년 고군반 수료 후 7공수특전여단 창설(여단장 준장 정호용)시 중대장으로 부임했다. 부임 후 첫 과제는‘어떻게 해야 여러 부대에서 충원된 용사들을 멋진 특전부대원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가?’였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모든 용사가 갖고 있는 자존감을 살려주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실천 방법은‘칭찬’해주는 방법을 적용했다. 간부들이 교육훈련과정에서 용사들이 잘하는 종목이 있을 때마다 잘하는 용사를 앞에 세워 박수를 쳐주면서 그 시간에는 피교육생이 아니라 교관을 돕는 조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예, 태권도 시간에 유단자는 조교 역할 담당)
대부분 용사들이 한 종목 이상 칭찬과 함께 자존감을 인정받으며 조교역할을 하게 되었고 어떤 분야도 잘 하는 게 없는 소수 용사들에게는 다른 분야의 장점을 찾아서 자존감을 세워 주었다.(예, 환경미화담당 조교 등)
그 효과는 대단히 컸다. 어떤 효과일까?
① 자존감 인정은 용사들 마음을 밝게 하여 신바람이 일어나게 하였다.
② 신바람은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이는 저절로 위계질서확립으로 이어지고 서로 아껴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발전하였다.
(예, 창설초기에 기 싸움을 심하게 하던 두 명의 부사관 A, B가 있었다.
A는 특전부대 출신 태권도 유단자였고, B는 일반부대 출신인데 야구선수 경험으로 수류탄 등 던지기 고수였다. 이들 중 A는 태권도 조교로 B는 던지기조교로 자존감을 인정받으니 이후 상호간 대화분위기부터 바뀌었다.“태권도 고수님 한 수 지도 부탁해요”,“던지기 고수님 나도 한 수 부탁해요”라고 하면서 따뜻한 정으로 어우러지는 것이었다.)
③ 신바람은 열성적으로 전투기량을 숙달하고 지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적극적으로 전투기량 숙달에 임하면서 저조자는 배우고 우수자는 지도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➃ 용사들이 전투기량을 숙달하여 향상되자 어떠한 임무든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비의 날개 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라는 말이 있듯이 용사들의 자존감을 알아주는 것은 조그만 일이지만 결국 용사들이 열성적으로 전투기량을 숙달하게 만들어 자랑스러운 군인으로 변모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여건이 되자 어느 날 중대행정관 역할을 하는 부사관(중사 이순길)이 중대원들의 분위기를 보고한다.“중대원들이 중대장님과 함께라면 지금 당장 사지(死地)에 임무가 있더라도 기꺼이 가겠답니다”라고 한다.
내 마음속에서 감사의 뜨거운 감정이 솟구쳤다.
이 무렵(1976년 봄) 여단에서는 사격 한 종목만 측정을 하는 전투력측정계획이 시달되었다.
사격측정 방법은 M-16 소총으로 200M 사거리의 E표적 위에 A표적지(10, 9, 8, 7.. 점수가 있는 표적지)를 붙여 놓고 1인당 10발씩 사격(엎드려 쏴, 앉아 쏴 각 5발씩)을 해서 나온 점수로 평가를 하는데 이때 7점 이하 점수는 인정하지 않는다. 측정대상은 여단 4개 대대의 12개 지역대로 각 지역대의 대표중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35대대 12지역대에서는 우리 7중대가 대표로 측정 받았다.
여단 측정을 앞두고 대대장님(중령 정태진)은‘정신 집중’을 강조하시고 지역대장님(소령 이덕중)은‘믿는다’라며 큰 지휘관심을 보내 주신다.
나는 중대장으로서 2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준비를 하였다.
하나는 사격훈련이고, 또 하나는 사격자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먼저 사격훈련은 조금이라도 미흡한 용사에 대해서는 우수자가 1:1로 집중 지도를 하면서 저조자의 사격자세 전반을 꼼꼼히 확인하여 조준선 정렬부터 격발 시 호흡조절 및 격발요령 등 잘 못 된 고벽(痼癖)과 부진 원인을 찾아 바로 잡아주어 숙달되도록 하였다.
다음은 사격자의 마인드 컨트롤인데 특히 사격종목은 자신의 감정, 마음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중대원들이 어떤 임무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하나 더 추가하여 필승의 신념과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니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중대원들에게 일깨워 준 것은 신념이란 자신이 꼭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마음에 새기는 것으로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짧은 글로 만들어 자나 깨나 그 소망을 기도하는 자세로 마음에 새기면 기적처럼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사례가 많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 내용은 책‘신념의 마력’(클라우드 브리스톨 저) 주요내용을 전해준 것인데 중대원들이 공감하며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이다. 이에 용기를 얻어 중대원들의 동의를 받아‘내가 쏘는 실탄은 표적 중앙에 명중 한다’라는 신념을 정하여 내무반에 크게 붙여놓고 약 1개월 후 측정 시 까지 매일 아침 전 중대원들과 함께 마음에 새기는 기도를 하고 일과를 시작하였고 사격훈련을 할 때도 마음에 새기도록 노력하였다.
드디어 사격측정일 당일이다. 우리 중대원들은 측정을 기다리는 시간과 사격을 하는 순간에도 계속 신념을 마음에 새기며 사격을 하였다.
1주일 후 사격결과에 대한 시상식을 하는데 성적이 우수한 지대와 개인에게 상을 준다. 먼저 지대 시상에서는 우리 중대 3개 지대가 모두 상을 받았다. 이어서 개인 시상을 하는데 그 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
“1등, 35대대 12지역대 7중대 상병 오광택, 99점
2등, 35대대 12지역대 7중대 병장 강예식, 병장 여영백 이상 2명, 98점
3등, 2등이 2명이므로 3등은 없으며 이상 사격우수자 3명에게는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포상휴가증이 수여됩니다“ 라고 한다.
이들 3명이 모두 우리 중대원들이다. 성적 우수도 기쁘지만 중대원들의 열성적인 노력과 필승의 신념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 것과 이제 진정 특전부대원의 길로 들어선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다.
< 특공대대장 시 / 5군단 705특공연대 1대대장 >
1982년 5군단 705특공연대가 창설(연대장 대령 윤종호) 시 나는 공수특전여단 대대장 요원에서 특공대대장으로 선발되어 창설요원으로 부임했다.
우선, 창설요원으로 충원된 용사들의 관리에 관심을 가졌다. 중대장 때의 경험을 되살려 중대장·소대장들과 함께 창설 초기부터 대대 각개 용사들의 장점을 찾아 칭찬을 통해 자존감을 알아주는 방법으로 관리를 하니 빠른 시간 내에 신바람 나는 분위기로 적극 교육훈련에 임하였다.
다음, 특공부대원으로서의 교육훈련은 부대훈련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창설요원들은 창설초기부터 특공요원다운 기본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가? 가 고심이 되었다. 특공용사는 어떠한 임무도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기민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강한 훈련에 숙달되어 있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대대연병장에 특공장애물훈련장을 설치하여 대대원들은 중대장 책임 하 매일 아침 한 바퀴를 돌고난 뒤 특공무술 훈련 등 일과를 진행토록 했다. 처음엔 서툰 동작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어 하던 대대원들이 매일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난코스의 장애물훈련장을 원숭이처럼 잘도 오르고 내리며 동작도 기민해졌다. 이렇게 되자 대대원들이 어떠한 훈련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창설 이듬해인 1983년 6월, 육군참모총장님(대장 황영시)께서‘창설된 특공부대의 현장을 보고 싶다’시며 1주일 후에 우리 연대를 방문하신단다. 이에 나는 연대장님께 참모총장님을 우리 1대대에서 모시겠다고 건의 드려 승인을 받고 우리 대대의 훈련모습을 보여드렸다.
참모총장님을 위시하여 3군사령관님(대장 정호용), 5군단장님(중장 오자복) 등 여러 귀빈을 모시고 우리 1대대의 평상시 훈련모습인 특공장애물 통과, 특공무술, 참호격투 등을 차례대로 보여 드렸다. 맨 첫 코스에서 단독군장을 한 용사들이 특공장애물을 원숭이처럼 오르고 내리며 통과하는 훈련모습을 보시더니참모총장님께서는 훈련하는 용사들을 가리키며“내가 바로 특공부대원들을 저렇게 만들라는 거야 ~”라고 하시며 매우 흐믓해 하시었다. 이어 특공무술, 참호격투장에서도 무척 기뻐하시며 크게 치하의 말씀을 해주시었다.
참모총장님은 우리 705특공연대를 방문한 뒤 다른 특공연대를 방문하셨는데 그 곳에서는 만족함이 덜 하셨단다. 이후 육본에서는 어떻게 하면 전 군단 특공연대를 5군단 705특공연대처럼 만들 수 있는가를 연구한 끝에 짧은 시간에 수준을 상승시키는 방안으로 결정한 것이 전 군단 특공연대 전투력측정이었다. 여기에는 측정결과 1등한 특공연대에는 상금 1,000만원까지 걸려 있었다.
(전 군단 특공연대 전투력측정)
결국 육본에서 전 군단 특공연대 전투력측정계획이 시달되었다. 측정방법은 육본 감찰감실에서 전 군단 특공연대를 순회하면서 측정을 하며 순번은 추첨으로 결정하는데 우리 705특공연대가 1번이었다. 그래도 연대장님을 위시하여 대대장들과 전 장병은 우리 연대 때문에 생긴 측정이므로 부대 명예를 걸고 전력투구 준비하여 측정을 잘 받기로 다짐하였다.
측정준비 중 3군사령부에서 중간점검 겸 예비검열이 있었다. 우리 1대대가 점검받는 종목 중 60미리 박격포 사격이 있었기에 대대장도 포사격장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평소 신념을 새기듯 대기 중인 포사격요원을 비롯한 10명 가까운 대대원들이 모여 원을 그리고‘우리가 쏘는 포탄은 표적중앙에 명중 한다’라고 사격전에 잠시 신념을 새기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포사격을 했는데 첫발이 둥근 표적 중앙에 명중을 했다. 3군 검열과장이 큰 소리로‘명중’이라고 외치며 “60미리 박격포가 이렇게 중앙점에 명중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사격할 수 있는가..”라고 말씀하시기에 또 사격하니 2번 탄도 또 표적 중앙에 명중이다. 60미리 박격포는 포판의 움직임 때문에 계속 명중이 어려운데도 명중한 것이었다. 이를 본 3군 검열과장은 육본 측정준비가 잘 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흐믓해 하였다.
드디어 육본 감찰감실에 의한 전 군단 전투력측정이 실시되었다. 결과는 우리 705특공연대가 1등을 하였고 상금도 1,000만원을 받아 연대 전체가 소를 잡아 큰 회식을 하였다.
연대 전원의 회식이 끝날 무렵 군단장님을 모시고 연대장, 대대장 등 연대간부들도 회식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군단장님은 우리 705특공연대가 육본측정에서 1등한 것을 크게 치하하시면서 하나의 제의를 하신다.“우리 군단 특공연대가 전 군 특공연대 중 1등 연대임이 확인 되었다. 자랑스럽다. 그런데 군단장 입장에서는 특공연대 4개 대대 중 어느 대대가 1등인지 궁금하다. 바로 그 1등 대대는 전 군 1등연대의 1등 대대이니 전 군 최고의 특공대대 아니겠는가.. 대대장들, 1등 대대를 가리는 전투력측정을 한 번 더 해볼까?”라고 주문을 하신다.
이 제의에 대대장 4명은 흔쾌히“네, 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다.
그래서 4개 특공 대대에 대한 군단전투력측정이 또 다시 시행되었고 그 결과는 우리 1대대가 1등을 하였다. 군단장님의 말씀대로 전군 1등 특공연대의 1등이니까 우리 대대는 전군 1등 특공대대의 영예를 얻은 것이다.
이렇게 전투력측정에서 최 상위 평가를 받고 보니 대대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하였다. 이는 곧 우리 대대원들이 훌륭한 특공요원으로 평가를 받은 것이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특히 중대장, 참모들을 비롯한 대대 간부들로부터 시작하여 말단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상호간 자존감을 알아주고 지켜주는 분위기가 원동력이 되어 결국엔 모두가 인정하는 군인다운 군인, 자랑스러운 군인으로 변모한 것이니 참으로 큰 보람을 느꼈다.
▲ 결 언
자랑스러운 군인은 적과 싸워 이기는 군인이 되어야 한다. 손자는 모공편에서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 즉 ‘상하가 같은 목표를 향하여 혼연일체가 되어야 이긴다’고 하였다. 용사들의 자존감을 알아주는 마음관리는 바로 상하동욕자승의 마중물과 같은 마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2021.8.10. 최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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