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21회
나 같은 경우는 신랑이 문제가 많았어요.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된 사실이
었지만요. 전과자였어요. 그리고 다시 들어갔고요. 그러고 보니 들어간 지 벌써 오년은
되었네요. 큰 사고를 쳤거든요. 처음 몇 번은 제가 참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넘어
갈 수 없어서 남편이 감옥에 들어간 후 곧 이혼을 하고 말았지요. 지금은 오히려 편해요.”
“그럼 왜 저분은 결혼을…….”
“못 들으셨나요? 아버지와 선생님의 이야기를.”
“아! 그건 들었어요.”
“아마 그것 외에도 또 다른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남자를 모른다는 거
예요. 물론 그 이유를 내게 말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요.”
그는 그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이가 삼십 대 후반은 되
었을 텐데 남자를 모른다는 말이 생소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못 믿으시겠지만, 하긴 나도 확인 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번 내게 말했어요. 자신이 남자
에게 팔짱을 낀 것이 선생님이 처음이라고요. 그 날 무척이나 흥분해 있었지요. 참 좋았다고
하면서 목이 많이 말랐는지 맥주 한 컵을 그냥 마셔버렸으니까요. 선생님께 팔짱을 꼈던것이
무척 긴장된 일이었나 봐요. 그래서 그 때 느꼈지요. 쟤는 정말 남자 경험이 없는 처녀라고,”
그녀는 엎드려서 잠이 들어 있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코를 골면서.
“아! 시간이…….”
그는 시계를 들여다본다. 벌써 열두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어머! 그러네요.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그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집을 모르니 집에 데려다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의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
이었다. 그는 모텔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었다. 하긴
그녀가 처녀이든 아니든 혼자인 몸이고 자신 역시 혼자이니 혹시 생각하지 않은 다른 일이 벌
어진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고 또한 그녀가 그를 생각하는 것이나 그가 그녀를 생각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섰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하긴 지난번에는 아내와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와 교제를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기도 했었다. 어쩌다 한 번 장모님이 전화를 해서 아직도 혼자냐고 혀를 끌끌 차는 소리를 듣
기도 했다.
“얘는 걱정 마세요. 가게 안에 방이 있거든요. 전에도 한 번씩 자고 가곤 했으니까 괜찮아요.
나도 오늘 쟤와 함께 자게 되어서 외롭지 않게 되었고요.”
9
그는 아직 한 낮인데도 한 번씩 시계를 들여다본다. 올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오 개
월, 그는 이 날만 되면 은근히 긴장을 하면서 기대를 하곤 했다. 바로 오늘이 그녀와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물론 근무지는 알고 있었기 때
문에 전화번호를 먼저 알려 달라고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그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아니 알려주지 않으려 하기 보다는 그가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지난 오 개월 동안 매월 첫 날이면 어김없이 그녀가 택배로 보내주는
셔츠가 그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그 셔츠를 갈아입고 퇴근하면서 그녀의 백화점에 갔으며, 그녀는
그날만큼은 그의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고 저녁을 함께 먹고 호프집에 들렀다가 다시 언니라는
여자가 하는 포장마차에서 마무리 입가심이라며 한 잔 씩 마시고 헤어지는 것의 연속이었기 때
문이다.
첫댓글 좋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