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영 | 2018-01-02 17:07:11, 조회 : 472, 추천 : 72 | |
2107년의 마지막 날. 은수회장님과 구곡폭 등반에 나섭니다. 올해 2월 승현이 설치해 둔 스크류에 줄을 걸어 리딩연습하는 방식으로 올랐던 곳입니다. 지난 주 판대등반을 제대로 못 해 자신감은 바닥입니다. 얼음 3일 찍어보고 선등을 나서려니, 무척 긴장됩니다. 하지만 물러서기 싫습니다. 잘 할 수 있을거라 스스로 다독입니다. 쪼그라든 마음 깜짝 놀라게, 구곡폭 올라가는 길엔 눈꽃이 아름답습니다. 올라보니 구곡폭은 한마디로 인산인해입니다. 일요일엔 처음인데, 시장통같은 광경이 놀랍고 당황스럽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 갈 길은 가야지요!! 장비 차고, 심호흡하고, 소란 속에 눈치껏 출발합니다.
위에서 마구 떨어지는 낙빙을 헬맷으로, 어깨로 맞으며 올라갑니다. 주변이 너무나 산만하니 무서울 틈도 없습니다.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게 얼음과 나만 있다고 상상합니다. 그나마 가장 비어보이는 중앙부분으로 오릅니다. 중간쯤 올라오니 왜 비어있는지 알겠습니다. 낙수가 많습니다.. 눈을 못 뜨게 쏟아지는 물 앞에 초보선등자 멘탈이 흔들립니다. 우측으로 빠져나가려고 보니 뽀글얼음위로 물이 흐르고 있어, 올라서기 위험해 보입니다. 심호흡하고 낙수를 맞으며 스크류를 박습니다. 장갑도 젖고, 힘도 더 소진되지만, 위축된 마음을 바꾸기 위해 튼튼한 확보를 만듭니다. 그리고 좌측으로 올라 다시 등반 시작합니다. 물에 젖고, 등반이 길어 좀 지쳤지만 무사히 완료합니다. 어찌됐든 완등한 것이 기쁩니다. 등반자 픽스해 두고 좌측으로 하강합니다. 내려와 보니 워킹팀들이 와 계십니다. 순학선배님, 효근선배님, 한규선배님, 홍아까지.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빌레이 봐 주신 회장님이 회수를 위해 베이직등반으로 올라갑니다. 10미터 가로폭도 안되는 얼음에 깔린자가 13동 입니다. 어깨 싸움하고 갈 판입니다ㅠㅜ 저도 베이직으로 한번 더 좌측 기둥으로 등반해봅니다. 바글바글하고 시끄러운 사람들 속에 타격을 하다.. “이 구역 미친 X은 나야.”라는 예전 신원선배의 댓글이 생각나 혼자 웃습니다. 언니가 보고 싶습니다. 베이직등반 후 내려와 컵라면을 먹습니다. 간단하고 따뜻한 음식이 고맙습니다. 빨리 먹고 힘내서 좌측 한번 더 깔려고 합니다. 오늘 좀더 안정적인 리딩을 하고 마치고 싶습니다. 오후3시. 등반자들이 20%정도 빠진듯 합니다. 좌측으로 찬찬히 등반시작합니다. 처음보다 확실히 안정된 등반입니다. 오르다보니 중단이후부터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계단입니다. 등반이 거의 끝날때 쯤, 베이직 등반중이던 우측 등반자가 추락했다 저의 좌측으로 올라옵니다. 완전히 자일이 엉켰습니다. 있는 힘 다해 엉킨 자일 끌어올려 등반 마칩니다. 아~어찌어찌 별 일이 다 있습니다.. 하강하니 워킹팀은 산행 마치고 돌아와 있습니다. 회장님이 베이직으로 회수하시고,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신년산행지에 들어가 식사를 함께 하고 오려던 계획을 포기합니다. 어둠 속, 빙판길 운전이 영 자신 없어서 입니다. 인사를 드리고 먼저 귀가합니다. 1년 마무리를 함께 못해 무척 죄송합니다.
갈 길이 멀지만 오늘 등반으로 빙벽에 대한 안정감이 조금 생겨 기쁩니다. 선등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적어졌습니다.
지난 1년동안 바위와 얼음에서 빌레이 봐주신 은수선배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복 된 새 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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