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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 [시험] - 공인중개사시험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자격증 제도에 대해 #1
공인중개사가 되는데, 무슨 시험이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할 수가 없다.
1차과목은 두 과목으로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을 배우며 2차과목은 부동산 공시법(지적법, 등기법), 세법, 공인중개사법, 공법(국계법, 도개법, 도정법, 건축법, 주택법, 농지법 등) 등을 배우는 데 과목은 그렇다 쳐도 문제의 수준이 기가 막히다. 별의 별 문제가 다 나온다.
사실 공인중개사가 되는 데 그 모든 지식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속공인중개사의 자격정지는 시도지사가 내리고 중개업자의 업무정지는 시군구청장이 내린다. 이런 게 중요한가? 위법 행위의 공인중개사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은 50만원이다. 이런 게 중요한가? 주택법령상 주택건설사업의 등록을 할 수 없는 자라든가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 관한 내용이라든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령' 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한 필요적 등록취소사유라든가.. 이상은 모두 19회 공인중개사 시험문제로 나온 것들이다. 공인중개사가 되는 데 하등 관련이 없는 문제들이다. 오죽했으면 재시험을 촉구하는 서명이 진행중이며, 일간신문에 그것을 게재까지 한다고 하겠는가.
이처럼 문제의 난이도가 어려워지고 시험이 까다로워져, 자질구레한 것까지 묻는 이유는 응시자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15만명에서 17만명의 인원이 공인중개사 시험를 치러 수능 이래 제 일의 시험이 되었다. 미성년자부터 노인까지 남녀 불문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주변에 사무소들이 흔하니까 조금 만만해 보여 응시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을 적당히 합격시켜주다가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 해질 것이다.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 경쟁이 치열해져 기존 공인중개사들이 모조리 다 망할 처지가 될 터이니 시험을 어렵게 해서 적정 공인중개사 인원만 뽑도록 하는 것이다. 응시자 수가 많지 않다면, 시험을 조금 쉽게 출제해 많이 뽑으려 하겠지만, 응시자 수가 많으면 시험을 어렵게 출제할 것이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너무 많고, 시험은 너무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공인중개사가 될 만한 지식 갖춘 사람들도, 인원을 제한시키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어렵게 출제한 시험 때문에 떨어져 다시 다음 해 시험을 기약해야 한다는 게.. 이게 얼마나 시간 낭비, 돈 낭비, 인력 낭비란 말인가.
개인의 입장에서는 일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이며,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 사람의 인력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데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 낭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손해에 대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있다면, 공인중개사 강의 학원 정도.
문제가 어렵고 시험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강의를 듣지 않고는 강의 체계를 잡기 어려우며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종잡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학원을 다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동영상 강의라도 듣는 것이다. 정말 이런 거 하나 듣지 않고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인중개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격증 제도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제도를 지금보다 더 까다롭게 운영해, 다른 시험들처럼 만들어보자. 공인중개사의 지위가 다른 고시 패스자들의 지위에 버금가는 위치에 놓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는 공인중개사 시험 제도가 보다 까다로워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 글이다.)
흔히 공인중개사라고 하면 복덕방이라고 격하시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거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나 잇속에 빠른 아주머니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팽배하지만, 공인중개사의 직업 윤리와 의무는 훨씬 높아져야 하며, 그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는 얼마나 벌까? 이해하기 쉽게 한 번 살펴보자. 서울 강남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한다고 하자. 어느 한 사람이 6억 짜리 집(이제는 고급주택도 아니다. 리만브라더스 덕에 종합부동산세도 내지 않는다.)을 팔아달라고 중개의뢰가 들어왔고, 그것을 매수인을 찾아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러면 요즘 강남의 수수료는 0.5% 정도를 받으니 3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양쪽을 받으면 600만원이다. 한달에 이런 집을 다섯건 정도만 거래해도 월 수입이 3000만원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건 껌깞이다. 공인중개사가 수수료만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돈에 눈이 머는 순간 공인중개사가 돈을 벌기란 누워서 떡먹는 것 만큼이나 쉽다. 예를 들어 보자. 한 매도의뢰인이 공인중개사에게 6억 짜리 집을 팔아달라고 했고, 그 중개의뢰를 받은 매물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공인중개사는 팔려는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 그리고 지금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느니, 물건을 찾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느니 하는 말들을 잔뜩 늘어놓은 다음에 덧붙인다. 가격을 조금만 낮추시면 제가 어떻게든 팔아보겠습니다.
본래 물건을 팔려는 사람은 마음이 급한 법이다. 현금이 급하게 필요할 수도 있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 귀가 얇아지게 되고 마음이 쉽게 흔들린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으면 마음이 흔들려 결국 5% 내려 5억 7천만원에 팔기로 합의를 한다. 그러면 공인중개사는 5억 7천만원으로 명의를 잠시 이전했다가, 그것을 이미 찾아놨던 매수인에게 6억원에 판다. 수수료 600만원(3천만원 내렸으므로 조금 줄어들거다) 과 별도로 3천만원의 부수입이 생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사실 매도인의 사정을 잘 아는 공인중개사가 물건을 직접 사고 파는 것은 공인중개사법에 어긋나는 행위(직접거래 금지)로 과중한 처벌이 따르지만, 나쁜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의 친인척을 동원해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기본적인 윤리를 갖춘 자가 공인중개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인중개사의 자격 요건은 현행보다 대폭 강화하고 중개수수료율 또한 대폭 상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개수수료율은 과거 동네 복덕방에서 출발한 그 조악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들에 비해 중개수수료율이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개수수료율을 보다 선진국형으로 인상해 현실화하여 공인중개사들의 지위를 높여야 공인중개사들 또한 자신들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정도 설명을 통해 이제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윤리성과 의무를 갖추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을 거다. 이제 공인중개사 자격 요건을 더 까다롭게 만드는 일이란 쉽다.)
현재 공인중개사 시험 제도는 문제점이 많은데,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험이 절대 평가라 1차 과목(부동산학개론, 민법) 평균 60점 이상, 2차 과목(공시법, 공인중개사법, 공법) 평균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해에만 합격자가 1만 명 이상이 무더기로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1만 명이라는 공인중개사가 자신의 시·군·구에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리면 동네 편의점 보다도 많아져, 밥그릇 싸움이 너무 치열해진다. 그러면 공인중개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갖은 명목으로 중개수수료를 받으려 할 것이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도 서슴없이 저지를 것이다. 애초에 공인중개사 시험의 합격 인원을 정하여 차츰 차음 공인중개사 인원을 조절해나갈 필요가 있다.
매해 합격 인원을 조정하여 현행의 1/10 정도로 줄여야 한다. 훨씬 능력있는 공인중개사들이 배출될 것이다. 또한 인성을 갖춘 공인중개사를 양성하기 위하여 공인중개사 전문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대학교 관련 학과 졸업 후 2년 정도의 코스로 공인중개사로서의 인성과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특히 판례와 유권해석과 같은 실무 사례들 또한 함께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과정 수료 후에는 다시 2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매매계약서 한 번 써본 적 없는 사람이 자격증 한 번 땄다는 걸로 곧장 중개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사무소에서 2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쌓아야 보다 실력있고 안전한 거래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위의 내용처럼 공인중개사 시험제도를 바꾼다면, 아마 공인중개사 수수료는 10배 이상 올라갈 것이고, 수입 또한 년간 수억원 이상 될 것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격증이 될 것이다. 응시자수도 엄청 많아질테고, 학원가가 형성되고, 새로운 고시촌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공인중개사가 되는 사람은 인생의 성공 가도를 걷겠지만, 떨어지는 사람은 수년 동안 시험에 매달리다 결국 인생의 황금기를 다 놓치고, 시험마저 포기해 패배자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가? 끔찍한 세상이며, 말도 안되는 일이지 않는가? 매매자 보호라는 명목하에 공인중개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떤한 요구들이 행하여지는지 보았는가? 위의 요구사항들이야 물론, 본인이 마음대로 지어낸 사항들이지만 (앞으로 실제로 이런 요구들이 행하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요구들이 실제로 버젓이 실시되고 있는 곳들이 우리 곳곳에는 너무 많다.
바로 사법고시, 행정고시, 수능시험, 세무사, 법무사, 변리사 등과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직업군이라 불리는 곳들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논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