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 ‘복지관 안’에서 이뤄지는 경로식당
지금 운영하고 있는 복지관 경로식당 사업을 당장 그만두고
지역사회에 나가 이루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복지관 경로식당을 그냥 어르신 전용 식당처럼,
저렴한 가격의 식당처럼 운영한다면 일반 식당과 무엇이 다를까요?
혹은 비슷한 경로식당을 운영하는 교회, 봉사단체 등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특히 한 동네의 영세한 식당과 경쟁할까 조심스럽습니다.
따라서 복지관에서 직접 경로식당을 운영한다면, 이 역시 사회사업가답게 운영합니다.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당사자의 자주성을 생각합니다.
즉 경로식당 이용 어르신의 주체와 역량을 생각합니다.
경로식당이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의해 식사복지가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a. 당사자가 통제·조정하여 운영하는 경로식당
복지관 경로식당 운영의 좋은 예가 있습니다.
부천의 한 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이 식단을 계획하고, 조리하고, 배식하면서
어르신은 그냥 오셔서 드시게만 하지 않았습니다.
되도록 어르신이 경로식당 운영에 참여하시게 거들었습니다.
다음은 그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3년간 경로식당을 운영하면서 가능하면 조리 활동하시는 어머님들의 역할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도 무료급식을 통해서 역할을 가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몇몇 분은 개인적으로 만나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했습니다. 모든 어르신을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몇몇 분이라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르신께 어떤 것이 좋은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여쭈어서 조리사님께 귀띔도 했지요. 그렇게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사업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렇게 식생활을 하시도록 했습니다.
경로식당 사업을 하면서 아직도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이곳이 어르신들의 소통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왕 식사하러 오셨으니 옆집 어르신들과 담소도 나누시고, 서로 어려운 한탄도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나누시다 보면 그 안에서 나름대로 해결방법도 찾으십니다. 서로 돕고 돕는 관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제가 무료급식을 하면서 중요시하는 점은 소통입니다. 어르신들과 사회사업가 간의 소통, 어르신과 어르신 사이의 소통, 사회사업가와 자원활동가 사이의 소통, 자원활동가와 어르신의 소통.…“
광명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의 박은영 선생님도
경로식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으로 구성된 ‘경로식당 운영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께 여쭙고 의논했습니다.
또한, 경로식당 운영의 다른 주체인 조리사, 주방 도우미 선생님께도 여쭙고 의논했습니다.
“담당인 저에게는 경로식당 개선 공사 계획안을 작성해야 하는 과제를 줬습니다. 경로식당의 일부 표면적인 문제들만 알고 있던 저로서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경로식당 이용 어르신들, 영양사님, 조리사님들 ,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10년 이상 복지관에 근무하고 계신 시설관리주임님.
이분들께 인사하면서 묻고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로식당 이용 어르신들께 오가며 만나 뵐 때마다 여쭙고 의논했습니다. 경로식당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점, 경로식당 리모델링 시 고려해야 할 점, 경로식당이 어떤 분위기로 바뀌면 좋을지 등을 여쭈었습니다. 지금 상황도 매우 좋다고 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점심이 아주 맛있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셨습니다. 100% 다 만족할 수 없지만, 불편하여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려는 어르신들께 감사했습니다.
경로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던 영양사님과 조리사님께 여쭸습니다. 경로식당 리모델링과 관련하여 계획안을 작성해야 하는데 선생님들께 먼저 여쭙고 상의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동안 경로식당 운영 상황과 잘되어지고 있는 것들, 어려웠던 점들, 지금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 어떠한 방향으로 리모델링이 되어야 할지를 조심스레 여쭈었습니다.
영양사님은 조리사님들과 논의하여 생각을 정리해보시겠다고 하셨고 경로식당에 관한 영양사님의 생각과 바라는 점들을 종종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도 시간이 날 때마다 리모델링 계획을 구실로 조리사님들을 만나 뵙고 리모델링에 관하여 계획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조리사님들과 자주 대화하면서 현장에서의 문제점들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영양사님과 조리사님과 관계하고 소통하는 구실이 자연스레 생겼고 관계가 가까워짐을 느꼈습니다. 오랜 연륜과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 속에서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10년 이상 복지관에서 근무하고 계신 시설관리주임님께도 여쭙고 의논했습니다. 주임님은 저희 복지관에 맥가이버 같은 존재십니다. 복지관 시설 및 경로식당 시설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경로식당이 어떠한 방향으로 리모델링 되어야 할지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실무자들도 중요하지만, 경로식당 이용 어르신들에게도 여쭈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해주신 말씀 잘 기록하여 계획안에 반영하겠다 말씀드렸고 이를 계기로 시설관리주임님과는 관계가 더욱 친밀해졌습니다.
경로식당 자원봉사자께도 걸언하였습니다. 경로식당 자원봉사자들은 팀으로 봉사를 많이 하시죠. 팀별로 2주간에 걸쳐 봉사자분들을 만나 뵈었고, 경로식당 리모델링과 관련하여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로식당 주방에 관해 건의할 이야기가 여럿이었는데 잘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주방시설 중 환풍시설, 개수대 배관문제, 좁은 공간 등등,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주셨습니다. 들려주신 말씀을 계획안에 잘 반영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늘 진심으로 활동해 주셔서 고맙다고 감사했습니다.
여러 분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 수정, 논의를 거쳐 경로식당 리모델링 계획안을 완성을 완성했습니다. 경로식당 이용어르신, 영양사님, 조리사님, 시설관리주임님, 자원봉사자에게 여쭙고 의논했던 이야기를 잘 정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계획안을 작성했습니다. 최종 결재 전에 도움을 주신 몇몇 선생님들께 먼저 계획안을 한부씩 보여드리고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대부분 응원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시청에 제출하기까지 한 번 더 다듬었습니다. 구체적인 예산 상황과 리모델링 도면까지 포함하여 다시 세밀한 계획안을 작성하였고 도움 주신 분들에게 보내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장님 결재와 함께 광명시에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경로식당 리모델링 계획안, 함께 하는 분들께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니 쉽게 풀렸습니다.“
“경로식당 이용어르신들 중 세치기 하시는 분, 음식 싸 가시는 분, 물 받아 가시는 분, 비속어 사용하시는 분, 몸이 불편하다고 고정 자리를 원하시는 분, 다른 어르신들과 자주 다투시는 분…경로식당 담당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경로식당을 담당하시는 어떤 선생님께서 이용하시는 분들이 고집이 너무 세서 말을 해도 안 듣는다, 그래서 화가 나고 답답하다, 때리고 싶을 정도다 는 말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 말을 쉽게 하시는 모습에 당황했습니다.
처지를 바꾸어, 누군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어떨까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을까요? 부정적인 눈으로 어르신의 강점은 아예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 건 아닌지…저도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어르신께 상황을 설명하며 여쭈니 공감하셨습니다. 아마도 10명중 6명은 이해해 주셨습니다.…
조금은 더디게 가더라도,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무모한 짓이라 하더라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저는 한 분 한 분 만나 인사드리며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싶어요. 나와 같은 존재로, 제 부모님 대하듯 여쭙고 싶어요. 어르신께도 분명 행동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어르신 중에는 그런 행동이 다른 이에게 불편을 주는지 모르셨던 분도 계실 수 있잖아요. 그러데 어르신께 묻지도 않고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 곧 경로식당 어르신운영위원회가 결성되면 경로식당 이용규칙을 어르신들과 함께 논의해서 세우고 결정하게 됩니다. 어르신과 잘 상의하면 여러 어려움이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해요.“
경로식당 이용 어르신께 여쭙는 실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다음은 군산의 한 복지관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경로식당, 그저 밥 한 끼를 드리는 곳이 아니라, 어르신께서 이용하는 곳이라 생각하니 더 마음이 갑니다. 인사를 자주 드리러 갔더니, 이제는 안 나오면 출장을 갔는지, 바쁜지 다 알고 계십니다. 이렇게 정을 나누다 보니, 경로식당에 애정이 생기고 그곳에 오는 어르신들이 반갑습니다. 이런 마음이구나!…”
부천의 한 복지관 선생님께서도 경로식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께 여쭙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어르신을 모둠으로 구성하여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셨답니다.
“저는 요즘 경로식당 간담회를 진해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전체가 모여 나누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소규모(6~7명) 간담회를 계획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조금이라도 말씀하시기 편한 자리를 생각했습니다.
다과를 함께하며 한 시간 정도 나눴습니다. 경로식당을 이용하면서 개선할 점, 경로식당에 오면 좋은 이유, 식당 이용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 분 한 분께 여쭸습니다. 또 제가 경로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르신에게 부탁고자 했던 내용도 같이 나눴습니다.
소규모 간담회를 통해 진정성으로 가지고 어르신과 대화를 통해 저의 고민을 나누고, 어르신이 마음속에 간직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
경기도의 한 복지관 선생님께서도 몇 년 전에 이런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경로식당에서) 잘 해드리는 거 나쁘지 않지요. 성공하는 거 좋지요. 이익 내는 거 좋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 어떤 마인드로 어떤 과정으로 드렸냐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아무리 잘해줘도 일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그것 또한 질책 받아야 할 것이고, 아무리 못해줘도 그 과정에 어르신의 생각과 역할이 스며들게 했다면 칭찬 받아야 할 것입니다.…
형편없는 경로식당 환경만을 보고 화를 내는 기사에 반응하기보다, 잘 되는 경로식당의 메뉴를 따라하려 하지 말고, 어르신들의 역할이 살아있고 경로식당으로 관계를 만드는 그런 가치에 집중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눈 뜨게 하려고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오늘도 움직이는 게 아닐까요?“
역시 경기도 또 다른 복지관 선생님은
경로식당 운영과 관련하여 큰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께 여쭙고 지혜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오전에 추어탕 받으러 설악추어탕에 방문하여 사장님께 인사드렸습니다. 음식을 운반하는 동안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선한 마음으로 후원해주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곧 있을 경로식당에 관하여 말씀드리면서 사장님께서 다년간 요식업 하신 일을 바탕으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서 당신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씀하셨지만, 흔쾌히 시간 내주시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기쁩니다. 곧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지요. 두부과자 2봉지를 챙겨주셨어요. 사장님의 넉넉한 마음 거절할 수 없어 감사히 먹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근처 지나갈 일이 있으면 사장님과 직원들께 인사라도 드리고 맛있는 간식 사다 드려야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웃으십니다. 자주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려 합니다.“
책 「노인이 말하지 않는 것들」에서도 식사와 관련해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드시는 식사였지만 식당처럼 메뉴판을 만들었습니다.
메뉴판에서 선택하신 메뉴로 식사하시게 거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드시는 식사이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식사가 있었지만,
그 메뉴판에는 기본 식사에 표시하는 란 외에
특별식으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한두 가지 메뉴에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드시고 싶다고 메뉴판에 표시하시면 제공했습니다.
가끔 밥 대신 라면이나 국수 먹고 싶은 보통 사람처럼 말입니다.
평생 누군가 정해진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숨 막힐 겁니다.
자기 삶을 사는 이에게 지극히 평범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내가 선택’하는 모습입니다.
이 시설에서는 이를 생각하며 도왔습니다.
복지관에 음식재료를 납품하는 곳과 수의계약을 맺기 위해 업체를 비교 선정할 때,
어르신께서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시게 거든 사례도 있습니다.
업체선정위원으로 담당자, 해당 팀장과 회계 담당자 외에
서비스 당사자인 어르신 두 분이 참여하셨습니다.
서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설명해 드렸고 역할을 잘 감당하셨습니다.
내가 먹는 반찬, 그 반찬 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은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에 참여하신 뒤 어떤 느낌이셨을까?
납품하는 음식재료를 드실 분이 선정위원이시니, 납품하는 사장님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첫댓글 경로식당..참..어렵고도 중요한 사업입니다...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진아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민하시는 바를 나눠 주시면 저희도 보태겠습니다.
지지와 격려, 자극과 도전, 지식과 지혜를 보태겠습니다.
한덕연 선생님 격려 감사드립니다. 음..선생님 격려에 용기내어 제가 생각했던 몇자 적어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복지관 경로식당 사업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보다는 늘 상시 있는 식사지원이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리고 구청에서 주는 보조금을 기준에 맞게 잘 집행하면 잘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제가 담당자는 아니어서 이런 것이지 담당자분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사업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보조금을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복지관에서 임의대로 자유로운 형태로 운영하는 데도 많은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해봐하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은 단순히 식사만 해결하려는 목적으로만 오시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중요한 일과셨습니다. 복지관에라도 안 오면 사람을 만나기 힘들고 담소도 나눌 일이 없으시다고 자주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김세진 선생님이 올려주신 글을 보면서 경로식당 운영이 복지관의 업무처리나 관리 중심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어르신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르신들의 입장이 중심이 되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게 의견을 여쭈어보면 자신들의 의견을 내시는 것을 어색해하시고 복지관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어르신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시고 그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르신들의 주인의식도 커지실 것 같고 좀 더 어깨를 펴시고 오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진아 선생님, 고맙습니다. 종종 올리시는 글 보며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요.
어르신께서 어색해하셔도, 그래서 알아서 하라고 하셔도 진지하게 여쭙는 일 외에 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제 경험에도 다시 이해하시게 설명드리고 여쭈면 대체로 잘 말씀해 주셨어요.
최진아 선생님, 잘 읽어주시고 이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진아 선생님~ 김세진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