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기장이나 부조종사, 객실사무장들의 제복 모습을 보면 선박에서의 선장이나 항해사, 기관사들의 모습과 너무나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장, 부조종사, 항공기관사들을 운항승무원이라 하고, 사무장, 보조사무장 남승무원, 여승무원들을 객실승무원이라고 부른다. 항공법 제50조는 기장을 항공기 비행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으로 항공기 안의 모든 승무원을 지휘 감독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조종사를 영어로 파일럿(pilot)이라 하는데 민항기에서는 기장을 대장이라는 뜻을 가진 캡틴(captain),부조종사는 코파일럿(co-pilot)으로 부르는데 이들이 모두 제복을 착용하고 근무에 임하는 것은 항공사의 규칙에 따른 것이지만 마음가짐을 굳게 하는 의미도 있다. 운항승무원은 슬랙스에 와이셔츠 블레이저코트를 입고 있으며 제복의 색깔이나 디자인은 그 항공사의 얼굴이 되는 만큼 다양하면서도 CI(Corporate Identity : 기업이미지 통합작업)의 일환으로 각별히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이들은 제복을 착용함으로써 특히 탑승객에게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데, 그 제복에는 외관상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규정된 표시방법이 있다. 운항승무원의 경우 블레이저의 소매와 와이셔츠의 견장에 금실로 짠 직물이 붙어 있는데 기장은 4개, 부조종사는 3개의 줄이 있고 기장이 쓰는 모자에는 금실 줄이 둘러쳐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니는데 이 가방 속에는 필수적으로 조종사면장과 매뉴얼이 들어 있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다른 게 있다면 여러 규정 관련 책자들과 매뉴얼, 방송책자 후래쉬, 필기도구, 보고서류 등이 가방 안에 들어가 있다.
기장(4줄)과 부조종사(3줄) 사무장(2줄,가운데)과 보조사무장(1줄)
우리나라의 경우 항공기 기장, 부조종사들은 군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비행기, 항공기하고만 살아왔기 때문에 고참기장들이라 해도 속칭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파가 의외로 많다. 그만큼 이들은 명예와 충성심으로 가득 차 있고 조종사라는 것을 명예스럽게 여기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장거리 코스를 다녀오면 이틀 밤을 새우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양 어깨에 붙어 있는 견장은 승객에 대한 무한책임, 조종사로서의 프라이드와 권위,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이고 올곧은 자세는 소명의식의 표현이라고 여기고 있다. 고참 기장의 연봉이라야 1억원 남짓,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의 1달치 수입도 안 되는 액수지만 그래도 그들은 명예에 사는 사람들이다. 반듯하게 차려 입은 제복-이것은 조종사 본인의 얼굴이자, 항공사의 얼굴,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거대한 비행기를 움직이는 하늘의 사나이긴 하나 닭장이라고 불리는 한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막중한 책임감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토록 난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외로운 직업”도 없을 것이다. 조종사라도 훈련생 신분일 때는 제복에 금실은 1줄 밖에 없다. 그로부터 수년간 정식 조종사가 되기 위한 공부와 훈련을 반복해야 하는데 도중에 국가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면 2줄로 늘어난다. 그리고 정식으로 부조종사로 임명되면 비로소 3줄이 되는데 이 순간이 조종사로서 최고로 기쁜 날이 된다. 금빛 줄은 그들에게 있어서 무한한 노력의 결정이다. 부조종사로서 10년 정도 경험을 쌓아가며 어려운 훈련을 거쳐 기장으로 승격하면 이번엔 4줄이 된다.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기장이 될 수 있었다는 기쁨과 동시에 항공기 한대를 맡는다는 무거운 책임이 아울러 부과된다. 이 4개의 금빛 줄은 “책임과 권위(Responsibility and Authority)“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칫 외국의 체류지 호텔에서 간혹 보이로 착각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행복한 착각이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나 FAA(미국 연방항공청)에서는 기장을 Captain이라 하지 않고 항공기 사령관이란 뜻을 지닌 PIC(Pilot in Command)라고 한다. 즉, 기장은 항공기에서 운항 및 안전에 있어서 법적총책임자라는 것이다. 이런 엄격한 법적정의는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나 ICAO와 FAA에서는 “조종사는 비행시간중 항공기의 안전에 있어서의 책임자”이며, 비행시간이란 “항공기가 이륙을 목적으로 자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비행종료 후 정지하는 순간까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FAA는 기장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 다름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기장은 운항에 있어서 직접적, 그리고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2) 운항중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면 규정내외의 모든 방법으로 대처한다.
(3) 전 항에서 규정을 벗어난 경우 상황종료 후 그 경위를 보고해야 한다.
ICAO나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긴급 시에는 모든 규칙을 초월할 수 있는 법적권한이 주어져 있다. 운항승무원 및 객실승무원들의 제복에 붙은 줄의 수는 항공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대략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