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훈의 하얼빈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소설가의 필력으로 묘사한 안중근의 삶이 더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읽으면서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안중근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였습니다.
당시 조선의 교구장 뮈텔주교는 안중근을 교회 밖의 인물로 여겼습니다.
당시 안중근의 주임신부인 빌렘신부는 주교의 명을 어기고 안중근에게 고해 성사를 주었지요.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은 안중근 추모미사를 봉헌합니다.
이 미사에서 김 추기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제 치하의 당시 한국교회를 대표하던 어른들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대해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여러 가지 과오를 범한 데 대해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연대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오늘 복음에서 시므온의 노래가 나옵니다.
어린 예수를 데리고 정결례에 온 마리아를 보고 시므온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35
진짜는 결국 드러납니다.
진짜가 드러나면, 거짓도 함께 드러나지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안중근의 진심이 드러나듯,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예수님 삶의 진실이 드러나듯.
오늘 우리의 진짜 삶은 언젠가 드러날 겁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