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미학입문을 아이고 어려워어려워하면서 대충 끝맺음을 하기는 했는데 뒷부분 구체적인 예술형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후 세대인들의 진전된 이론으로 읽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헤겔미학입문에서 내가 읽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헤겔(시대)의 미학은 자유를 향한 정신의 전개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헤겔이 강조했던 이념이란 개념의 개념이고(개념은 언어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헤겔이 건축, 회화나 음악에 비해 문학에 초점을 두고 이론을 전개한 것은, 정신의 전개에 따른 내면화 경향을 보이는 언어는 감각적 질료의 층을 항상 정신적인 것으로 고양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조형예술에서 묘사되는 대상의 감각성이 시의 영역에서는 상상력의 영역으로 옮겨짐에 따라 내면화를 통해서 지양된다고 합니다.
헤겔은 고전적 예술형식(고대의 건축)에 비교해서 낭만적 예술(회화와 음악)이 보다 우월한 것이기는 하지만 보다 미적인 것은 아니다고 하고, 서사시와 서정시, 드라마 등의 문학장르는 보편적 예술로 총체성의 형식이라는 것 같습니다. 대상의 감각성이 상상력의 영역에서 내면화를 통해서 지양되면서 하나의 새로운 감각적 영역인 언어적 질료의 영역이 생기는데 이러한 교체적 관계가 변증법적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관념론의 영역에서 변증법을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인가, 어쨌든 저로서는 이렇게 변증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헤겔은 영혼의 불멸성은 정신의 자유로 향한 접근이고, 자기를 근거로 하는 자아의 인식이 자유의 원리라고 했고, 연세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성경의 말씀을 학문의 지표로 가르쳤는데 이제 이란에서 비롯된다는 제2의 중동붐을 생각해보면 한류가 수출되듯이 새로운 아랍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영혼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고등학교 이후 집을 떠나 방학에도 자주 내려가지 않았던 저로서는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한달 간 직장을 쉬면서 병원간호해 드린 것이 다인데, 저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는 했는데 느낌 상으로는 고향에 계실 때하고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의 몸은 흙으로 돌아가도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나이 50이 된 시점에 내가 느끼기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몸을 받은 내 안에 아버지의 영혼이 살아계시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내가 곧 새로 태어난 아버지와 어머니인 것이지, 유교라든가 불교라든가 그런 종교에서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모르겠고 그리고 나의 이 느낌이 성경말씀에는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50이면 지천명이라는 배운 말씀을 생각해보면 내가 나 스스로 이렇게 정리해도 그럭저럭 넘어갈 만한 나의 생각이 아니겠나 합니다.
엊그제는 고3인 아이와 또 갈등을 겪고 어제는 어버이날 보내드릴 것을 챙겨서 우체국에 다녀오고, 예전에 쓰던 두꺼운 솜이불 틀어서 가을차렵이불로 만들어 온 것은 커버를 세탁해서 정리해 들여놓아야하고, 해도해도 끝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이지만 이제는 뭐,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은 할 것이 없는 시점이니 시난고난 가까스로나마 움직거리면서 새로운 날들을 보겠거니, 그렇지, 그래, 맞아, 하면서, 5월을 맞습니다.(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