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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04
씬1. 삼일빌딩 앞
(아기를 업은 강모와 미주가 함박눈을 맞으며 성모를 기다리고 있다.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들이다)
씬2. 미팔군, 의무실 안
(성모가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고...)
씬3. 동, 삼일빌딩 앞 (저녁)
(어느새 눈이 그쳐 있고...
미주가 오들오들 떨면서 잔뜩 풀이 죽인 채 쪼그려 앉아 있다. 아기를 업은 강모가 그런 미주를 안쓰럽게 보다가...)
강모 : 너무 춥다... 우리, 잠깐 어디 가서 몸 좀 녹이고 올래?
미주 : (시무룩) 싫어... 그러다가 큰오빠 왔다 가면 어뜩해...
강모 : 하루 종일 아무것두 안 먹었잖아. 밥이라두 먹구 오자, 응?
미주 : 큰 오빠 오면 같이 먹을 거야...
강모 : (발끈) 이 멍청아... 형....! (말하려다가)
미주 : (빤히 본다, 눈물 그렁한 채)
강모 : (E, 마음의 소리) 형 안 올지도 모른단 말야... 기차에서 떨어져서... 죽었을지도 몰라....
미주 : 껌껌해지는데 큰 오빠 왜 이렇게 안와?
강모 : (설득) 미주, 너 진짜 바보다... 형이 왜 늦게 오는지 정말 몰라?
미주 : 왜 늦게 오는데?
강모 : 형이 너 얼마나 보고 싶겠어? 근데 빈손으로 오겠냐?
너 좋아하는 인형이랑 과자랑... 선물 잔뜩 가져오려면 늦는 게 당연하잖아.
미주 : (얼굴 환해지며) 진짜?
강모 : 그럼..! (다정하게 어깨 감싸 안고) 넌 형한테 무슨 선물 할 거야?
미주 : 생각해보니까... 난 큰오빠한테 줄 선물이 없네?
강모 : 형이 아마 실망할 텐데...
미주 : 난 뭘 해주지? 돈도 없는데...
강모 : 형이 니 노래 좋아했잖아.
미주 : 그럼, 큰오빠 오면 노래불러줄까?
강모 : 어, 아주 신나는 걸루... 자, 저기에서 형이 선물을 잔뜩 사들구 오구 있어.
미주 : ... (그곳을 뚫어져라 보면)
강모 : 뭐해? 너두 얼른 형한테 선물 줘야지.
미주 : (입가에 미소, 벌떡 일어서서 입을 모으고) 큰오빠... 잠깐만 거기에 있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 수줍은 열아홉 살 꿈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
(미주, 마치 성모가 눈앞에 있는 듯이 앙증맞은 율동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미소 지으며 그 모습을 보던 강모, 어느덧 씁쓸하게...)
씬4. 의무실
(그 노래 소리가 이어지며... 성모, 몸을 뒤척이더니 천천히 눈을 뜬다.)
씬5. 삼일빌딩 앞
(노래가 끝나고 나면 미주, 이내 시무룩해진다. 강모, 얼른 감정 수습하고..)
강모 : 오빠가 좋은 생각이 났어.
미주 : 뭔데?
강모 : 우리, 여기 말고, 딴 데 숨어 있다가 형 오면, 짠하고 나타나는 거야. 형 깜짝 놀라게...
미주 : (얼굴 환해지며) 재밌겠다..
강모 : 형 오기 전에 얼른 가서 숨자.
미주 : (후다닥 뛰어간다) 빨리 와, 오빠...
강모 : 알았어... (이내 씁쓸해지며 가는데)
씬6. 빵집
(먹음직스런 찐빵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다. 미주와 강모가 마주 앉아 있고... 강모, 아기를 안은 채...)
강모 : 맛있겠다, 얼른 먹어.
미주 : ... (시무룩하게, 보기만)
강모 : 우리 지금 숨바꼭질 하는 거야. 형이, 못 찾겠다 꾀꼬리..! 할 때까지 넌 여기서 꼭꼭 숨어있어 돼. 알았지?
미주 : 어..
강모 : 오빠가 나가서 형 데려올게. 아기 잘 보구 있어? (아기를 건네고 나가려는데)
미주 : 오빠...
강모 : (돌아보면)
미주 : 나 여깄다고 고자질하면 안 돼?
강모 : (미소) 알았어. (나간다)
씬7. 동, 밖
(강모가 나와서 잠시 빵집 안을 들여다본다.
미주, 그제야 아기를 안은 채 찐빵을 먹기 시작하고... 강모, 애처롭게 보다가 간다)
씬8. 미팔군 내, 참모실
(조필연이 탁자를 내리치며 벌떡 일어선다. 부관1이 있고...)
필연 : 그 놈이 틀림없이 재춘이 얼굴 봤다구 그랬지?
부관1 : 예...
필연 : 나가서 알아봐...
부관1 : 네?
필연 : (버럭) 그 놈, 언제 깨어나는지 알아보란 말야..!!
부관1 : 예.. (나가려는데)
필연 : 아냐, 됐어... (서성거리며, 초조한 듯 혼잣말) 다 소용없어... (발로 탁자를 마구 걷어차며)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씩씩대는데)
씬9. 부관실
(준장실과 붙은 부관실이다. 고재춘이 한쪽에 앉아 있고, 그 앞에 미군 헌병들이 서 있다.
고재춘, 답답한 듯이 준장실 쪽을 노려보는데...)
씬10. 준장실 (Scene 10. BG Hampton’s office)
(햄튼이 액자 뒤의 비밀 금고에서 서류들을 꺼낸다. 탁자 위에 놓는데..)
CPT Michael : (in a small voice) I’m sure this room is bugged, otherwise…
(분명 이 방, 어딘가에서 도청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BG Hampton : (in a small voice) When the kid wakes up, he’ll identify the criminal…
(그 아이만 깨어나면 범인은 곧 밝혀져...
(이때, 군의관이 급히 들어선다))
Doctor : The kid’s gone! (그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BG Hampton : (놀라서 본다)
Doctor : I checked the ward, but he wasn’t there. (병실에 가봤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BG Hampton : ..!! (놀라는데)
씬11. 달리는 버스 안 (밤)
(승객들이 빼곡하다. 맨 뒷좌석... 머리에 있던 붕대를 끌러 낸 성모가 앉아있고... 차 창문이 입김으로 뿌옇다.
성모가 손가락으로 그 위에 글씨를 써보는데... 어머니.. 강모... 미주....)
씬12. 삼일빌딩 앞 (밤)
(강모가 혼자 망연하게 기다리고 있다)
강모 : (혼잣말) 형... 정말 죽은 거 아니지..? 형...!
씬13. 빵집
(손님이 없는 빵집 안... 주인 여자가 길게 하품을 하며... 미주가 아기를 안은 채 바깥을 살피고 있고...
이때, 미주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더니)
미주 : ..! (뭔가를 보고) 어? 큰 오빠다? 오빠...! (나서려다가 얼른 문을 등지며 나서지 못하고)
여자 : 니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데?
미주 : (잠시 생각하다가, 더 못 참고) 아줌마, 금방 올게요.
(미주, 아기를 여자에게 맡기고는 뛰어나간다)
여자 : 얘... 얘..! (부르다가)
씬14. 거리, 정류소 앞
(미주가 성모와 닮은 남자를 쫓아서 뛰어간다)
미주 : 오빠..! 큰 오빠...!! 오빠...!!
(남자, 버스에 올라탄다. 차장이 나와 있고... 미주가 뛰어가며...)
미주 : 언니, 잠깐만요..!!
(미주, 가까스로 버스에 타면 차장이 버스를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는데..)
씬15. 버스 안
(흔들리는 버스 안... 미주, 빼곡한 사람들을 헤치며 뒷자리로 가는데...)
미주 : 오빠.. 큰오빠..!!
(미주가 남자의 옷깃을 잡아끈다. 뒤돌아보는 남자... 성모가 아니다. 미주, 깜짝 놀라는데... 남자 의아한 듯...)
미주 : (넋 빠진 듯, 뒤돌아보며) 오빠... 작은 오빠..! (울듯이)
씬16. 빵집
(힘없이 들어서는 강모... 미주는 보이지 않고 주인 여자가 아기를 안은 채..)
강모 :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다) 제 동생, 어딨어요?
여자 : 몰라. 애기, 나한테 맡기더니 뛰어나갔어.
강모 : ..!! (뛰어나간다)
여자 : 얘, 애기 데리고 가..!!
씬17. 근처 거리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한 거리... 강모가 미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강모 : 미주야..! 이미주..!! 어딨어? 미주야...!! (불길한 느낌, 눈물이 고여 오며) 야, 이 바보야..! 숨바꼭질 끝났어..!! 얼른 나와..!!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오가는 수많은 인파들... 강모, 잠시 멍해지다가)
강모 : (울음을 터뜨리며) 못 찾겠다,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미주야..! 얼른 나와..!! 못 찾겠다, 꾀꼬리..!!
(마구 울부짖으며) 못 찾겠다 꾀꼬리..!! 미주야...!!
씬18. 삼일빌딩 앞
(급히 뛰어 오는 성모... 숨을 헐떡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성모 : 어머니..! 강모야..!! 미주야..!! 어머니...!! (소리치는데)
씬19. 미팔군, 준장실
(조필연이 문을 박차듯이 안으로 들어선다. 부관1이 따라 들어서고...
무거운 분위기로 있던 햄튼과 마이클... 고재춘이 그곳에 있고...)
필연 : 목격자가 없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이젠 뭘 어떻게 할 겁니까?
BG Hampton : ... (무겁게)
필연 : 내 말 명심하십시오, 햄튼 장군.. 이번 일로, 나 개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군인 전체의 명예를 훼손시킨 점...
똑똑히 기억해 두셔야 할 겁니다. (고재춘에게) 따라 나와...!! (밖으로 나간다)
재춘 : ... (햄튼들을 노려보다가 나가고)
햄튼, 마이클 : ... (무겁게)
씬20. 경찰서 안
(강모가 아기를 안은 채 앉아있다. 경찰이 전화중이고..)
경찰 : 이름은 이미주고.. (힐끔 강모를 보고는) 이 근처에서 잃어버렸다니깐 잘 찾아 봐.
강모 : ... (눈물이 고인 채)
씬21. 어느 건물, 계단
(멀리서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성모가 혼자 앉아있고... 눈물 고인 채, 물끄러미 가족사진을 보고 있는 성모..)
성모 : 도대체.. 어디에 가있는 거야... 어딨냐구우..!
씬22. 과수 집 농가 (아침)
(복자가 설거지한 물을 버리고 돌아서려는데 강모가 아기를 업고 들어선다)
복자 : (놀라며, 방 쪽에다가) 여보..! 여보, 얼른 나와 봐.
재수 : (방에서 나오며) 아침부터 왜 또 불러 대... (하다가 강모를 보고) 너 왜 또 왔어? 니 형 못 만났어?
강모 : 제 동생... 미주 여기 안 왔어요?
재수 : 니 동생 여기 안 왔는데? 너, 동생 잃어버렸니?
강모 : ...
(아기가 칭얼대고 있다. 복자가 얼른 아기를 들여다보고는...)
복자 : 얘, 니 동생이구 뭐구, 얼른 보건소부터 가 봐. 애기가 불덩이야.
강모 : ..!!
씬23. 보건소 안
(문이 열린 진찰실 안에 의사와 복지원 남자와 여자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모가 시무룩하게 앉아있고... 그 옆에서 염재수가..)
재수 : 너무 어려서, 여길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 같구.. 잃어버린 데서 찾는 게 빠를 거야.
강모 : ... (무겁게)
(이때, 복지원 남자와 여자가 다가온다)
남자 : 아기가 영양실조가 심하단다. 이대로 놔두면, 큰 병에 걸릴지도 몰라.
강모 : ...
여자 : 아기, 우리한테 맡겨. 아무래도, 그 방법밖엔 없는 것 같아.
강모 : 해외입양은 절대 못 보내요. 제가 키울 거예요.
남자 : 니 동생, 이러다가 죽어..! 아무리 철이 없어도 상황이 어떤지는 알거 아냐..!
강모 : ...
남자 : 저녁 때 다시 오마. 그때까지 결정 해.
(남자와 여자가 간다.
강모, 일어서서 아기에게 다가간다. 땟국물이 흐르는 아기를 물끄러미 보는 강모... 눈물이 고여 오는데...)
씬24. 참모실
(부관1이 도청이어폰을 끼고 뭔가를 적으며 도청중이다. 조필연과 고재춘이 얘기 중이고...)
필연 : 놈들이 분명 기밀문서를 다른 곳으로 옮겨놨을 거야.
재춘 : 도청이 발각되지 않는 한, 어느 곳으로 옮겨놓든,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필연 : 우리에 대한 의심을 쉽게 풀진 않을 거다.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돼.
재춘 : 명심하겠습니다.
(이때, 뭔가를 바쁘게 적던 부관1이 이어폰을 급히 빼고는...)
부관1 : 큰일 났습니다.
필연 : 또, 뭐야?
부관1 : 사라졌던 그 목격자가, 방금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필연 : ..!! 뭐?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필연, 불길한 표정으로 잠시 보다가 수화기를 든다)
필연 : 예, 조필연입니다. (굳어진 채) 알겠습니다. 곧 그리로 가죠. (무겁게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재춘 : 제가 모든 것을 떠안고 가겠습니다.
필연 : (본다)
재춘 : (결연) 저 혼자서 다 꾸민 일입니다. 혀를 깨물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반장님께 불똥이 튀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필연 : 재춘아..
재춘 : 끝까지 남으셔서... 임무를 완수하십시오.
필연 : ...!! (이를 악물며, 재춘의 어깨를 탁, 두드린다)
씬25. 준장실 (Scene 25. BG Hampton’s office.)
(성모가 당도해 있다. 햄튼이 성모에게 쪽지를 건넨다. 서툰 글씨로, ‘지금 도청 당하고 있다...’ 그 위로...)
BG Hampton : We’re being bugged. (지금 도청 당하고 있다.)
성모 : ... (메모를 보고는 굳은 채로)
BG Hampton : Can you recognize the criminal if you see him? (범인을 보면, 알아 볼 수 있겠니?)
성모 : ...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 마이클이 조필연과 고재춘을 데리고 들어선다. 조필연과 날카롭게 시선을 마주치는 성모... 고재춘, 성모를 노려보며...)
필연 : 이 아입니까?
BG Hampton : Yes.
필연 : (다가와서, 어조 부드럽게) 하늘을 우러러,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얘기 해야 한다... 알겠니?
성모 : ... (이글거리는 눈빛)
필연 : (햄튼에게) 만약 내 부하가 범인이라면... 내 스스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나와 이 나라 군대의 명예를 먹칠했으니...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하게 해주십시오.
성모 : ..!! (놀라며 고재춘을 본다)
재춘 : ... (성모를 노려보며, 모든 것을 각오한 듯, 입가에 엷은 미소)
필연 : 말해 봐. 니가 목격한 범인이.. 이 사람이냐?
성모 : ... (굳어진 채, 햄튼을 본다)
BG Hampton : ...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필연 : 어서 말해 봐... 니가 본 그 범인이.. 내 부하가 맞느냔 말이다.
성모 : ... (고재춘을 노려보다가) 아닙니다.
필연, 재춘 : ..!! (뜻밖의 대답에 놀란다)
BG Hampton: (한국말) 자세히 봐라.
성모 : 제가 본 사람은... 이 사람이 아닙니다.
재춘 : ... (놀란 채)
필연 : ... (햄튼에게) 들으셨습니까?
BG Hampton : ...
필연 : 더 이상, 이문제로 날 오라 가라 하지 마십시오. (나간다)
재춘 : ... (성모를 보다가, 나가는데)
BG Hampton : ... (의아한 듯, 성모를 본다)
성모 : ...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씬26. 동 밖, 복도
(조필연과 고재춘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오며)
필연 : (낮고 빠른 어투)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저 놈이 널 봤다고 했잖아.
재춘 : 저도, 어찌된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필연 : 못 알아볼 수도 있어. 아니, 못 봤을 거야. 저 놈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재춘 : .. (복잡하다)
씬27. 준장실 (Scene 27. BG Hampton’s office.)
BG Hampton : Are you positive? Isn’t he the guy? (정말... 저 자가 범인이 아니란 말이니?)
(성모, 대답대신 햄튼에게 받았던 쪽지를 조용히 건넨다. ‘지금 도청 당하고 있다...’
햄튼과 마이클, 그 의미가 무언지 알아채고는 서로 시선 마주치며.. 성모, 빠른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BG Hampton : We couldn’t find anything here. (이 안에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성모 : ... (뭔가 생각나는 듯)
당번병 : (E) 너 물광 낼 줄 알지? 그 군화, 확실하게 닦아놔야 돼?
- 인써트 -
(3부에서) (성모가 군화를 들고 들어서면...)
부관1 : 뭐냐?
성모 : 준장님.... 군화 가지고 왔습니다.
부관1 : 이쪽에다 놓구 가.
- 다시 준장실 -
(성모, 햄튼의 군화를 보더니 급히 쪼그려 앉아서 군화 끈을 풀기 시작한다.
햄튼, 뭔가 이상해서 군화를 벗는데...
성모, 햄튼의 군화를 살펴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군화통 안의 주걱칼로 군화 뒤축을 뜯어내는 성모..
손가락 크기만 한 도청기가 설치되어 있고... 크게 놀라는 햄튼과 마이클...)
씬28. 동, 준장실 (시간경과) (Scene 28. BH Hampton’s office.)
(미군 병사 한명이 군화를 들고 나간다. 햄튼, 슬리퍼 차림으로... 성모와 마이클이 있고...)
성모 : 아까 그자가 범인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밝히면, 부관이 혼자 다 뒤집어쓰고 말겁니다.
BG Hampton : You’re right. We won’t be able to arrest Cho. (조필연까진 잡아들이지 못하겠지..)
CPT Michael : He might be working with the CIA. (어쩌면 CIA에게 매수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BG Hampton : No, someone in the ROK government is behind this. (아니야.. 저들을 사주한 곳은 한국정부야.)
CPT Michael : Why would the ROK government try to get classified INTEL about the Vietnam War?
(한국정부가 왜 베트남전에 관한 기밀을...?)
BG Hampton : They’re about to have a presidential election, so, it’s plausible. Remember, the US and the ROK don’t
have such a ‘peachy’ relationship right now. (한국은 지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미국 정부와 사이가 안 좋은 한국 정부에서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는 일이야.)
CPT Michael : It may be true. (그렇겠군요.)
BG Hampton : He’s right. We need to get to Cho in order to end this.
(이 아이의 말이 옳아. 이번 일을 확실하게 끝내려면 조필연을 잡아 넣어야 해.)
CPT Michael : Got any idea? (방법이 있습니까?)
BG Hampton : We will use the trap that they have set up against them. (저들이 파놓은 함정을 역이용하는 거야.)
CPT Michael : You mean using a bug against them? (도청을 역이용하잔 말씀 이십니까?)
BG Hampton : (한국말) 우릴 좀 도와줄 수 있겠니?
성모 : ... (본다, 결연한 눈빛)
BG Hampton : We need a spy. Cho, Phil Yeon is going to approach you. You need to make him trust you.
(우린 스파이가 필요해. 분명 조필연이 너한테 접근해 올 거다. 우선 그 자가 널 믿도록 해야 해. 알겠니?)
씬29. 보건소 안
(아기가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옹알이를 하고 있다. 물끄러미 아기를 바라보고 있는 강모...
이때, 복지원 남녀가 들어선다. 강모, 그들을 보는데..)
남자 : 어떻게 할지... 결정은 했니?
강모 : ... (아기를 본다)
아기 : ... (방긋 웃는다)
강모 : 오늘밤만... 오늘밤만 아기하구 같이 있게 해주세요.
남자, 여자 : ... (보는데)
씬30. 인서트
(허공에 뜬 달 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씬31. 보건소 안 (그 밤)
(아무도 없는 빈 병실... 강모가 아기를 안고 물끄러미 보고 있다)
강모 : 니 이름... 이제부터 준모야.. 이준모... 엉아가 지어준 거야.
아기 : .. (강모를 보고는 방긋 웃는다)
강모 : 미안해, 준모야... 이담에 커서... 형이 돈 많이 벌어서.. 꼭 널 다시 찾을게.
형두 찾구, 미주도 찾아서 우리 네 식구, 다 같이 모여서 살자.
아기 : .. (꺄르르 소리까지 내며 방긋방긋 웃으면)
강모 : (눈물 고이고) 다시는.. 다시는 가난해서 가족들을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이 담에 다시 만나면.. 우리,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말자... 미안해, 아가야.. (아기를 안고 엉엉 운다)
씬32. 몽타주 (다음날 아침)
- 보건소 안...
아기가 복지원 여자의 품에 안긴 채 방긋방긋 웃고 있다.
강모, 아기를 보다가 만년필로 입양동의서에 아기 이름을 적어 넣는다. 이준모...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지며 이준모, 이름 위에 번진다.
- 동, 보건소 밖...
유리문 밖에 승용차가 서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강모... 남자가 강모의 품에서 아기를 건네받는다.
강모... 안타깝게 아기를 건네는데... 그 순간,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
남자와 여자가 아기를 안고 문 밖으로 나가는데... 쿵, 하는 소리처럼 닫히는 보건소 문....
강모의 귓전에 환청처럼 여전히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강모,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 나가는데...
- 보건소 밖...
뛰어나오는 강모.. 아기를 안은 복지원 사람들이 탄 승용차가 출발하고... 강모, 미친 듯이 쫓아간다.
강모 : (울부짖으며) 준모야..!! 형이 꼭 다시 찾을 게..!! 건강해야 돼..!! 아가...! 준모야..!!
(점점 멀어지는 승용차... 강모, 지친 듯이 주저앉아서 아기를 부르는데..!!)
씬33. 반포지구, 공사 현장
(‘압구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지’ 표지판이 선명하다. 모래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있고...
작업복 차림의 황태섭이 문성중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현장소장이 급히 와서 맞이하며...)
태섭 : (다짜고짜) 당신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공사 시작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절반도 못 메우면 어떡하자는 거야..!
소장 : 토사가 부족합니다.
태섭 : 한강 바닥에, 널린 게 모래자갈인데 토사가 부족하다니?
소장 : 다른 건설사에서도 무지막지하게 파내서 더 이상 파낼 데가 없습니다.
태섭 :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없으면 사와..! 돈 준거 다 뭐했어?
성중 : 전국적으로, 건설자재가 모자라서 난립니다. 특히, 토사가 제일 심하구요.
태섭 : 안되면 북한산이라도 뽑아 내..! 이거 못 메우면 우리 다 끝장이야, 알아..!!
(이때, 양복 차림의 주영국이 다가온다)
영국 : 얼른 가 봐. 조필연 소령이 왔어.
태섭 : 뭐? 그 인간이 여긴 또 왜?
씬34. 현장 사무실 안
(조필연이 와 있다. 황태섭이 먼지를 털어내며...)
태섭 : 여기까지 어쩐 일입니까?
필연 : 일전에, 내가 사두라고 했던 그 땅...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요.
태섭 : 아직 못 샀습니다.
필연 : (인상 굳어진다) 못 사다니... 돈이 없어서 못 산건 아닐 테고..
태섭 : 돈이 없습니다.
필연 : 난 분명 황사장한테 금괴를 나눠줬소. 게다가 일반인들은 손에 넣을 수 없는 고급 땅 정보까지 내줬어.
헌데, 돈이 없어서 못 사다니?
태섭 : 난 건설을 하는 사업가지, 땅장사를 하는 투기꾼이 아닙니다.
필연 : 뭐요?
태섭 : 저 공유수면만 매립하면, 서울시에서 우리한테 건설허가권이 나옵니다.
우리 만보건설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일생일대의...
필연 : ..!! (버럭, 벌떡 일어서며) 이것 봐요, 황사장..!!
태섭 : .. (본다)
필연 : 난 당신이 땅을 파든, 강을 막든, 아무런 관심이 없어. 가장 빨리,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만 하면 돼.
땅장사? 투기꾼? 벌써 배가 불렀소? 아니면, 저 매립지에다 당신 간댕이라두 묻어두고 온 거요?
태섭 : ... 저 매립지만 메워지면 돈은 충분히 벌 수 있습니다.
필연 : 당장 공사 중지하고, 그 돈으로 땅부터 사들이시오.
태섭 : 공사부터 완공시키고... 그 다음에 땅을 사겠습니다.
필연 : (노려본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당신, 내 눈밖에 나면 고달파 져.
태섭 : (지지 않고) 지금도 충분히 고달픕니다. 그러니, 제발 내 사업에는 관여하지 말아 주십시오.
필연 : 이 사람이...?
(이때, 고재춘이 들어서더니 조필연의 귓전으로 뭔가를 은밀히 전달한다. 조필연, 그 소식에 솔깃하더니..)
필연 : 한입으로, 두 번씩 말하는 거, 나 아주 싫어합니다. (본다, 눈빛) 다음에 올 때까지... 그 땅 다 사놓으세요. (나간다)
재춘 : .. (나가면)
태섭 : 망할 자식... (이를 갈 듯)
씬35. 미팔군, 참모실
(부관1이 도청기 이어폰을 낀 채 뭔가 적고 있는데... 조필연과 고재춘이 급히 들어선다)
필연 : 어떻게 됐어?
부관1 : (조용히 하라는 시늉..!! 뭔가를 심각하게 받아 적으면)
필연, 고재춘 : ... (심각하게)
씬36. 준장실 (Scene 36. BG Hampton’s office.)
(탁자 위에 군화가 놓여 있다. 성모가 와 있고... 햄튼과 마이클이 군화를 앞에 놓고...)
BG Hampton : We can’t keep this document here anymore. (문서를 더 이상 이곳에 보관할 수는 없어.)
CPT Michael : I’m going back stateside this weekend. I can take it with me.
(이번 주말에, 제가 미국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가지고 가겠습니다.)
BG Hampton : You know the importance of this document. Take care of it. (중요한 문건이니, 잘 보관해야 해.)
CPT Michael : Yes, sir
(햄튼과 마이클이 시선을 마주친다. 마이클이 군화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고)
BG Hampton : (한국말) 이젠, 모든 게 너한테 달렸다.
성모 : ....
씬37. 참모실
(조필연이 번역된 메모지를 보고 있다. 고재춘과 부관1이 있고...)
재춘 : 제가 그 문서를 빼앗아오겠습니다.
필연 : .... (생각하는 눈빛)
재춘 : 이 일은 식은 죽 먹깁니다. 하늘이 우릴 돕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필연 : 만약 이 정보가 가짜라면...?
재춘 : 예?
필연 : 저놈들도 도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햄튼이라면, 충분히 거짓 정보를 흘려서 우릴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인물이야.
재춘 : 만약 거짓 정보가 아니라면... 우린 영영 저들의 비밀문서를 손에 넣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필연 : ... (깊은 한숨)
부관1 : 이대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질 않습니까?
필연 :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게 급선문데.. 도무지 패를 읽을 수가 없으니... (고뇌하는 눈빛)
씬38. 체력 단련장 (밤)
(성모가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눈빛을 번뜩이며..)
씬39. 삼일빌딩 앞 (다른 날, 낮. 이하, 몽타주)
(강모가 물끄러미 그 앞에 서 있다. 주머니에서 가족사진을 꺼내 보는 강모)
씬40. 명동, 만보건설 앞
(만보건설 입간판이 걸려있는 건물 앞을 지나가는 강모...
건물 바로 옆 천막에서 구두닦이가 침을 퉤퉤 뱉어가며 구두를 닦고 있다. 그 구두닦이... 강모보다 두어 살 많아 보이는 박소태다.
그 천막 앞, 드럼통에 불이 지펴져 있고 구두닦이 아이들이 불을 쬐고 있다.
손님이 오자 구두를 내주고 돈을 받는 박소태. 전대에 제법 지폐가 두둑하고...
강모, 물끄러미 보다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본다. 백 원짜리 지폐 두어 장과 동전 몇 개...
강모, 잠시 뭔가 생각하는데...)
씬41. 어느 양복점 앞
(구두 통을 어깨에 멘 강모가 양복점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뭔가 부족한 듯 구두약을 손가락으로 찍어 얼굴에 쓱 문지른다. 영락없는 구두닦이의 모습이다. 그제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때, 황태섭과 주영국, 문성중이 급히 그 앞을 지나간다. 구두에 잔뜩 묻어 있는 흙먼지들..
강모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급히 따라 가는데...)
씬42. 만보건설, 사무실 안
(황태섭들이 들어서자 여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비서 : 다녀오셨어요?
태섭 : 전화온데 없었냐?
여비서 : 저녁때 사모님께서 나오신다고 하셨어요.
태섭 : (자리에 앉고) 토사는 어떻게 됐어?
성중 : 구해본다고는 했는데 여의치가 않나 봅니다. 우선은 지금 확보해 있는 걸로 공사를 진행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태섭 : 그거 갖고 얼마나 메꾼다구..! 죽겠구만 증말...
영국 : 미스 김, 구두 솔 좀 줘봐. 현장만 갔다 오면 구두가 이 모양이니...
(이때, 구두통을 든 강모가 고개를 빠꿈이 내밀며 들어선다)
여비서 : 뭐야?
강모 : 혹시, 구두 닦으실 분 없나 해서요.
여비서 : 없어, 가.
(강모, 얼른 황태섭 앞에 쭈그려 앉아 구두 솔로 구두를 문지른다)
태섭 : 뭐하는 거야?
강모 : 지저분해서 그냥 먼지만 닦아 드리는 거예요.
태섭 : 공짜라구?
강모 : 예.. 보세요. 솔질만 해두 깨끗하잖아요.
태섭 : ... (기분 나쁘지 않다, 구두를 살피는데)
강모 : (일어서서) 나중에 구두 닦으실 일 있으시면 꼭 저한테 맡기셔야 되요? 안녕히 계세요. (나가려는데)
영국 : 야, 일루 와 봐. (구두 벗으며) 가서 닦아와.
강모 : 예, 고맙습니다.
영국 : 황사장도 구두 좀 닦지 그래?
태섭 : 됐어, 닦으면 뭐해, 금방 더러워질 걸.
영국 : 저녁때 식구들하구 저녁 약속 있다며? 그 꼴로 나갈 거야?
성중 : 내꺼도 닦아 와라. (구두 벗으면)
강모 : (신나서) 예... (얼른 집어오고)
태섭 : 이것두 가져 가.
강모 : 네, 사장님...
(황태섭이 구두를 벗는데 뚫어진 양말 사이로 엄지발가락이 쑥 나와 있다)
태섭 : (양말을 보고는) 아, 망할 놈으 여편네...
강모 : 금방, 깨끗이 닦아올 게요. (신나서 나간다)
씬43. 동 밖, 거리 일각
(강모가 신나서 구두를 닦고 있다. 침을 퉤퉤 뱉어가며...
이때, 강모 앞을 에워싸는 박소태와 또래의 아이들...)
소태 : 누가 너보구 여기서 구두 닦으래?
강모 : 왜? 여기서 닦으면 안 돼?
소태 : 새끼가, 겁 대가리 없이... 여기, 내 나와바리거든?
강모 : 나와... 바리? 그게 뭔데?
소태 : 임마, 우리도 여기 자릿세 내구 하는 거야. 죽을려구 어디다가 숟가락을 디밀어?
강모 : 나, 돈 벌어야 하거든? 그러니깐 방해하지 마.. (구두 닦는데)
소태 : 귓구멍에 구두약을 처발랐나... (아이들에게) 야..!!
(아이들이 달려들더니 구두를 짓밟기 시작한다. 소태가 구두 통을 집어 들자 강모가 달려들며..!!)
강모 : 내 놔..!!
(소태, 주먹으로 강모를 후려친다. 강모, 쓰러지자 아이들이 달려들더니 마구 짓밟기 시작한다)
강모 : 내 구두통 내 놔..!! 내 구두통...
(소태, 구두 통을 가져가더니 불타는 드럼통 안으로 집어던진다. 강모, 미친 듯이 달려들지만 이미 불이 활활 타오르고...)
강모 : 안 돼... 내 구두통...
소태 : 새끼... 진작 말로 할 때 알아들어야지...
(강모, 이를 악물며 소태에게 달려든다. 아이들이 강모를 잡자 소태가 그대로 복부에 주먹을 먹인다.
강모, 명치를 맞고 기침을 해대며 쓰러지는데..)
소태 : 한번만 더 내 구역에서 얼쩡거리면... 그땐 구두통 대신 니놈을 집어 처넣을 거야. 알아? (간다)
아이들 : ... (사라지면)
(강모, 엉금엉금 기어서 구두들을 집어 들기 시작한다. 이미 찢어지고 망가진 구두들...
강모, 옷소매로 미친 듯이 구두를 닦아 보는데...
그 옆을 지나가는 남숙과 정연, 정식... 정연, 강모를 보지 못한 채...)
씬44. 사무실 안
(남숙과 정연, 정식이 와 있고... 정연, 외면하듯 차가운 표정으로...)
남숙 : 내가 얘 데려오느냐구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아니 무슨 도살장 끌려오는 것두 아니구, 식구끼리 밥 한번 먹자는데
그렇게 앙탈을 부려?
태섭 : 오기 싫다는 놈, 왜 데려와?
남숙 : 당신이 꼭 데려오라며?
정연 : 저 그냥 갈게요. 그래두 되죠?
태섭 : .. 저녁 먹구 가.
정연 : 저 빼놓고, 아빠 식구들하구 저녁 맛있게 드세요. (일어선다)
(이때, 얼굴이 엉망인 강모가 구두들을 들고 들어선다. 강모와 정연, 서로를 알아보고는 놀란다.
주영국이 구두를 보고는 얼른 빼앗아서)
영국 : 구두가 왜 이래? 다 망가졌잖아?
강모 : 죄송해요...
영국 : 마, 죄송하다면 다야? 이 구두가 얼마나 비싼 건데?
강모 : ... (눈치 보며)
정연 : ... (강모를 보고)
태섭 : 너 구두닦기 맞냐?
강모 : 오늘.. 처음이에요.
태섭 : 구두도 못 닦는 놈이 구두닦이 행세하는 거, 그거 사기야 인마.
강모 : ... 죄송합니다.
태섭 : 너, 구두 값 다 물어내.
강모 : 저... 돈이 없어요.
태섭 : 없어? 그럼 할 수 없지. 미스리, 경찰서에 신고 해서 이 놈 잡아 가라구 그래.
강모 : 앞으로 구두 값만큼 매일 구두 닦아 드릴게요.
정연 : ... (보기만)
강모 :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태섭 : 이젠 하다하다 별게 다 속을 썩이네.. 보기 싫어, 인마. 얼른 나가.
강모 : ... (힐끔, 정연쪽을 보고는 꾸뻑 인사하고 나간다)
태섭 :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정연 : 저도 집에 갈게요. (나간다)
남숙 : 얘, 정연아?
태섭 : 내버려 둬. 우리끼리 밥 먹어.
씬45. 어느 골목 안
(전봇대 옆에 연탄재들이 쌓여있다. 강모, 악에 바친 표정으로 연탄재들을 마구 짓밟아 으깨더니 비닐봉지에 쓸어 담는다.
강모가 막 돌아서는데 정연이 그 앞에 서 있다. 강모, 여전히 분기가 서린 눈초리로 보다가 외면하듯 지나가려는데...)
정연 : (새침하게) 니네 엄마는?
강모 : ..! (멈추고 본다) 돌아가셨어.
정연 : ... (본다)
강모 : 나, 그렇게 불쌍하게 안봐두 돼. (가려는데)
정연 : 불쌍한 걸 어떻게 불쌍하게 안 봐?
강모 : .. (본다)
정연 : 엄마두 없이 구두닦이나 하구 있는데.
강모 : (어금니를 깨문다) 너, 재수 없는 거, 여전하구나.
정연 : 너두 여전해. 싸가지 없는 거..
강모 : 너랑 지금 말싸움 할 기분 아니거든? (가려는데)
정연 : (팔을 잡는다)
강모 : .. (보면)
정연 : (주머니에서 이천 원을 꺼내서 건넨다) 받아. 그때, 지갑 잃어버려서, 너한테 못준 돈...
강모 : ... (보면)
정연 : 왜? 자존심 상해서 못 받겠니? 그럼 관둬. (도로 집어넣으려는데)
(강모, 정연의 손을 낚아채듯 잡더니 그 손에 있던 이천 원을 빼내 갖는다.
강모, 정연을 노려보더니 가버리고... 정연, 그런 강모를 보는데..)
씬46. 구두천막
(박소태가 아이들과 낄낄거리며 구두를 닦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강모.. 소태, 웃다가 강모를 보고는 뭔가 이상한 듯)
소태 : 어? 저 자식...?
(그 순간, 강모가 연탄재가 든 봉지를 천막 안에 확 뿌리더니 소태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다.
아이들이 강모를 잡아 끌어내면 박소태, 강모를 짓밟으며 마구 때리는데..!!)
강모 : (얻어맞으며) 내 구두 통 물어내.!! 내 구두 통...!!
(일각에서 정연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놀란 표정으로...)
씬47. 골목 안
(박소태와 아이들이 축 늘어진 강모를 끌고 오더니 내동댕이친다. 연탄재를 끌어안고 쓰러지는 강모...)
소태 : 너... 진짜 한번만 더 내 눈에 보이면, 그땐 어디 한군데 병신 될 줄 알아. (침을 탁 뱉으며 돌아선다)
아이들 : ... (돌아가고 나면)
(강모, 어기적대며 일어선다. 입가에 묻은 피를 쓰윽 닦아 내더니 눈앞에 있는 연탄재를 양손에 하나씩 든다.
독기어린 눈초리로 돌아서는데 정연이 그 앞을 가로막으며)
정연 : 그만 해..!
강모 : 비켜...
정연 : 그깟 구두 통, 내가 사주면 되잖아.
강모 : 니가 뭔데? 내 구두 통, 저놈들이 박살냈어.
정연 : 그렇다구, 이게 뭐야, 미련하게..! 너만 다치잖아.
강모 : 나.. 엄마 아버지 죽고, 내 형, 동생들, 다 잃어버렸어. 더 이상 잃을 것두, 다칠 것두 없어.
(강모, 연탄재를 든 채 뛰어 나간다. 정연, 안타깝게...)
씬48. 구두천막
(박소태와 아이들이 연탄재로 엉망인 천막 안을 수습하는데... 이때, 한 아이가 강모를 보더니...)
아이 : 저, 저놈이..
소태 : ..? (뒤돌아보는 순간)
(강모가 연탄재로 박소태의 머리에 냅다 후려치더니 달려든다. 뒤로 넘어가는 박소태와 강모... 아이들이 달려들며..!!)
씬49. 골목 안
(강모가 털썩 쓰러진다. 얼굴이며 입술이며 모두 깨지고 터져 있다. 박소태가 그 앞에 나서며)
소태 : (헐떡거리며) 얼마든지 와봐, 이 새꺄... 나, 이 박소태.. 너 같은 꼴통새끼, 열명두 더 골로 보냈어.
(박소태와 아이들이 돌아간다. 강모, 기진맥진 한 채 벽에 기댄 채...
이때, 그 앞에 다가와 서는 정연...
강모, 옆을 보면 각목이 떨어져 있다. 손을 뻗어 힘겹게 각목을 집어 드는데 정연이 그 손을 잡는다)
정연 : 제발 이제 그만 해.
(강모, 정연의 손을 툭 뿌리치더니 각목을 지팡이 삼아 일어나려고 바둥댄다. 그러나 이내 툭 꼬꾸라지고...)
정연 : (울먹) 멍청아..! 너, 이러다가 죽는다구..!!
강모 : ... (기진맥진. 더 이상 힘이 없다)
씬50. 국밥집 (밤)
(얼굴이 엉망이 된 강모가 허겁지겁 국밥을 먹고 있다. 정연이 그 앞에서 물끄러미 강모를 보고 있고...)
강모 : (먹으며) 기분 나빠, 쳐다보지 마.
정연 : 내 기분은 좋은 줄 아니?
강모 : ... (먹으면)
정연 : 꼴통새끼...
강모 : ..! (먹다가 보면)
정연 : 아까 걔가 너보고 그랬잖아, 꼴통새끼라구. 너, 진짜 꼴통 맞아. 바보에다가 멍청하구, 고집불통이야.
강모 : ..! (숟가락을 탁 놓더니 일어선다)
정연 : 어디가게?
강모 : 나 아직 일 안 끝났어.
정연 : (놀라서) 걔들한테 또 가게?
강모 : 밥 잘 먹었다. (나간다)
정연 : 야..! 야, 이 꼴통아..!!
씬51. 구두천막 (그 밤)
(박소태가 안보이고 아이 한명이 드럼통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다가가는 강모, 구두 한 짝을 집어 들더니 냅다 그 아이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아이가 나자빠지는데...
이때, 박소태와 다른 아이들이 낄낄대고 다가오다가...)
소태 : 어? 저 자식?
(박소태와 아이들이 다가오자 강모가 드럼통에서 불에 타고 있는 각목 하나를 끄집어 든다.
구두가 잔뜩 있는 천막 쪽에다가 갖다 대며)
강모 : 어느 놈이든 오기만 해 봐..!! 여기 다 불태워버릴 거야.
소태 : 너... 그거 안내려 놔?
강모 : 내 구두통 내 놔...
소태 : 너, 정말... 나한테 죽고 싶냐?
강모 : 어디 한번... 니들두 죽고 나두 죽구... 다 같이 죽어보자...
(강모가 있는 힘껏 천막 쪽으로 드럼통을 걷어찬다. 불이 활활 타오른 채 뒤뚱거리는 드럼통...
아이들, 화들짝 놀라며)
소태 : (놀라서) 야, 야..? 하, 하지 마, 임마...!
강모 : 왜? 남의 구두 통은 불살라버리더니... 니들 천막 불타는 건 무섭냐? (다시 냅다 드럼통을 걷어차면)
(드럼통이 쓰러질 듯이 흔들거리고..)
소태 : 자, 잘못 했어... 제발 하지 마..!!
강모 : 잘못 했어?
소태 : 어,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그것 좀 차지 마... 거기 불나면 우리 다 거지 돼, 임마.
강모 : 내 구두통 내 놔...
소태 : 알았어. 내가 새 걸루 내줄테니까 제발 그만해.
강모 : 그리구, 이제부턴 나두 이 골목에서 구두 닦을 거야.
소태 : 뭐? 하, 저 꼴통새끼...
강모 : 싫어? 싫으면 우리 다 같이 거지 되던가.. (냅다 드럼통을 걷어차면)
소태 : 아, 알았어. 여기서 장사 해. 괜찮아. 실컷.. 실컷 닦아...
강모 : 나 자릿세 같은 거 못 내거든? 그런 줄 알아.
소태 : 아, 지독한 새끼... 내가 어쩌다가 저런 놈을 건드려서... 그래, 알았다. 니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줄테니깐.. 이제 그만 나와.
강모 : 진짜지?
소태 : 나두, 사내야 인마. 얘들이 다 보구 있는데, 공갈치겠냐?
(강모,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불타는 각목을 드럼통 안에 꽂아 넣는다.
박소태가 다가와서 강모를 노려본다. 강모, 지지 않고 노려보는데..)
소태 : 나, 박소태다. 넌?
강모 : 강모... 이강모...
소태 : 이것저것 다 복잡하니까 그냥, 너 내 밑으로 들어와서 일해.
강모 : 니 밑으로 들어가는 건 싫어. 동업해.
소태 : 뭐? 동업?
강모 : 같이 벌어서 같이 나누는 거야.
소태 : .. (보면)
강모 : ... (지지 않고 보는데)
소태 : 좋아. 같이 한번 해 보자. (손을 내민다)
강모 : ... (그 손을 잡으면)
소태 : (피식 웃으며) 너 같은 꼴통, 첨 본다.
강모 : ... (그제야 미소 보이는데)
(그 일각, 정연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내심 안도하며...)
씬52. 요정 집 밀실 안
(조필연과 고재춘이 와 있다. 오병탁과 한명석이 있고...)
병탁 : 대체 언제까지 우릴 기다리게 할 셈이야?
필연 : 아무리 늦어두 한 달 안에는...
병탁 : (탁자를 내리치며) 이것 봐 조필연이..!! 대선이 코앞이야. 야당 후보는 연일 장춘단이니 파고다니, 개떼 몰려다니면서
현 정부 를 씹고 있어. 민심이 그 세치 혓바닥에 놀아나구 있다구..
필연 : 알고 있습니다.
병탁 : 이런 판국에 우리가 차명으로 강남에 땅을 산 사실이 알려져 봐. 각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다 끝장이야.
명석 : 고정하십시오. (조필연을 보고) 한 달이면 너무 늦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열흘 안에는 그 문서를 빼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국 쪽에서 차명계좌 명단을 언론에 흘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필연 :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병탁 :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해내야 돼. 열흘이야.! 열흘에서 하루만 지나도 자네, 각오해야 할 거야. (일어서서 나간다)
명석 : ... (따라 나가면)
재춘 : 내일입니다. 내일 마이클이 문서를 갖고 부대 밖을 나갈 겁니다.
필연 : ... (깊은 한숨, 고뇌)
재춘 :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질 않습니까? 그 문서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우리가 먼저 빼앗아야 합니다.
필연 : 아직도 모르겠어... 그게 과연 옳은 정본지... 아니면, 우릴 잡기위한 함정인지...
씬53. 미팔군 내, 세탁소 (그 밤)
(일과가 끝난 세탁소 안... 성모가 혼자 군복을 다리고 있다. 조필연의 이름이 새겨진 장교복...
성모, 잠시 다림질을 멈추고 군복을 물끄러미 본다. 뭔가 생각하는 눈빛으로...)
씬54. 미군부대 앞 정문 (이른 아침)
(마이클이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서류 가방을 든 채 부대 밖으로 나서고 있다)
씬55. 참모실 (다음 날, 이른 아침)
(한쪽에 조필연의 세탁된 군복이 걸려 있다. 조필연이 군복을 집어 들더니 갈아입는데...
이때, 고재춘과 부관1이 들어선다)
재춘 : (다급하게) 방금, 마이클 대위가 부대 밖으로 나섰습니다.
필연 : ... (단추를 채우며)
재춘 : 제가 뒤를 쫓겠습니다.
필연 : ... (재춘을 본다)
재춘 : 마지막 기횝니다. 어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필연 : 가...
재춘 : ...!
필연 : 가서... 그 문서, 뺏어 와.
재춘 : ..!! (경례를 올리고는 급히 나간다)
(조필연, 자리에 앉는다. 여전히 갈등하는 눈빛으로... 무심코 만년필을 군복 호주머니에 꽂는데 뭔가 감촉이 이상하다.
손을 넣어 뒤지는데 메모지 한 장이 나온다. 급히 펼쳐보는데...)
성모 : (E) 거짓 정봅니다. 속지 마세요.
필연 : ..!! (크게 놀라다가, 소리친다) 부관..! 부관..!!
부관1 : (급히 들어선다)
필연 : 가서 재춘이 데려 와..!! 얼른..!!
부관1 : 예..!! (급히 나간다)
필연 : ... (다시 한번 메모지를 본다)
(메모지에 적혀있는 성모의 글씨... ‘거짓정봅니다. 속지마세요’ 조필연.. 생각 많은 눈빛으로 메모지를 보는데...)
씬56. 동, 복도
(부관1이 고재춘과 함께 급히 돌아오고 있다.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성모가 모습을 드러낸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는데..)
씬57. 연병장
(연병장 한가운데 링이 설치되어 있다. 미군 병사와 한국군 병사가 권투 시합을 벌이고 있다.
미군 흑인병사와 한국군 병사들이 패를 나누어 죽어라고 고함치며 응원하는데..!!
성모와 군의관도 링 옆에 보이고...
한눈에 보아도 강해보이는 흑인병사의 무지막지한 펀치에 한국군 병사가 나동그라지며 실신한다.
환호하는 미군들과 실망하는 한국군들...
한국군 병사들과 내기 한 돈이 오가며... 흑인병사가 의기양양하게 링 위에서 환호에 답례하며...)
씬58. 그 일각 (Scene 58.)
(햄튼이 다른 부관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그 시합을 지켜보고 있다.
조필연이 다가와 햄튼 옆에 앉는다. 고재춘과 부관1이 곁에 있고...)
필연 : 저 흑인 선수, 대단하군요.
BG Hampton : I’ve never seen a Korean soldier take this guy down. (저 선수를 이기는 한국 병사를 본 적이 없어요.)
필연 : 언제 한번, 양국 간에 대표들을 뽑아서 제대로 시합한번 하시죠.
BG Hampton : Well, do you really think a Korean can take an American down in boxing?
(글쎄요... 복싱으로, 한국군이 우리 병사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필연 : 자신 만만만하시군요..
(이때, 링 위에 있던 흑인병사가 한국군 쪽을 향해 도발하기 시작한다)
Boxer: Come on! Yella monkeys! You? What? You scared? (point out someone) Hey, you! You wanna fight?
(아무나 올라 와 봐, 이 노란 원숭이들아..! 왜? 겁나냐? (누군가를 지적하며) 너..! 한판 붙어 볼까?)
(한국병사, 자신 없는지 슬그머니 외면한다. 와, 하고 비아냥거리며 웃음이 터지는 미군들...
조필연, 인상이 굳어지는데..
이때, 한국군 사이에 서 있던 성모가 조필연 쪽을 힐끔 보다니 링 위에 오른다.
조필연이 성모를 알아보고..!! 고재춘이 놀라는데..)
군의관 : (링에 다가가서) 야, 너 미쳤냐? 얼른 내려와 임마.
성모 : ... (흑인을 노려보며 글러브를 낀다)
Boxer : Imma knock me out a yella monkey today! You cannot send me to the jail for that, right?
(오늘, 원숭이 한 마리 때려잡아도, 나 영창 보내기 없기다?)
미군들 : (웃음 터지고)
필연 : ... (흥미진진하게 본다)
BG Hampton : Do we need to stop the fight? (저 시합,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필연 : 저 하구 내기 한번 하시겠습니까?
BG Hampton : (본다)
필연 : 저 아이에게, 10달러를 걸지요.
BG Hampton : Wasn’t the outcome obvious? (해보나마나 한 시합 아닙니까?)
필연 : 저 정도 용기면... 10달러를 잃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BG Hampton : ... (링 쪽을 본다)
씬59. 그 시합장
(흑인과 성모가 링 한가운데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한눈에도 체급 차이가 나는 두 사람...
자신만만한 흑인, 하얀 이를 내보이며 씩 웃는데...
공이 울리면 제법 스텝을 밟으며 날카롭게 잽을 던지는 성모... 그러나 흑인의 주먹이 날아오더니 연이어 터진다.
성모, 얼마 못버티고 나가떨어지는데.. 다시 일어서는 성모... 벌써 입술이 터져 있다.
흑인을 향해 빠르게 주먹을 던지더니 안면에 훅을 날린다. 흑인, 입술이 터지며.... 잠시 의외라는 표정이 이내 분노로 바뀐다.
무지막지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흑인.. 성모, 무수히 맞더니 그대로 고꾸라지는데...
안타까움에 주먹을 불끈 쥐어보는 필연..)
필연 :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일어나.. 어서 일어나란 말야..!!
(성모, 일어서지만 다시 날아오는 주먹... 흑인의 회심의 어퍼컷이 성모의 턱을 강타한다.
성모, 공중으로 몸이 뜨더니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친다. 안면에 피를 흘린 채...
성모, 숨을 몰아쉬며 게슴츠레 보는데...
이때, 성모의 시선에 들어오는 조필연의 모습.. 그 순간 떠오르는 짧은 기억..!)
- 인서트
(조필연의 총에 맞고 쓰러지는 아버지...!!)
(성모, 조필연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일어선다. 좌중의 병사들이 의외라는 듯이 웅성거리는데...
핏발 선 눈으로 흑인을 노려보는 성모... 이때, 흑인의 얼굴이 조필연의 얼굴과 교차되어 보이고...
성모, 고함을 지르며 돌진한다. 성모의 주먹이 흑인의 복부를 강타하더니 안면에 꽂히기 시작하고...
한국군 병사들이 환호하기 시작한다.
절규하듯 비명을 질러대며 주먹을 날리는 성모.. 흑인 병사가 그 주먹에 비틀대는데...
어느새 조필연과 고재춘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 채...)
성모 : (고함치듯) 아버지..!! (마지막 펀치를 날리는데)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지며 실신하는 흑인병사... 일순, 사방이 모두 정지한 듯...
성모,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씩씩대며 조필연 쪽을 노려본다.
잠시 후, 조필연이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며 일어서자 한국군 병사들이 일제히 모자를 집어 던지며 아우성을 친다.
군의관이 뛰어 올라와 성모의 손을 들어주는데...!! 성모, 그제야 기진맥진 한 채...
놀란 듯, 대견한 듯 성모를 보는 조필연의 시선에서...)
씬60. 그 연병장 (밤)
(아무도 없는 빈 연병장에 링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얼굴이 엉망이 된 성모가 혼자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 채 한쪽에 걸터앉아 있다.
들어가려고 일어서는데 그 앞에 조필연이 다가온다. 잠시 마주보는 두 사람...
성모, 인사 꾸뻑 하고 가려는데)
필연 : 근성이 대단하더구나...
성모 : ... (본다)
필연 : 니 덕분에 내가 10달러를 땄어.
성모 : 잭나이프 돌려주세요.
필연 : ...!! (반응하며, 본다)
성모 : ... (보며) 내 칼, 소령님 부하가 가지고 있을 겁니다.
필연 : ...이 부대 안에 아주 희한한 놈이 있더구나. (본다)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는지.. 이름이 뭔지, 나이가 몇 살인지...
대체 날 왜 도와 주는 건지, 아니면 날 죽이려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유령 같은 놈이 있어.
성모 : ... (보는데)
필연 : (멱살을 잡는다) 너, 누구야..! 어디서 뭐하다 온 놈이야.! 왜 범인을 모른다고 거짓말 했어?
나한테 쪽지를 보낸 이유가 뭐야..! (버럭) 너, 대체 누구냔 말야..!!
성모 : 한국 사람이에요.
필연 : 뭐?
성모 : 나도, 소령님처럼.. 대한민국 사람이라구요.
필연 : ... (멱살 잡은 손을 스르르 놓는다)
성모 : 다른 이유 없어요. 난 미국사람이 아니니까... 우리, 다 같은 한국 사람이니까.. (돌아서서 간다)
필연 : 거기 서..!
성모 : (돌아보면)
(조필연이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툭 던진다. 성모가 그 나이프를 받고...
성모, 잠시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두어 걸음 가는 길...
성모의 손 안에서 찰칵, 펴지는 잭나이프... 나이프를 꽉 움켜 쥔 손이 부르르 떠는데...
조필연이 성모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재춘이 뒤쪽에서 다가오며...)
재춘 : (성모 쪽을 보며) 기억상실증이랍니다. 그래서 신원파악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필연 : 저 놈, 잘하면 물건 되겠어.
재춘 : 예?
필연 : 잘만 이용하면... 우리한테 아주 큰 힘이 될 놈이야. (눈빛)
씬61. 구두천막 (다른 날, 낮)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박소태가 천막 안에서 물끄러미....)
소태 : 오늘 또 공치는 날이네... 근데, 강모 이놈은 어딜 가서 코빼기두 안 비쳐?
씬62. 만보건설, 사무실 안
(강모가 한쪽 구석에서 구두들을 닦고 있다. 여비서가 뭔가 타이핑을 해대고 있고...)
영국 : (강모에게) 너 정말 돈 안 받을 거지?
강모 : 그럼요. 망가진 구두값 갚으려면 일 년은 꼬박 닦아두 모자를 텐데요.
(이때 라디오에서 일기예보가 흘러나온다)
라디오 : (E) 갑작스런 이상 기후로, 서울과 경기 남부지방에 집중 호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서, 이 비가 오늘 밤까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한 가운데 한강 주변의 저지대에서는 호우피해가 예상 됩니다...
(황태섭이 라디오를 끄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태섭 : (수화기 들고) 어, 나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현장 어떻게 됐어? 뭐? 야, 한강 넘치면 그 토사들 다 어떡할 거야?
좌중 : ..? (뭔 일인가 보는데)
태섭 :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인부들 동원해서 몸으루라두 틀어막아야지.!!
씬63. 현장 사무실 안
(현장 소장 혼자만이 전화중이다)
소장 : (다급하다) 인부들두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습니다.
태섭 : (F) 뭐? 너 정신 있는 놈이야?
씬64. 만보건설 사무실
태섭 : (수화기 들고) 이런 비상사태에 인부들을 퇴근 시키면 뭘 어쩌자구..!! 지금 당장 갈 테니까,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는데 까지 모아 봐..!! (수화기, 쾅 소리 나게 내려놓고) 이런 멍청한 자식..!!
(좌중에게) 여기 있는 사람, 다 따라 나와..!! (점퍼를 입고 일어선다)
여비서 : 저두요, 사장님?
태섭 : 넌 월급 안 받냐? 얼른 다들 나와..!!
좌중 : .. (우르르 밖으로 나간다)
강모 : 저두 갈게요. (닦던 구두들을 팽개쳐 두고 뛰어 나가는데)
씬65. 압구정지구, 공사현장 (밤)
(어느새 어둠이 내려 있다.
한쪽에 쌓여있는 거대한 토사들...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토사들이 조금씩 물길에 쓸려 내려가고 있다.
황태섭과 강모, 주영국과 문성중, 현장소장과 여비서들이 비를 맞으며 미친 듯이 마대자루에 흙을 퍼 담고 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고..)
태섭 : (삽질하며) 시간 없어..!! 빨랑빨랑 움직여..!!
소장 : 곧 제방이 무너질 겁니다.
태섭 : 그래서? 넌 이 토사들이 쓸려 나가는 거 안보여?
소장 : 제방이 무너지면 여긴 다 물에 쓸려가 버립니다.
태섭 : 야, 이 미친놈아..!! 그러니깐 축대를 쌓자는 거, 아냐.!!
소장 : 이것 갖곤 어림도 없습니다. 자칫 목숨까지..
태섭 : (멱살을 잡는다) 니꺼 아니라 이거지, 어?
소장 : 사장님..
태섭 : 네놈들 눈엔 모래자갈로 보이겠지만.. 이거 다 내 피구, 살이야..!! 이거 쓸려 나가며 어차피 나두 죽어..!!
성중 : 고정하십시오, 사장님.. 이런다고, 해결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태섭 :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할테니까 다 가버려..!! (삽을 들고 토사 쪽으로 뛰어 나간다)
성중 : 사장님?
영국 : 이 봐, 황사장? 위험하다잖아.
(이를 지켜보던 강모가 삽을 들고 쫓아간다)
씬66. 일각, 토사더미
(황태섭이 미친 듯이 삽질을 하며 흘러내려오는 토사들을 쌓아 올리고 있다. 강모가 그 옆에서 죽어라고 삽질을 해대며...)
태섭 : (이성을 잃은 듯, 삽질) 이거 무너지면 다 끝이야.. 내가 여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거 쌓으려고.. 누굴 죽여가면서 여까지 왔는데..!!
강모 : ... (미친 듯이 삽질한다)
태섭 : 이깟 천재지변으론 나 못 죽여..!! 안 죽어..!!
(하늘을 우러러 보며 악을 쓰듯) 올 테면 와 봐..! 나, 황태섭이야..! 하늘도 안 무서운 황태섭이라구..!!
(이때, 토사들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강모 : 아저씨..! 위험해요..!!
(황태섭이 올려다보는데 그 위로 덮치는 집채만 한 토사덩어리..!!)
강모 : 아저씨.!!
(황태섭이 순식간에 흙더미에 파묻히고 만다. 달려오는 강모, 미친 듯이 양손으로 흙을 파낸다)
강모 : 사람 살려..!! 여기 사람 죽어요..!! (마구 파내며) 아저씨.! 아저씨이..!!
(미친 듯이 고함치는 강모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