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쉐지곤(황금 모래 언덕이란 뜻) 파고다이다. 정방형의 기단 위에 48m의 종 모양으로 세워지고, 꼭대기에는 금빛 우산 모양이 장식되어 있다.
이 탑은 최초로 통일 왕국을 세운 아노라타 왕이 남부 몬주의 따톤 왕국을 정복한 기념으로 건축하기 시작하여 그의 손자인 잔시타 왕 때 완공된, 바간 왕조 최초의 불교 건축물로서 ‘미얀마 파고다의 어머니’로 불린다.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를 비롯한 많은 불탑들이 이 쉐지곤 파고다를 원형으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다. 스리랑카의 우사 바고 왕으로부터 받은 부처님의 머리카락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곳곳에 여러 형태의 부처상과 소원을 비는 종들이 있고, 오를쪽 구석에 있는 작은 낫 신전 내부에는 불교 전파 이전에 숭배되던 37 낫의 형상이 모셔져 있다.
‘낫’은 산스크리트어 ‘나타’에서 유래된 말로 ‘수호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모두 원한을 품고 죽은 영혼들로, 이들을 향한 신앙 행위는 ‘나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 달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노라타 왕이 불교를 받아들인 뒤 이 민간 신앙을 없애고자 했으나 국민들 의식 속에 워낙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서, 부득이 낫 수를 37 위로 제한하고, 불교의 하위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불교 사원에 이들 낫 신을 모신 신당이 함께 존재하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절에 산신령이나 용왕을 모신 전각이 존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얀마 사원의 낫 신당에서는 여장 남자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낫 신앙을 관장하는 무당으로서, 이들을 ‘낫거도’라고 한다. 속눈썹을 붙이고 눈과 입술 등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 어설프고 쉽게 남자임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러한 여장 남자들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시초는 자손이 귀한 집안에서 남자 아이가 자라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여자 아이로 키우게 된 것이라 한다. 이들은 자라서도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와 정신적으로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고 살게 된다.
이들은 축제 등의 행사에서 어릿광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낫 신앙에서의 무당 역할을 하며 사는 일이 많다. 이들의 굿판은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제물을 차려 놓고 여러 타악기 장단에 맞추어 칼을 들고 격렬한 춤을 춘다고 한다.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천대 받기 쉬운 직업인이고, 여기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멸시가 더해져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