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347]稼亭선생시56,寄同年柳翰林(기동년유한림)
寄同年柳翰林 (기동년유한림)
世事微才百不堪。세사미재백불감
徇身聊復事耕蠶。순신료부사경잠
詩塲苦戰思良將。시장고전사량장
交道重逢憶破衫。교도중봉억파삼
魂夢尋君到亭北。혼몽심군도정북
雲山挽我滯江南。운산만아체강남
何時和取緇衣什。하시화취치의십
櫪馬聲中更盍簪。 력마성중갱개잠
寄=부칠 기.
翰林=조선 시대, ‘예문관 검열(藝文館檢閱)’을 달리 이르던 말.
微才=
堪=
徇身=
聊復=
耕蠶=
詩塲=
良將=
交道=
重逢=
衫=
魂夢=꿈속 넋.
挽=당길 만
滯= 막힐 체. 약자(略字)滞.
緇衣= 《시경》 〈정풍(鄭風)〉의 편명(篇名)으로,
현사(賢士)를 예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예기(禮記)》 〈치의(緇衣)〉에 “현인을 좋아하기를 치의편처럼 하고,
악인을 미워하기를 항백편처럼 하면, 벼슬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도
백성들이 조심할 줄 알게 될 것이며, 형벌을 시험하지 않고도
백성들이 모두 복종할 것이다.
〔好賢如緇衣 惡惡如巷伯 則爵不瀆而民作愿 刑不試而民咸服〕”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什=십. 시편(詩篇). 시경(詩經)중의 아(雅)·송(頌)을 10편 단위로 묶어
‘什’라 한 데서 유래된 말.
櫪= 마판 력. 말구유 력.상수리나무 력.
櫪馬= 외양간에 묶여 있는 말이라는 뜻으로,
무엇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更=다시 갱. 고칠 경.
盍=합할 합.덮을 합, 본자(本字)盇. 簪= 비녀 잠.
盍簪합잠= 盍簪(합잠)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 묶어서 비녀로 꽂는
즉 제후들이 무왕을 중심으로 하나로 모였다를 비유한 글귀이다.
원문=가정집 제15권 / 율시(律詩)
寄同年柳翰林
世事微才百不堪。徇身聊復事耕蠶。
詩塲苦戰思良將。交道重逢憶破衫。
魂夢尋君到亭北。雲山挽我滯江南。
何時和取緇衣什。櫪馬聲中更盍簪。
동년 유 한림(柳翰林)에게 부치다
세상일은 재주가 없어서 전혀 감당 못하니 / 世事微才百不堪
농사나 다시 지으면서 일신을 도모할까 보오 / 徇身聊復事耕蠶
시장에서 고전하다 보면 양장이 그리우실 터 / 詩場苦戰思良將
교도의 중봉을 파삼처럼 생각하고 계실지도 / 交道重逢憶破衫
꿈속에서는 그대 찾아 정자 북쪽에 이르는데 / 魂夢尋君到亭北
구름 산은 나를 끌며 강 남쪽에 살라 하오 / 雲山挽我滯江南
어느 때나 치의의 시편에 화답하여 취하면서 / 何時和取緇衣什
역마의 소리 가운데 다시들 모일 수 있을는지 / 櫪馬聲中更盍簪
[주-D001] 시장(詩場)에서……터 :
시가 잘 지어지지 않을 때에는 가정과 같은 명인의 솜씨가 부러울 것이라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위 문후(魏文侯)가 이극(李克)에게 “선생이 언젠가 과인에게 집안이 가난할 때에는 양처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에는 양상을 생각하는 법이라고 가르쳐 주었소.〔先生嘗敎寡人曰 家貧則思良妻 國亂則思良相〕”라고 한 말이 《사기》 권44 〈위세가(魏世家)〉에 나오는데, 가정이 여기에 양장(良將)을 덧붙여서 재미있게 말한 것이다.
[주-D002] 교도(交道)의……계실지도 :
찢어진 옷을 꿰매듯 헤어진 벗 가정과도 다시 만나서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인데, 소식(蘇軾)의 “찢어진 적삼은 거듭 만나는 날이 있나니, 밥 먹을 때에 숟가락을 잊은 적이 있던가.〔破衫却有重逢日 一飯何曾忘却時〕”라는 시를 인용하여 표현한 것이다. 소식의 이 시는 찢어진 적삼을 꿰매야〔縫〕 하는 것처럼 헤어진 벗은 만나야〔逢) 하는 법인데, 이는 밥 먹을 때에 수저〔匙〕를 잊지 않는 것처럼 벗도 잊는 때〔時〕가 없다는 뜻으로, 소리가 같은 글자를 빌려서 뜻을 부친 이른바 오가(吳歌)의 격식으로 지은 것이다. 《蘇東坡詩集 卷9 席上代人贈別》
[주-D003] 어느……있을는지 :
가정 자신의 멋진 시에 화답하려고, 마구간에 매인 말처럼 벼슬에 얽매인 동년들이 다시 틈을 내어 모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의 익살스러운 표현이다. 치의(緇衣)는 《시경》 〈정풍(鄭風)〉의 편명(篇名)으로, 현사(賢士)를 예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예기(禮記)》 〈치의(緇衣)〉에 “현인을 좋아하기를 치의편처럼 하고, 악인을 미워하기를 항백편처럼 하면, 벼슬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도 백성들이 조심할 줄 알게 될 것이며, 형벌을 시험하지 않고도 백성들이 모두 복종할 것이다.〔好賢如緇衣 惡惡如巷伯 則爵不瀆而民作愿 刑不試而民咸服〕”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7